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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 등록일
    2006/04/06 23:22
  • 수정일
    2006/04/06 23:22
두려웠으나 두려움조차 잊게 해 준 사회에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이 짧은 한 문장에 코오롱 동지들의 설움과 비애와 분노가 단단히 뭉쳐 있는 듯하다. 송전탑에 올라가 있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단식에 들어간다던, '죽음'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던 성명서. 오늘 사측이 교섭공문을 보내와 송전탑에 올라가 있던 동지들은 한 달 만에 땅에 발을 디뎠다고 한다. 이를 박박 갈면서 실천하자.


정부는 코오롱 노조탄압 주범 구속하고 이웅열 회장은 교섭에 나서라! 오늘부터 코오롱노동조합은 노조인정과 정리해고 철회를 위해 이웅열 회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노동부와 청와대 앞에서 집단 단식에 들어간다. 또한 지난 3월 30일 검찰이 코오롱 구미공장을 압수수색한 결과를 조속히 내고 책임자를 분명히 구속할 것을 요구한다. 코오롱은 작년 7월부터 합법적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일체의 교섭을 거부하며 9개월의 시간을 버티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시간동안 정리해고자 신분의 노조위원장을 회사가 지지하는 후보로 바꿔보기 위해 노조선관위원들을 돈으로 매수했고, 전세자금과 향응을 제공했으며,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조합원들을 관리하고 협박해 왔다. 그것도 부족해 구미공장 전역에 철문과 감시카메라, 철제울타리를 설치하고 폭력용역을 고용해 인권유린과 노조탄압을 저질러왔다. 코오롱의 도를 넘어선 노조탄압은 이미 수 십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될 만큼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코오롱은 전혀 자신의 범죄를 인정치 않고 있다. 도리어 대화를 요구하며 노조위원장이 동맥을 절단하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으나 “죽을테면 죽으라”고 한다. 코오롱노동조합 위원장과 2명의 동료는 구속되었다. 지난 3월 6일 구미공장 송전탑에 올라간 3명의 동료는 한 달째 생사가 달린 싸움을 하고 어제부터 단식에 들어갔다. 우리는 더 이상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코오롱이 이들을 살릴 수 없다면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 우리 동료들의 절박한 투쟁을 끝내기 위해 우리 모두는 다 죽기를 각오했다. 우리들의 단식이 다른 이들의 단식처럼 끝날 것이라 생각지 마라. 내 동료를 구하는 길은 바로 내 목숨을 거는 길밖에 없었다. 노동부에 촉구한다. 9개월째 노조를 부정하고 교섭을 거부한 코오롱에 분명한 책임을 물어라. 교섭에 나서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은 벌써 2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우리 동료들은 철탑 위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고, 최일배위원장은 자신의 동맥을 잘랐다. 앞선 동지들이 주저하지 않고 간 길을 이어가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우리 모두가 그 길을 뒤따르기로 했다. 누군가 정말 죽어야만 끝날 싸움이라면 우리는 모두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서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21세기를 온 세상에 고발할 것이다. 두려웠으나 두려움조차 잊게 해 준 사회에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2006년 4월 5일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코오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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