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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들

황우석 교수 연구실에서 발표한 논문 해설을 이곳저곳에서 읽어보았다. 물론, 출판된 논문도 보았으나 초록과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해불가능한 암호였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서 꼭 기술적인 부분을 완전히 이해할 필요는 없기에,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로 여기에 적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생명과 인간에 대한 제대로 된 정의(definition)를 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지만 (http://en.wikipedia.org/wiki/Life), 개인적으로 생명과 인간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있다. 생명은 스스로 조직이 가능하고 복제할 수 있는 분자의 덩어리이고, 인간은 정자가 수정된 난자 혹은 체세포 핵으로 치환된(복제된) 난자가 자궁 혹은 그와 비슷한 기계에 착상되어 다양한 기관으로 분화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정자와 난자, 체세포는 인간의 것이어야 하고 자궁은 꼭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그래서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들어 특정 신체구성부분으로 만들기 위한 조작을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이러한 연구방향을 '인간'을 다루는 행위라고 생각하여 반대하는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낙태는 살인이다. 하지만 나는 여성 자신의 원치않는 임신에 대한 13주 이내의 낙태를 지지한다. 즉, 판단에 따른 살인에 동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형에 반대한다..으으...). 사실, 아직 많이 가다듬어야 하는 생각이다. 헛점이 많이 보이는 정의를 가지고 너무 많은 판단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 그래도 수정하는 순간(체세포 복제되는 순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도데체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보건데, 이번에 발표된 황우석교수연구실의 실험결과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연구방향에 대해 원칙적으로 커다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 또, 그들의 연구 성과는 무척이나 놀랍다. 어떤 인류도 다가서보지 못한 곳에 어느날 밤 혹은 낮에 갑자기 도달하여 황홀해 했을 황우석 교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에게 축하를 혹은...!  사실, 내가 알고 있는 한도내에서, 복제의 가능/불가능을 판단하는 명확한 과학적 판단방법이 없기때문에 (얼마나 많은 실험데이터가 쌓이면 이런 방법론이 정립될까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 이번 타인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불가능할 이유도 성공해야 할 이유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지금도 이유는 모른다고 말하는게 정확하지 않을까?). 결국, 시도는 해보지만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무도 모를 문제였는데, 황우석교수연구실의 살인적인 연구노동이 그 시간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앞당겨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이건 따로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지만, 밤샘을 밥먹듯이 하며 자발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집단적이고 살인적인 연구노동이 얼마나 오래 지속가능 할 까? '황우석교수를 통해 본 경영'... 뭐 이런 따위의 것이 나올까 두렵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란은 이런 연구에 연방정부연구기금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그것이 아닌 사람들간의 다툼이다. 이들과는 시작부터 대화가 불가능하다(일관성있게, 한국의 일부 교회가 황우석교수연구 반대 시청앞 집회를 개최하기를 기대해 본다). 연방정부연구기금이 엄청난 규모이긴 하지만, 다른 돈도 많기 때문에, 곧 이곳저곳에서 이런 연구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민투표로 지난 해 통과된 proposition 71에 따라서 올해부터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일년에 3천억원씩 10년간 3조원을 줄기세포 연구 한 부분에만 쏟아붓기로 했으니, 지금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솔직히, 다국적 제약회사의 연구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러니 지금 난치병을 앓고 있는 10대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은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돈을 모으는 게 로또만큼의 확률은 보장할 것이다. 물론 많은 돈을 모으는 게 좋을 것이다. 멀쩡하게 치료할 수 있어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여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는 있지만, 난치병을 가진 "사람"들을 공짜로 치료해 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을 보라. 예전에 병원에서 본, 18살에 교통사고로 뇌와 척추세포를 다쳐 25살이 될 때까지 병원침대에서 단발마적인 말과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 밖에 못하는 청년에게 이런 연구는 치료가능성을 제로에서 제로가 아닌 것으로 바꿀 '수 도'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단, 이제 집 한채 이상 살 돈을 모을 준비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제부터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학적 응용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것을 대학이든 연구소든 기업이든 특허를 만들어 한몫 단단히 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복제줄기세포연구가 발전하면 발전할 수록 인간복제는 더욱 더 쉬워질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추측이라고 말한 이유는 착상 이후의 과정이 연구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복제된 난자와 그것의 착상 이후 분화중 어떤 부분이 복제인간의 형성에 중요한 과정인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험관아기의 예를 봤을때, 배아복제기술이 완벽해 질 수록, 착상 이후의 과정은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황우석교수가 주술처럼 인터뷰에서 반복하는 인간복제불가와 불가능은 오히려 스스로 돌파하고 있는 과학기술의 한계에 대한 스스로의 주문같은 것 아닐까? 물론, 복제동물과 이종체세포복제(호랑이 체세포를 소의 난자에 집어 넣고 소나 돼지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연구)에 경험이 있는 그이기에, 그 스스로 자신의 연구가 복제인간탄생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알 것이다. 성체줄기세포 연구에서 알려져 있듯 면역거부없는 배아복제줄기세포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상호작용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이다. 어쩌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보다 배아복제줄기세포 연구가 다양한 가능성은 커보이지만 안정성 면에서 훨씬 복잡하고 어려워 보인다(갑자기 만화 아키라에서 데쓰오의 마지막 폭주가 생각이 난다).  만약, 이 단계의 연구가 지지부진해지면(특히 상업적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 극단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쉬운(지 확실하지는 않다) 인간복제를 통한 병의 치료를 원하는 부류들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생화학무기가 빈자의 핵무기라고 불리는 이유는 원리를 알고 있으면 제조할 때 겪는 어려움이 핵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돈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원리를 알기 위해서는 무진장한 돈과 엄청난 창의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카피약은 쉽게 만들지만 처음으로 약품을 개발하기는 힘들다. 이런 초기투자를 특허를 통해서 만회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방법이다. 자, 그럼, 여러가지 난관을 뚫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치자.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이제 정확한 receipe가 완성되었다는 이야기다. 초기에는 특허로 혹은 비밀유지로 이 기술을 배타적으로 소유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모두가 알게되고 모두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도데체 누가 이런 기술의 응용을 제어할 수 있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복제인간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황우석교수 스스로 밝혔 듯 이번 연구에 들어간 비용은 24만 달러다. 대학원생들의 인건비를 제대로 쳐주고 시간외 노동을 제대로 후하게 쳐준다고 쳐서 100만달러, 10억원이라고 하자. 이 정도의 돈은 실리콘벨리의 벤쳐 케피탈이 매년 버리는 셈치고 투자하는 돈의 새발에 피도 않되는 양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연구와 투자가 진행된다면, 50여년전의 진공관 컴퓨터에서 현재의 컴퓨터로의 변화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는 생명공학 기술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여기에 황우석교수실험실의 연구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 난치병의 치료에 획기적인 도움이 되길 나 스스로도 바란다. 하지만, 인간복제의 도래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더 한 것도. 사실, 인류는 이미 지구를 반토막 낼만큼의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그러니, 그것보다 더한 괴물이 나온다고 해서 그게 무슨 큰 대수겠는가?(반어법을 이해하시길)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사람은(나를 포함해서) 복제인간차별금지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때를 대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인류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처음으로 본 황우석교수연구실의 대학원생의 실험은 어떻게든 정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 가는 문을 연 시작일 수 있겠다. 그러니 축하 혹은 저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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