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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몇 주 전에, 로스엔젤레스를 다녀와서 느꼈던 약간은 불편했던 마음의 정체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다 보니, 그 중 한가지가 대도시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커다란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옆에 있지만, 그래도 곳곳에 공원과 커다란 나무가 울창한 이 조그만 소도시의 한적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번잡하고 혼탁한 공기를 가진 로스엔젤레스의 분위기가  치안에 대한 개인적인 불안함을 더욱 더 가중시켰던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그건 아마 익숙함의 문제겠지요.

 

10여년전 서울에 처음 왔을때 느꼈던 그런 생경스러움도 얼추 10년 넘게 살다보니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예전 생각을 하게 되니, 학부때 학교앞을 벗어나 조금 걸어가서 만나게 되는 유흥가에 점점이 박혀 있던 작은 서점들이 생각납니다. 주말 오후 나른한 시간이 되면, 난생 처음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생활을 하던 어리숙한 학부생이 별로 갈 곳이 없죠. 그러면, 괜히 학교에서 궁싯거리다 오늘은 무슨 껀수가 없을까 싶어서 서점 근처의 메모판을 찾아 천천히 내려가곤 했습니다.  오후 3-4시경, 처음 서점에 앉아서, 새로 나온 소설책을 뒤적뒤적 거리다, 엉덩이가 아플만하면, 짐짓 무슨 볼일이 있는 것처럼 그 서점을 나서서, 조금 아래로 더 내려가서 다른 서점으로, 그리고 또 다른 서점으로. 조금 예전에 나온 책 중에 재미있는 내용을 읽게 되면, 근처 작은 헌책방에 가서 그 책이 있는가 한 번 확인한 후 없으면 다시 돌아와 책한권 사는 것이 커다란 재미였습니다. 물론, 시위가 없는 주말에 저처럼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던 친구나 선배들을 만나면, 근처에서 소주한잔도 빠질 수 없는 과정 중에 하나이기도 했지요. 근데, 얼마가지 않아서 한 서점이 없어지고, 그리고 또 몇년 있다가 한 서점이 없어져, 이제 지금 그 도로 변에는 이제 작은 서점은 하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헌책방이 두개나 생겨서 작년 겨울에 잠시 찾아갔을 때 바삐 세군데 서점을 순례하면서, 예전에 느꼈던 그 즐거운 느낌을 가져보려고 했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큰 대학이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변 상가에도 이곳저곳 서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역시, 혼자서 미국에 온 어리버리한 아저씨는 주말에 갈 곳이 별로 없기에, 또 서점 순례를 한답니다. 5분 정도 옆길로 새서 이 작은 도시의 중심가쪽으로 가면 미국에서 유명한 Barns & Nobles 란 대형 서점 체인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그랬듯이, 그런 큰 서점에서는 골목길 작은 서점에서 느낄 수 있는, 뭐랄까, 주변에서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숨소리, 낡은 책들에서 나는 냄새들.. 그런 것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 문을 나서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이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 있습니다. Cody's Book 이란 서점인데, 굉장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일층은 새책, 이층은 중고책을 팝니다. 특히, 소설이 굉장히 많아서, 특별히 무엇인가 사려고 들어가지 않는 한 굉장히 오랬동안 책구경을 하게 된답니다. 이곳에서 돈계산 하는 흑인 아저씨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를 너무 닮아서, 처음에 깜짝 놀라기도 했구요. 1956년에 코디 형제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아주 유명한 서점이라 유명한 책 저자들의 사인회도 합니다. 최근에 [황제의 새로운 마음]을 썼던 유명한 영국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의 새 책 사인회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놓쳤습니다.

 

거기서 조금 더 내려가면 Moe's Book 이란 곳이 나옵니다. 이곳은 언제 생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작은 서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답니다. 그런데, 4층으로 나눠져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는 않고 특히 지하로 내려가면 SF 중고책을 어마어마하게 진열해 놓고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운 책 구경을 할 수 있답니다. 규모가 커서, 신기한 책들(음악, 미술, 영화와 관련해서 사진이 많고 커다란)이 많아, 한장씩 넘겨가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서점 맞은 편 모퉁이를 보면, Shakespeare & Co 라는 중고책 전문 서점이 있습니다. 이곳은 진짜 중고책 전문서점이라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중고책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가끔씩 이곳에서 원하던 소설책을 4분의 1가격으로 사는 횡재를 하곤했답니다. 그런데, 서점의 이름처럼 한쪽 구석은 완전히 셰익스피어에 관련된 책들만 모아 놨더라구요. S. J. Gould의 책들도 거의 모두 구비가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회과학 책도 굉장히 많이 팔고 있어서(거의 모든 맑스와 엥겔스의 저작들, 촘스키 콜렉션등등) 이 책동굴에 들어가면 컴컴한 밤이 되어서야 나오게 된답니다.

 

조금 더 집쪽으로 걸어내려가다 보면 구석 외진 곳에 BookZoo라는 중고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은 가로세로 4미터 정도 되는 아주아주 작은 가게에 두꺼운 안경을 낀 청년이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곳입니다. 아주 멋진 전위적인 pop과 jazz 음악이 흐르고, 이상하지만 뭔가 있는 Herb향을 맡으며, 노란 조명아래 사다리를 받치고 꼭대기에 있는 책들을 구경하다보면 꼭 책 한권을 사서 나오게 됩니다. 그럼 Book Zoo라는 도장이 찍힌 1달러짜리로 거스름돈을 줍니다. 그 도장찍힌 돈은 가게앞에 진열된 책을 살때 2달러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가게를 보통 아침 10시에 열고 저녁 10시에 닫는데 중간에 SIESTA(낮잠시간)가 있다고 하는데, 이 서점은 낮에 가본 적은 없어서, 진짜 문닫고 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 네군데 서점은 한 길따라 죽 이어져 가면서 있어서, 꼭 한 곳을 들리게 되면 연달아 들어가게 된답니다. 조금 옆쪽으로 빠지면 까페와 함께 있는 클래식음악과 관련서적을 파는 서점과 또 다른 중고서점 두군데가 있는데, 그곳은 잘 발길이 닫지 않더라구요.

 

결국 엊그제도 저녁밥도 거르고 서점들을 돌고 돌아 책을 두권사왔습니다. 모두 중고로 싸게 사서 기분도 무척이나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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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간산(走車看山)

블로그를 그냥 놔둔지 너무 오래 되었다. 예전에 일본 문제에 대해서 글을 쪼금 쓰다가 아직 그대로 놔두고 있고, 이것저것 바쁜일들이 연달아 겹치다 보니, 거의 방치 상태가 되어 버렸네. 블로그란게 좀 이상한 것이, 글을 쓰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빠뜨린 기분이 들곤 해서... 자주자주 글을 써보려고 노력해야 겠다.

일단, 새해 목표 두가지 중 한가지를 달성했다. 역시 목표를 적게 잡으니 달성률이 높네. 벌써 50% 달성이다. ^_^;; 운전면허를 따고 차도 사고. 15년 된 일제 차를 아주 헐값에 샀는데, 잘 굴러간다. 차가 있으니 확실히 편하다. 시장 갈 일이 있으면 친구나 선후배에게 부탁해서 시간 약속 잡고 갈 필요가 없으니.. 그리고 오늘 같은 주말에 그냥 근처 바닷가에 휭하니 가서 사진도 찍고.

선배부부가 찾아오고, 연달아 학회가 두개 열리고, 비행기타고 밤으로 왔다갔다 하고 나서 결국 몸살감기가 찾아왔다. 예전에 언제 몸살감기가 걸렸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드물게 걸렸었는데, 이런, 약간 힘이 드네. 밥하기도 귀찮고 먹기도 귀찮아 지기 시작하지만.. 먹어야 낫는다란 생각에 꾸역꾸역 해먹고 있다. 

Los Angeles란 도시에 학회가 열려서 korean town도 겸사겸사 밤에 가봤다. 일단, korean town에서 한둘이서 밤에 걸어나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란 말을 이곳 저곳에서 들어서 차를 타고 음식점에서 음식점으로 그리고 downtown의 호텔로... 본 것과 들은 것이 차를 타고 슬적슬적 본 것이 전부라서("주차간산"이라고 할 수 있겠군) 아는게 없지만, 톰 쿠르즈의 영화 "Collateral"의 느낌과 무척이나 비슷하다는 것. 또 하나는, 치안이 너무나 불안하다는 것. 숙소로 사용한 downtown의 호텔주변에서 으슬렁으슬렁 거리는 사람들, 무슨 사설 치안담당자 같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경찰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모두 자가용이나 택시로만 이동하고, downtown에 한 밤중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전부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서 본 것 같은 느낌(너무했나?).

역시나 이곳도 부자들의 동네는(비버리힐즈 등등) 안전하고 밤에 걸어다니며 볼것도 많다고 하던데, 별 관심이 없어서.. 가 볼 생각도 없고.. 불법영업하는 한국인 상대 콜택시 아줌마의 푸념이 머리속에 가득 빙빙 아직도 돌고 있다. 그건 나중에 생각나면 한 번 써봐야지. 아들은 미국시민권 있는 친척의 양자로 있고, 자신은 불법체류자로 불법 택시 영업하고, 남편과는 이혼한 것 같고... 택시 타고 가다, 사고나면 도데체 이 일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이 잠시 잠깐 들기도 하고. 

학회 같다와서, 사무실 같이 쓰는 브라질 교수한테, 불법영업 택시 이야기했더니, 그 교수도 자신도 불법영업하는 멕시칸이 운전하는 콜택시를 탔다고 이야기했다. 흠.. 아마 한국어 구사->한국인 불법영업콜택시, 스페인 혹은 포르투칼 말 구사->남미인 불법영업콜택시.. 이런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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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being

월요일에 된장찌게를 끓여 먹고,

 

화요일에 남은 된장찌게에 물을 부어, 시금치를 넣어서 시금치 된장국을 먹고,

 

수요일에 남은 시금치 된장국에 물을 더 부어 넣고, 콩나물을 넣어, 시금치 콩나물 "맑은" 된장국을 먹고,

 

목요일에 남은 시금치 콩나물 맑은 된장국에 물을 조금 더 부어서, 삶은 라면을 넣어, "특제" 일본식 된장 시금치 콩나물 라면을 먹었다.

 

4일이나 웰빙음식(된장, 시금치, 콩나물)을 먹었으니, 금요일 쯤은 맥주에 소시지를 먹어도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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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번역의 문제

드디어 [2046]을 봤다. 어떻게 봤는지는.. 말 할 수 없다. 흠.. 일단 영화보기 전부터 숭배의 마음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기 때문에, 좋은 건 두말할 나위 없는데, 흠.. 한 번 더 보면 좀 분별할 수 있겠지. 있을까? 여하튼, 영화를 보다가 약간 깨는 대사

 

2047호에 있던 차우(양조위)가 2046호에 있던 바이 링(장지이)에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트를 신청한 후 같이 나가서 저녁먹은 후에 걷다가


(링)이해가 안돼요 그래봤자 뭐가 남죠?

 

 

 

 

 

(링)진정한 짝을 만날 생각 않고.. 왜 그런식으로 인생을 낭비하죠?

 

 

 

 

(차우)진정한 짝? 나는 빈털털이요. 가진 건 시간뿐인... 그래서 벗이 필요해요.

 

 

 

 

(링) 시간 때우기 용으로?
(차우)반대일 수도 있지

 


 

흠.. 난 돈도 없고 가진건 시간밖에 없다.. 많이 듣던 소리군. 그런데, 아름다운 음악을 배경으로 화려한 화면이 흐르고 굉장히 멋있는 두 배우(그것도 양조위, 영화속에서 돈 펑펑쓰는 바람둥이로 나오는)가, 난 돈없어..넘치는 건 시간뿐이야..하고 말하니.. 약간.. 너무.. 여하튼, 답답한 것은 과연 차우가 한 말의 번역이 정말 제대로 된 것일까? 하는 의심들.. 제대로 된 것이겠지. 간단한 것이니까. 광동어를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까? 이런 생각이 든 이유는 최근에 본 유현목감독의 [오발탄]을 보면서(이것도 어떻게 구하게 되었는지는...) 본 약간 깨는 대사와 번역들...(참고로 오발탄의 원 판본은 남아있지 않아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되었던 영어 자막본을 복원한 것인데, 화면을 보면 영어로 번역된 대사가 나와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주인공들이 선술집에서 술한잔 하고 길을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 영호(최무룡, 왼쪽) 경식(?, 가운데).-- 화면에 나오는 영어대사를 유심히 보시라.

 

(경식)그렇지! 숨지려는 조국의 생명을 불러일으킨 전우들!

 

 

 

 

 

 

 

(오른쪽등장인물)중대장님! 오늘밤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외쳐 봅시다.

 

 

 

 

 

 

(경식)좋아 그렇게 해서 이 답답한 마음이 풀릴 수 있다면야.

 

 

 

 

 

 

(영호)경식이! 얌전히 가자고 얌전히!

 

 

 

 

 

 

 

(경식)암~~, 인간은 얌전해야지.

 

 

 

 

 

 

 

 

 

완전한 문어체 대사인 "암.. 인간은 얌전해야지"가 Take it easy? What for?(긴장을 풀라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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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일까?

게으른 민주노동당원이라, 당의 소식을 다른 매체를 통해서 많이 듣는다. 근데, 오늘 프레시안을 보니까, "민노당, 이번엔 '부당해고' 논란 휘말려"란 기사가 있다. 기사만 읽고 판단해보면, 민노당이 정말 잘못한 것이 확실해 보여서, 관련된 소식이 궁금해서 진보누리랑, 당게시판을 가보았다.(이곳도 자주 가는 곳이 아니다 ^_^;;).

근데, 진보누리에 갔더니, "민주노동당 자금관리 엉망/공개안하고 신고 못해"란 기사가 첫번째로 떠있네.. 그리고 그 기사 마지막에,

 

익명의 한 당원은  중앙당이 2월 15일 까지로 되어있는 정치자금 사용 내역 신고 기한을 못지켜 선관위로 부터 하루에 5만원 씩 벌금을 맞고 있다고 알려왔다

 

라고 써있는데... 정말일까? 하루에 오만원씩... 벌써 60만원 정도 되는데.. 당직자 한명의 월급의 절반가까이 되는 돈 아닌가? 익명의 당원이라..

 

정말일까? 믿고 싶지 않는 이야기이다. 회계처리하는게 많이 어려운가? 당이 관리하는 통장을 그냥 실시간으로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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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처음에 썼었는데, 너무 흥분했던 것 같네. 여하튼 이런 일이 공식적으로 확인된다면,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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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게시판을 볼려니 너무 힘들군요. 너무 한참만에 보니 글들이 너무 많고, 생경한 글들이 많네요. 근데, 둘다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는 듯 하긴 한데, 뭔가 속시원히 알 방법은 없군요. 뭐가 뭔지... 그래도 당게시판을 주룩주룩 훑다가 반가운 재각형의 글이 있어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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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제목

이 블로그의 제목을 [커다란 속삭임]에서 [게으른 새의 이야기]로 바꿨습니다. 별 이유는 없고.. 약간 심심해서.. 처음에 블로그 제목을 정할 때 그때 듣고 있던 아일랜드 포크락 그릅의 이름인 "Loudest Whisper"를 그냥 번역해서 적었던 것인데, 블로그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이미 사라진 한국의 인디밴드 "Wonder Bird"의 첫번째 엘범 [Story of the Lazy Bird]라 그냥 그렇게 바꿨습니다. 그런데, wonder bird의 너무나 좋은 음악을 다시 듣고 있으니, 이 그룹에 있었던 신윤철, 고구마등등은 어디서 뭘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사람들 음악이라도 링크하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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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st hideous man

피터 잭슨의 [천상의 피조물(The heavenly creatures)]를 봤습니다(물론 컴퓨터로 혼자서). 유명하다면 유명한 영화죠. 여러군데, 영화평들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평론은 DJUNA의 평입니다. 이곳으로.

 

일단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거의 사실이고, 등장인물도 실제인물들과 무척 비슷하게 생겼답니다. 여하튼 무척 인상깊은 영화입니다. 그중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 주인공인 파커와 흄이 몇번 만난 후 서로의 우상들이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자신들만의 의식을 하는데(서로서로 좋아하는 스타들의 사진을 촛불제단위에 올려 놓죠...), 파커가 오손웰스(Orson Welles)의 사진을 올려놓자, 흄이 갑자기 "the most hideous man in the world!! 세상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추악한 사람"이라며 그 사진을 강물에 집어 던져 버립니다.

 

아~~ 진지하고 조용한 장면이긴 하지만, 가만히 보면 이거 실제로 무지 우스운 장면인데, 혹시 이것도 파커와 흄의 실제 이야긴가.. 싶어 피터잭슨의 장난이 분명한 것 같은데 하면서도.. 확실히 웃지는 못하겠더라구요. 근데, 영화 후반부에 오손웰스의 [제3의 사나이]에 대한 악몽같은 환상이 등장하는 것보면 실제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실제인가 아닌가가 별루 중요하지 않겠죠. 실제이더라도 그 긴 파커의 일기장에서 꼭 집어 오손웰스에게 "The most hideous man in the world"라고 한 부분을 보여줄 필요는 없을테니까요..^_^ 아마 피터잭슨감독의 장난일 듯 합니다. 여하튼 오손웰스는 강물로 흘러가 물속으로 처박혀 사라집니다.

 

잊지 못할 장면이 많은 대단한 영화를 너무 늦게 본 느낌입니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영화배우로 등장하는 케이트 윈슬렛(흄)은 이 영화이후 헐리우드로가서 승승장구하죠. 근데.. 파커 역의 뉴질랜드 배우 멜라니 린스키의 표정이 훨씬 잊혀지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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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언제던가 2003년의 봄

설날, 이곳저곳 블로그를 기웃거려 봐도, 일이 있거나 없거나, 제사를 지내거나 아니거나, 명절 노동에 시달리거나 혹은 아니거나, 이렇게 저렇게 약간은 다른 하루를 보낼 것 같다...아마 그래서 별로 글이 올라오지는 않는 거겠지. 아마 설 저녁 쯤이 되어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서 나오겠지. 글쎄, 명절이란게, 어떤 의미를 크게 가져본 적은 어릴 적 말고 없지만, 그래도, 심심하고 뭔가 가슴속에 떠 오르는게 있는 걸... 약간 슬프네. 표현할 수 없지만 약간은 우울함 비슷한 것, 술마시고 싶음 뭐 그런 것들. 재작년 설날이나 작년 추석에도 외국에서 떠돌고 있었구나... 그런 감정들.

 

머리만 덜렁 있는 부처. 뉴욕 큰도시 박물관(New York Metropolitan Museum) 구석탱이 복도에 안내 팻말도 찾기 힘든. 그냥 불상 머리. 2003년 4월 한국에 돌아가기 직전에 잠깐 시간내어서 휘청휘청 걸어다니던 박물관이 떠 오른다.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이상한 도시 이상한 건물에 우울하게 처박혀 있는 듯 한 느낌... 가만 보자, 외국 "여행" 이란 걸 떠나 본적이 없었구나. 전부 일이 있어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네.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는 불상머리 같다. 지금.

 

흠..아까 연구실에 앉아서 적은 글이 너무 우울하네. 그래도 닭의 해가 시작되었는데.. 힘차게 다시. 그래도 역시 통닭에 맥주가 먹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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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펠라 교수의 경우

 

이글은 행인님의 [위험한 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없을 것 같기도 한 글입니다.

 

김민수교수가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따른 고등법원 재판에서 승소함에 따라 이제 복직의 길이 열렸습니다. 서울대가 즉시 재임용절차를 밟겠다고 합니다. '재임용절차'라는 것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여하튼 분명히 복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얼토당토한 일로 한 사람의 생에서 6년을 뺏어가고, 또 서울대에서 김민수교수가 고용한 변호사의 수임료까지 모두 부담해야한다는 판결이 났기 때문에, 서울대 당국은 6년동안 자신들이 고용한 변호사 수임료와 김민수교수의 변호사 수임료를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지불하게 되었습니다. 세금내었던(^_^;;) 납세자 입장에서 서울대+미대교수들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네요.

 

김민수 교수의 일은 대학의 비상식적인 패거리문화와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똥덩어리들이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한 교수의 일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진행되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답니다. 그 교수는 '이그나치오 챠펠라(Ignacio Chapela)'라는 멕시코계 미생물 생태학자(microbial ecologist)입니다.

 

 

챠펠라 교수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자연자원대학(College of Natural Resources)의 환경과학정책관리학과(Department of Environmental Science, Policy, and Management) 부교수(associate professor)입니다. 미국에서는 정교수가 되기전까지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고, 정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다시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챠펠라 교수는 정교수 심사에서 탈락했습니다. 물론, 탈락할 수 있고, 이곳에서는 탈락하는 경우가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일단 탈락된 과정이 무척이나 수상합니다. 일단 그 학과의 교수들의 투표에서 부터 정교수 심사가 시작됩니다. 2000년에 진행된 투표에서 32명의 교수가 찬성, 1명이 반대, 3명이 기권을 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 구성된 임시위원회(5명)에서는 만장일치로 정년심사를 통과시켰습니다.

 

그 다음, 일이 굉장히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위원회의 의장(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이 대학으로부터 위원회의 보고서과 위원구성이 잘못되었다는 추궁을 당한 후 그 자리를 사퇴합니다. 그리고, 위원회에 참여한 익명의 위원들이 이런 일련의 대학의 압력에 대한 비판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대학의 대변인은 위원장이 위원회가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사퇴하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통과 관문인 대학 예산위원회(이 위원회는 주로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승인하는 정도의 역할을 해오고 있었지만)에서 챠펠라 교수의 여러 업적은 인정하지만, 연구성과 미흡으로 종신교수직을 줄 수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챠펠라 교수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 예산위원회의 구성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저 아래에...

 

사람들은 이런 이상한 일들의 배경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와 대학간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챠펠라교수가 속한 단과대학(자연자원대학)은 지난 1998년 다국적 거대 biotech인 노바티스와 사상 유례없는 계약을 하게 됩니다. 계약의 내용은 5년간 2천5백만달러(약 250억원)의 연구비를 단과대학에 지불하고 그 기간동안 돈을 받고 수행된 대학의 연구로부터 나온 모든 결과에 대해 회사가 특허권행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일을 공개적으로 가장 강하게 비판하고 다닌 사람이 챠펠라 교수입니다. 챠펠라 교수의 공개적 비판으로 이 계약은 전 미국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런 공개적 비판 이외에, 챠펠라와 그의 학생인 퀴스트가 2001년 [네이쳐]라는 저명한 과학저널에, 유전자 조작 농작물의 변형 DNA가 이미 자연생태계로 전파되었다는 충격적인 연구관찰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연구결과가 얼마나 충격적인 것인가 하면, 만약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재배되고 있는 모든 유전자 조작 농산물들을 없에야 되고 그것을 만들어온 모든 다국적 biotech은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전부 망할 지도 모를 정도의 결과입니다(망할 수 있다는 건 그냥 저의 추측입니다^_^). 지금까지, 노바티스 등 거대한 다국적 biotech의 주장에 따르면, 그들이 만든 유전자 조작 농산물은 한세대만 살고 자연적으로 사멸하도록 프로그램 되어있기 때문에 자연생태계로 퍼질 수 없다고 합니다. 결국 이 연구 결과는 이들의 주장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런 변형 DNA가 자연계에서 어떻게 진화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다가오는 자연 생태계의 변화에 대한 공포스러움은 어떠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도 극복가능한게 아닙니다.

 

당연히 이 논문은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네이쳐]는 공개적으로 이 논문의 출판에 약간의 기술적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 논문출판 자체를 철회(!)하는 전무후무한 결정을 내립니다. 이쪽의 과학적 방법론에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제가 듣기에는 이 논문의 중요 주장을 바꿀만큼의 잘못은 아니라고 알고 있고, 퀴스트와 챠펠라 역시 약간의 기술적인 결함(flaw)은 인정하지만, 논문의 주요주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네이쳐]의 이와 같은 결정은 위 사건과는 별도로 과학논문출판업자와 과학기술자, 그리고 기업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여기서, 앞서 이야기한 예산위원회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주장한 이유가 드러납니다. 캠퍼스 예산위원중 한명인 유전 및 발달생물학과의 제스퍼 라인교수가 이전에 소유한 회사(Acasia Biosciences)가 노바티스와 거래관계였고 또한 그는 노바티스와 단과대학의 계약관계를 주관한 위원회에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챠펠라측 변호사는 genetic engineering을 이용한 회사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대학의 학문적 결정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지만(마치 딕 체니가 민주당 부통령후보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 결국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아래 사진은 챠펠라 교수가 지난 학기 마지막 강의를 마치고, 강의실 밖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을 보도한 학내 신문의 웹페이지입니다. 이제 지루한 재판이 시작되겠죠. 챠펠라교수는 다른 곳에 자리를 알아볼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자신은 이곳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불법적으로 쫓겨났기 때문에 반드시 되돌아 올거라고 말했습니다.


 

김민수 교수의 예에서 보듯이, 챠펠라 교수도 지난한 싸움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대학과 기업간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이공계연구자들을 볼 수는 없죠. 그 이유는 일단 기업이 특별히 많은 돈을 대학에 투자하지 않고, 또 위의 노바티스와의 계약같은 황당스러운 일들이 벌어지지 않아서 그럴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직 전근대적인 사립대학의 행태 혹은 김민수 교수의 예와 같이 과거의 똥들과 부화뇌동하는 것들과의 싸움이 대부분이죠. 하지만, 이런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은 듭니다. 패닉 교육부총리의 기용이 이와 무관하지 않겠죠.

자세한 자료는 www.tenurejustice.org라는 웹페이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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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

한겨레 신문에서 본 연합뉴스기사 중 태국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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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남성 기관지서 7㎝짜리 거머리 제거
태국 북부 관광지 치앙 마이에서 한 남성의 목 기관지에 거머리가 붙어 있는 것을 의료진이 발견,제거했다고 태국 언론이 29일보도했다.

치앙 마이 나콘 핑 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찻차이 콘랑시솜본 박사는 이 남성이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 검사해보니 목 기관지에 7㎝ 길이의 시커먼 거머리가 들러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

의료진은 불결한 물을 마실 경우 거머리 등이 물과 함께 사람 몸속으로 빨려들어간후 몸속에서 계속 커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콕/연합뉴스)
http://www.hani.co.kr/section-007000000/2005/01/0070000002005012914112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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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위 노란 색 글에 시선이 고정되었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이




영화 [에이리언 1]에서 첫번째 에이리언이 등장하는 장면:


 

설마, 이정도는 아니겠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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