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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점심먹다가, 지구 온난화를 이야기하다, Kyoto협약을 이야기하고 미국이 왜 Kyoto협약을 계속 거부하고 있는가를, 친구들과 이야기하다가, 미국의 인구를 고려할 때, 도데체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미국에서 배출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다, 갑자기,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가, 인구 비율로 생각하면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 총 체중 비율을 고려하면 배출량이 그것에 비례할 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맞는거 같다.

------------------------------------- 자주 찾아가던 친구의 cyworld홈페이지가 얼마전 부터 firefox로 볼 수가 없다. 그냥 주소를 치면, cyworld의 메인 홈페이지로 간다..어.. 저는 거기 가입할 생각이 없다구요.. 그래서 explorer라고 불리우는 웹페이지 viewer를 이용하면 똑 같은 주소를 쳐도 잘 보인다. 그런데, 거기서도 그 홈페이지를 나가면 자동으로 또 다시 cyworld의 메인 페이지로 간다... 난, 내 친구의 홈페이지를 보고 싶은거지, cyworld의 메인 홈페이지를 보고 싶은게 아니라구요...라고 멱살잡고 cyworld홈페이지 관계자의 목을 흔들고 싶다. 예전에 그렇지 않았다구요.. 뭘 바꾼거죠? 라고... 그렇지만, 만약, 그 사람이, 왜 그러세요.. 여기 홈페이지를 만든 사람들은 그것에 동의한 사람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난 사실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그건 만든 사람들 이야기이고, 보는 나는 다른 놈이쟎아.. 당신네 홈페이지 보기 너무 힘들어..라고 마구 이야기하고 싶네... 여하튼 불편하네. firefox로 이것저것 보다가 explorer로 보다가.. 자동으로 이것저것 웹페이지에 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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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풍경사진

요즘, 오후에 안개가 태평양에서부터 밀고 들어오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저녁까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풍경사진입니다. 전체적인 색깔들이 많이 바뀌어서 white balance를 제대로 맞추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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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여름휴가를 가려다가 이런저런 사정상 포기하고 그냥 있기로 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는 데, 그곳은 알라스카. 그 알라스카 중 제일 북단에 위치한 곳. 간단한 사진은 이곳에서.. 여기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시애틀까지 기차타고(또..^_^)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가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여름이 알라스카의 관광성수기라서 비행기 값도 비싸고 숙박비도 비싸고.. 이것저것이 너무 비싸다. 또 같이 갔으면 했던 사람이 못 온다고 해서.. 나중에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서 저축도 해서 가야겠다. 그래서 열심히 Lonely Planet Alaska를 읽고 있다. 그렇지만, 가려면 빨리 가야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알라스카 남쪽 지역에서는 빙하의 후퇴속도가 너무 빨라서, 10 여년전에 지어놓은 빙하관람용 전망대에서는 더 이상 빙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전부 없어지기 전에 가야한다. 오늘 영국신문 가디언을 보니, 서시베리아 동토가 아주 빠른 속도로 해동(thaw)되고 있다고 한다. 독일과 프랑스를 합친 면적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서시베리아의 땅덩어리에는 토탄 늪(peat bog)이 아주 많은데, 녹으면서 엄청나게 많은 양의 메탄가스가 나올 것 같다고 한다. 약 11000년 전에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얼어붙어 지표면에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이제 서서히 대기중에 흘러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더한 온실가스라는 점. 일종의 가속작용이 일어나겠구나. 이런 식으로 가면 지구가 많이 뜨거워 질 것은 불보듯 뻔하다(여전히 지구온난화는 '논란'이 있는 '과학적'주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 제발 그만). 그러니, 알라스카에 빙하가 전부 사라지기 전에, 한 번 눈으로 봐야겠다. 미국에 있는 선군정치가들(특히 지금 여름 휴가 중인 수령과 그 일당들)은 중동의 민중들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인류가 살아 생전에 빙하를 볼 기회를 박탈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빙하가 사라지는게 먼저일까 인류가 지구상에서 의미가 없는 개체 수로 남는 것이 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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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오전 8시 15분

언제나, 묵직하게 머리 속을 짖누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핵폭탄의 열폭풍으로 온몸이 가루처럼 날아가고 히로시마 교회당의 무너진 벽에 그림자로만 남은 사람들의 사진들. 어디서부터 단추를 잘 못 채워 나갔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도데체, 지난 200년간 무엇을 한걸까? 얼마전, 태어난지 두달이 지난 아기를 보고, 아기에게, 넌 2100년까지 살겠네, 그럼 그때는 자동차가 날아다닐까, 라고 이야기했더니, 옆에서 한 친구가 글쎄, 꼭 앞으로만 가라는 법은 없어, 라고 했다. 엉... 잠깐, 김치가 떨어져서, 나의 15년 된 1톤이 훨씬 넘는 낡은 차를 끌고, 30분을 달려 갔다 30분을 달려 왔다. 그래, 이것도 사실 앞으로 온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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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nana republic

낮에 우연히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안 편지를 읽게 되었는데, 예전의 한나라당이 저지른 탄핵사건과 맞물려서, 위 단어가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Wikipedia에서 그 뜻을 친절하게 설명해놓았는데,

 

Banana republic (or Bananaland) is a pejorative term for describing a country with a non-democratic or unstable government, especially where there is widespread political corruption and strong foreign influence. It is most often applied to small countries in Central America or the Caribbean

 

(바나나 공화국은, 특히 만연한 정치적 부패와 외국의 강한 영향아래에서, 비민주적이거나 혹은 불안한 정부를 가진 국가를 경멸조로 부르는 단어이다. 주로 중앙 아메리카의 캐리비안 해협에 있는 작은 국가들에게 자주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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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년

파티님의 [그땐그랬지] 에 관련된 글. 

네트워커를 읽어보려고 찾아갔던, 진보넷 홈페이지에서 블로그 데모꾼을 모집한다는 말을 듣고 아무생각 없이 시작한 블로그가 벌써 일년이 되었다는 군요. 일단, 수고하셨고, 축하드린다는 말을 전해드립니다.

 

사실, 이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는 컴퓨터는 일 때문에 쓰는게 거의 전부였는데, 지금은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쓰고 다른 블로그도 읽고 보면서 참으로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주년을 맞이한 기념으로 예전에 알엠님이 물어보셨던 "사진을 글의 좌우에 올리는 방법"을 자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1) 일단 그림을 올립니다. 올릴 그림은 sample.jpg

 

그럼, 아래 그림과 같이 글 밑부분에 sample.jpg가 보입니다.

 

 

2) 위 그림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부분의 HTML 수정이라는 버튼을 눌러주면 위 페이지가 다음과 같이 html언어로 표시됩니다.

 

 

3) 위 그림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네줄이 그림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P 에서 시작해서 /P 로 끝나는 네줄이 한 단위입니다. 여기서 파란색으로 밑줄친 "border=0" 옆에다

align=left 혹은 align=right라고 써준 후에 원하는 부분으로 잘라 붙입니다. 즉, 글 첫머리에 그림이 왼쪽으로 정렬되기를 원한다면 align=left 라고 써준 후 위 네줄을 제일 앞으로 옮기면 ,

 

 

위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제일 아래에 있던 네 줄을 제일 위로 올렸고(사용하고 있는 브라우저의 편집(Edit)메뉴 중 자르기(cut)과 붙여넣기(paste)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밑줄 친 부분을 보면, border=0옆에align=left라고 써서, 그림을 왼쪽에 놓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다음, 맨처음 눌렀던 오른쪽 귀퉁이의 [html 수정]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면, 이 글의 제일 위 처럼 진보네가 글 첫머리 왼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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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곳에 와서 처음 6개월간 매일 출퇴근때 걸어다니던 길에서 총기사망사고가 났다.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곳이라, 많이들 놀라고 있다. 학교에 인접해 있고, 커다란 대학기숙사 건물이 여럿 있고, 교회들이 주욱 늘어서 있는 길이다. 그래서 매우 독특하게도 금요일과 주말, 일요일 저녁 늦게까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많이 왔다갔다하는 활기찬 거리다. 그곳에서 새벽 1시에 자동차를 몰고 온 한 괴한이 기숙사 바로 앞 길거리에 친구들과 서 있던 여학생을 쏴버리고 도망갔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실은 아직 보도 되지 않고 있다.

 

처음에 미국에 올때는 총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사실, 점점 무감각해진다. 왜냐고? 자주 총기 사망사고 뉴스가 나오니까, 마치 한국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강도 뉴스랑 비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냥 무감각해지는 것이다. 마치 매일 사건사고 뉴스를 봐도 자신의 일이 아니면 무감각해지듯.

 

한 3주전에는 인근 도시인 리치몬드에서 4-5일간 연달아 매일 매일 총으로 사람이 죽고, 죽이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런 정도의 총기 사망 뉴스는 그냥 '지역뉴스 local news' 다. 아마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가거나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가면, 그 지역은 또 그 지역에서 총맞아 죽는 사람 보도 하기도 바쁠꺼다. 그래, 전 미국에서 6시간에 1명씩 13세 이하 어린아이가 총기사고로 사망하는데, 그걸 전 미국에서 전부 다 보여주면, 매일매일 뉴스하기 힘들겠지. 매년 한 4만명 정도 총으로 죽는다는데, 웬만한 내전하는 나라하고 거의 비슷한 수준인 듯 하다.

 

글쎄,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워싱턴 근교에서 집에서 TV보다 길거리에서 벌어진 총싸움 와중의 유탄이 날아들어 총 맞아 죽어버린 사람같은 경우만 아니라면, 일찍 집에 와서 콕 박혀 있으면 무슨 일이 있겠는가.

 

이런 총기 사망사고와 지역의 연평균 소득과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자료를 본 기억은 없다. 이곳만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리치몬드란 도시는 공장지대+흑인 밀집 거주지역이고, 위험하다는 오클랜드의 일부분 역시 가난한 지역이다. 반면, 오클랜드시에 섬처럼 붕떠 있는 백인부자들의 도시와 버클리의 북쪽지역의 부자 동네에서 위험지역과 총기사고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다.

 

4천만명이 의료보험도 없이, 서로 총으로 죽고 죽이고, 대규모 정리해고가 상시적으로 행해지는데도 LA폭동같은 것이 아주 가끔 일어난다는 것이 어찌보면 놀랍다. 아마도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일종의 내부의 식민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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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여행2

Getty Center가 있는 LA는 두번째 가본 것이긴 하지만, 갈때마다 참으로 이상한 느낌이 드는 도시랍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차이나 타운]이라는 영화를 보면 잘 나와있듯이 남 북아메리카 지역은 물이 매우 소중한 곳입니다. 그 곳에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천만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 도시인 LA와 샌디에고 등등의 도시가 해안가를 따라서 형성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좋긴 하지만, 강수량이 너무 적어서, 엄청난 토목공사를 통해 물을 확보한 후 일년 사시사철, 인공적으로 물을 뿌려대며, 푸른 잔디와 숲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멀리서, 언뜻 보면, 이곳이 원래 거의 건조한 사막기후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녹지와 잔디가 잘 보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거의 모든 잔디밭에서 물을 뿌려대는 호스들을 보는 것도 처음에는 무척 놀랄 일입니다. 샌디에고에 사는 선배의 말에 따르면, 같은 기후에 비슷한 자연환경이라도 국경근처에서 바라보는 멕시코 해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런 자본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추측은 해보지만, 가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추측으로 남겨둬야 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식의 커다란 도시를 이곳에 만들어서 유지한다는 자체가 이미 엄청난 에너지의 소모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하튼, Getty Center를 둘러보고는 돌아오는 길에 LA를 벗어나 남쪽에 있는(도시 이름은 잊어버렸습니다) 꽤 커다란 한인타운(Orange County 어쩌고 저쩌고 였는데...)에 가서 근사한 저녁을 얻어먹고, 다시 샌디에고의 선배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간단한 샌디에고 주말여행을 끝냈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서, 조금 더 일정을 늘려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도 했지만, 나중에 한 번 더 찾아 오기로 하고는 간단한 술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하루종일 세아이와 함께 고생하면서도, 저녁식사까지 대접해주셔서 선배와 형수님께 무척이나 고마웠습니다. 언제 한 번 꼭 다시 찾아뵈어야겠죠.

 

출발하기전에 예매 한 기차표대로라면 아침 6시 45분에 샌디에고에서 출발하여, 2시간을 달려서 LA에 도착한 후 약 1시간 30분을 기다려서, 미서부 종단열차를 12시간 정도 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밤 10시 도착, 버스를 타고 집으로. 새벽같이 근처 Amtrak역으로 가서 남쪽 도시와 도시를 잇는 Pacific Surfliner라는 기차를 타고, 정확하게 예정대로 LA에 도착했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도시간 열차도 옆 사진의 대륙종단 열차처럼 이층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전부 이층기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LA 역에서 보인 거의 대부분의 열차들이 이층이었습니다. 예전에 뉴욕에서 뉴저지의 한 도시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이용했던 기차는 80년대 통일호 같은 것이었는데, 그런 것은 보이지 않더라구요. 사실, 샌디에고를 갔다가 기차로 돌아온다고 한 미국인 동료에게 이야기했더니, 경치가 대단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들리는 이야기로 "It's never on time (절대로 시간 맞춰 운행하지 않는다던데..)"라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LA에 정시로 도착했었습니다.

역시,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는 도시 답게 천만명이 넘게 사는 도시의 중앙역인 LA union station의 대합실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꽤 오래되어 대충 눈으로 보이는 곳은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즉, 조금이라도 구석진 곳은...--;;). 특이한 점은 보통 이런 공공시설에 허락받지 않고 물건을 팔거나, 노숙자들이 들어오는 것을 경고 하기 위한 경고판에는 'xxx를 위반시 고소당할 것(prosecuted)'이라고 적혀져 있는데, 이 곳은 'xxx를 위반시 체포당할 것(arrested)'라고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글쎄요, 많은 여행 가이드에서는, 왠만하면, 될 수 있는데로, 아니 다른 수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LA 역 근처를 가지마라, 라고 되어 있어서, 내심 걱정했지만 이른 아침시간이라서 그런지, 혹은 몇일전 일어난 London 폭발사고 때문에 많은 경찰들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그렇게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기름기 덩어리인 미국식 아침식사(계란+소시지+커피)를 하고, 30여분 쯤 앉아 있다가, 이제 출발할까 하면서 안내판을 보니, 기차가 40분 연착할 거란 안내문이 떴습니다. 흠..그래, 하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다가, 다시 가보니, 1시간 30분 연착할 거란 말이 들리고.. 어이구야, 정말 'never on time'이구나하고 생각하는데, 텍사스에서 출발해 LA로 도착하는 횡단열차가 예정시간보다 5시간 늦게 도착할 거라는 안내문을 보고는, 가장 단순하게 계산해도, 버스가 다닐 때 집에 도착하기는 이미 불가능해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아는 후배녀석 전화기에 마중나와 달라는 부탁을 남겼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기차가 언제 정확하게 출발할 지 몰라서, 한 밤12시쯤에 도착하지 않겠냐며, 도착역의 역무원에게 전화로 물어보고, 꼭 와달라고 부탁한 후, 다시 가보니, 앗뿔싸, 2시간 연착 메세지가 떴습니다. 그래서 황망히, 시간 안내판을 사진으로 찍고 있으니, 방탄복에 온갖 총과 탄창, 무전기등등으로 완전무장한 경찰이 다가오더니, 사진찍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왜 그러냐, 라고 했더니, 테러경보가 상향조정되어서, 역의 매점과 안내판등등을 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래도 찍고 싶으면 신청서를 내라고 하더라구요. 여하튼 신분증보여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갔습니다. 처음에 갑자기 중무장 경찰이 다가와서, 뭐하는거냐 직업이 뭐냐라고 물어봐서, 당황한 나머지 직업을 'scientist'라고 이야기 해버렸더니, 경찰이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LA역에서 거의 네시간을 기다려 기차를 타러 갈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기다리다 지쳐서, 출구로 와 몰려갔더니, 일단 좌석을 배정받아야 한다면서 한명씩 어디로 갈거냐고 물어보고는 이 쪽 칸으로 가라 저 쪽 칸으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또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좌석을 배정받고, 기차에 탈 수 있었습니다. 테러 경보가 상향조정되어서 사진이 있는 신분증이 없으면 기차를 탈 수 없다는 안내방송이 역에서 계속 나왔지만, 2시간 연착에 정신없는 좌석배정때문인지, 신분증과 짐도 건성건성으로 보더니, 출발해버렸습니다.

 

 

이 서부 종단 열차는 해안가 주요도시를 연결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차 노선이 해안가에 인접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차를 타고 천천히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좋았습니다. 물론, 곳곳이 외선 뿐이라서, 오는 기차를 기다린다던지 하는 이유로 무척이나 천천히 갔지만, 기차 자체가 이층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높은 곳에서 바라다본 태평양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아름다운 도시 산타바바라를 거져 지나가다 보면 왼쪽 태평양 쪽으로 무엇을 위한 건물들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곳곳에 해안가에 집들이 있고, 반대편은 캘리포니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잡초로 뒤덮인 낮은 언덕들이 계속 이어져 있었습니다.


 

2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음에도, 기차 운행은 여유 만만. 중간중간 역에서 쉴때마다, 담배한대 피실분은 내려서 피고, 허리 운동도 좀하세요..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길게는 20-30분씩 쉬어 갑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구간과 자연환경이 나오면, 함께 동승한 국립공원 관계자가 설명도 해줍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지나고 있는 지역은 xxx 이고, 왼쪽을 보시면 xxx". 잠깐, 이 열차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가 햇갈리고, 단체 관광모드로 바뀌기도 하고, "자 이제, 전망열차(이층 객차의 창문과 지붕을 전부 유리로 만든 곳)와 식당에서, 오늘 저녁 영화 히치를 상영하니, 관심있는 분은 와서 보세요"라는 안내방송도 나오고.... 그렇지만, 예상도착 시간표를 왜 인쇄했을까 싶게, 기차는 연착에 연착을 거듭해서, 혹시, 내일 아침에 도착하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과 혹시, 후배는 대합실에서 저녁 10시부터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에.... 시달려 봤자, 달리 해결책이 없기에, 에이, 맥주나 한잔하고 경치나 즐기자며 일층 식당칸으로 갔습니다. 중국 컵라면 하고 달디단 빵으로 일단 허기부터 채우고, 맥주도 한잔하고, 창밖은 계속 태평양. 결국, 예상보다 4시간 20분 늦은 새벽 2시 10분쯤에 도착했습니다. 역에 나와달라고 부탁했던 후배는 밤 12시경 역에 왔다가, 역무원은 다 자고 있고 안내도 없어서, 처음에 약간 황당했다가, 기다리던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서 2시쯤 도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에 다시 왔었다고 합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웬만한 도시들은 열차를 이용해서 갈 수 있고, 그 대륙횡단 열차가 20세기 초반 미국자본주의 발전에 엄청난 기여를 했죠. 지금도 아주 많은 화물들이 대륙횡단 열차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옛날옛적 서부에(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보면 그 철도 건설 뒤에 얽히고 섥힌 자본가와 개척민들과 총잡이들의 서부개척 "로망"과 음모들을 볼 수 있답니다. 물론 배경화면으로 대륙횡단 철도의 서부쪽의 실질적인 철도 건설자인 중국인 이민 노동자들의 중노동도 보실 수 있습니다. 동부쪽은 대략 아일랜드 이미 노동자들이..

글쎄요, 다시 철도를 이용할 일이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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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고 여행

선군정치 아래에서 지속불가능한 삶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대체로 대부분 뚱뚱한) 미국인들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실은 원주민에게 약탈한 것이지만) 자연환경이랍니다. 남의 나라에 아낌없이 포탄을 쏟아붓는 모습과 지극히 정성스럽게 자신들의 땅을 가꾸는 모습은 참으로 이율배반적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역사가 원래 그렇게 발전되었기 때문에 이런 분열증적인 행동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오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짬을 내어, 예전에 참으로 오래 가까이 지냈던 선배가 살고 있는 샌디에고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이곳에서 샌디에고로 갈 수 있는 교통편으로는 사막을 관통하는 5번 고속도로를 통해 LA를 통과한 후에 샌디에고로 가는 방법 (쉬지않고 달리면 약 6-7시간 소요)이나, 비행기 (1시간 40분)를 타거나 기차 (10-15시간)를 이용하는 겁니다. 혼자서 차를 몰고 아무 것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 직선으로 나 있는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건 재미도 없고 위험할 것 같아서, 비행기를 타고 가서 기차로 오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기차도 어떤 노선을 선택할 것인가에 따라 5시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제가 선택한 방법은 캘리포니아 해안에 있는 주요 도시(샌디에고-LA-산타바바라-몬테레이-산호세-샌프란시스코-포틀랜드-시애틀)를 모두 연결하고 북쪽 워싱턴 주 시애틀까지 바로 연결되는 'coast starlight'라는 기차편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금요일은 시간대에 따라서 같은 항공사의 샌디에고 행 비행기라도 4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싼 비행기를 이용해서 샌디에고 도착했습니다. 간단하게 선배가 일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 캠퍼스(UCSD)를 둘러보고, y"=A*y*y 라는 비선형미분방정식의 일반해가 있는가 잠깐 앉아서 고민하다가, 샌디에고 해변가에 가서 간단하게 둘러 보았습니다. 넓은 해안의 일부분은 UCSD의 연구소들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샌디에고는 굉장히 남쪽에 있지만, 막연히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강한 햇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5월 날씨같은 상쾌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어.. 참 살기 좋은 기후구나'.. 하는 느낌. 찾아갔던 선배의 가족은 요즘의 일반상식과는 무척 동떨어지게(!?) 세자매를 낳아 키우고 있는 대가족(!)이라, 오랬만에 사람사는 듯한 북적북적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습니다. 집근처 공원에 가서 해가 질 때까지 고기+새우+고구마등등도 구워먹고 술도 한잔 하고 오랬만에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어째 지금 생각해보니, 이곳에서 혼자서 무척이나 이상한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회생활이 교회나 유학생모임을 중심으로 돌아가거나 가족중심으로 사는 곳이라서, 그 어느 곳에도 들어갈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독일에서 살다온 한 친구는 너무 답답한 나머지 독일에서부터 절에 다니기 시작해서 이곳에서도 꾸준히 다니고 있죠) 그냥 밤중에 맥주사다 홀짝거리거나 주말 아침에 늦게 일어나 다리가 아플때까지 동네 뒤 산꼭대기를 올라가는게 거의 전부죠. 그래서 전화를 하지 않는 날이면 영어도 한국어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주말을 자주 보내곤 합니다. 

 

  보통 샌디에고로 여행을 하면 그곳에 있는 유명한 동물원이나, Sea World라는 유원지를 가보라고 추천합니다. 하지만, 그곳들은 이미 선배의 가족들은 가본 곳이고, 저 또한 이런 행락지에는 커다란 관심이 없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가 추천한 LA북쪽에 있는 Getty Center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승합차(!)에 가족과 저를 태우고, LA 북쪽으로 갔습니다. Getty Center는 J. Paul Getty 라는 석유로 떼돈을 번 갑부가 모은 미술품과 장식품을 전시한 곳이랍니다.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버리힐즈 북쪽 LA에 엄청나게 넓은 건물에 엄청나게 유명한 미술품들이 모두 Getty의 개인재산과 개인소장품이란 것이 놀랍습니다. 이곳은 LA전체를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차료 7$ 만 내면 나머지 전부(박물과 입장과 tram 이용등등)가 무료입니다. 아침에 선배 형수님이 고생하시며 만든 김밥을 먼저 먹고, 박물관에 들어가서 유명한 고흐, 르느와르, 크노프의 그림들도 보고 플래시를 터뜨리지 않는 사진촬영은 허용되어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알마 타데마, 밀레, 고야, 크누프, 세잔, 등등이 그린 아줌마, 아가씨, 아이, 아저씨들의 초상화도 보고 사진도 찍고...

 

Getty Center를 찾아가게 만들었던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였던 램브란트 후기 초상화 특별전을 찾아가서 그의 최후의 초상화 연작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유명한 후기 초상화들을 한 곳에서 볼 기회를 이렇게 우연히 가지게 되다니! 물론, 아이들 세명 중 두명은 나중에 자신들이 램브란트 후기 초상화 연작들을 봤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나이였지만,  뭐, 그렇더라도 크게 울지도 소리도 지르지도 않는 착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사진촬영을 제지 당해서 그림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사도바울로 분한 램브란트(a self portrait as Apostle Paul)와 (성 프란시스 로 추정되는) 책을 읽는 수도승(A monk reading) 초상화는, '그래, 이제서야 실물을 보았구나'하는 생각과 그림을 보는 거리와 각도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 그림을 향해 걸어가며 보면 마치 은둔자의 외로움에 점점 다가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데체 왜, 평생 수없이 많은 자화상을 그리던 램브란트가 말년에 이렇게 종교적 은유와 직유(당시에 거의 금기시 되던)를 자신의 자화상에 도입했는지 설왕설래가 많지만, 300여년 후에 바라본 이 두껍고 어두운 검은 유화들이 말하려고 하는 어떤 느낌이 전해지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 화창한 캘리포니아의 햇살 아래서 말입니다. 원래, 글을 시작할 때 샌디에고에서 기차를 타고 오면서 찍은 풍경 사진들을 주로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돌아오는 여정은 다음에 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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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전쟁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 영화 [War of the Worlds-우주전쟁]를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최근 스필버그가 만든 두 개의 SF영화들(minority report와 A.I.)보다는 괜찮다고 말했다가, 그 말 듣고 보러갔던 사람들이 나중에 보고와서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하냐며 이 영화는 재앙에 가깝다고 이야기했다. 솔직히, 난 A.I.만큼은 재앙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마도 너무나 한심한 영화를 연속적으로 보다 보니 기대수준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떻게 보면 약간 아이러니컬 하지만, 그의 가족에 대한 과도한 가치부여와는 별도로 그의 영화에서 빛나는 점은 공포와 서스펜스에 대한 묘사인 것 같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고, 이 영화의 초반부에서 다시 그 재능을 본 것 같아서 이전 두 작품보다는 즐겁게 보았다. 어차피, 오래된 고전의 탁월한 재해석 같은 것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수준이상의 컴퓨터 그래픽은 그 많은 제작비를 보면 당연한 것이니, 조금이라도 그의 재능을 확인한 것이 약간의 즐거움을 주었다. 초기의 TV영화 '격돌(Duel)'이나 '죠스'에서 보여준 것처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공포감을 쥐락펴락하는 그의 감독실력을 언제 한 번 다시 보고 싶다. 물론 불가능한 바램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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