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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2 Mythos 1 - '우물의 망령 리디아' 편

*리니지2 Mythos는 아덴월드에 전해져 오는 설화나 전설 민담등을 꽁트로 엮은 짧은 글입니다^^

 

 

우물의 망령 리디아

 

 리디아가 마을의 제의를 주관하는 샤먼으로 추대된 것은 엘모어군이 아덴의 북쪽 변경을 기습적으로 공습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전대 샤먼이었던 리디아의 모친이 지병으로 숨을 거둔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샤먼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맏게 된 리디아에게 그보다 훨씬 더 큰 시련이 닥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운명과 우연을 관장하는 예언자의 신 그랑카인 조차도 말이다.

 성채가 엘모어군에 의해 기습적으로 점령당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은 매일 순시를 돌던 왕성의 파견기사들이 보이지 않는 것에만 의아해 했을 뿐 성채의 방어를 담당하던 기사와 판무관들이 이미 성채 자체를 포기하고 아덴왕성으로 도피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제사장 리디아 역시도 우울한 검은 안개가 뒤덮혀 있었던 예언의 꿈을 정확히 해석해 내지 못했다. 다만 무언가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채로 평소대로의 일과를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기습적으로 성채 점령에 성공한 구스타프 켄 베너하임 엘모어군 사령관은 전략적인 요충지인 성채의 점령에 성공하였지만 본국에서의 연락병이 도착하지 않는 점을 불안해하고 있었다. 성채 깊숙한 곳에 마련된 임시 참모회의자리에 베너하임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믿음직한 참모인 미하일 켄 요툰과 디트리히 반 카이서를 대동하고 앉아 있었다.

 

 "미하일, 디트리히, 아직도 전령의 소식은 없는건가?"

 "네, 장군. 엘모어 본국에서의 명령이 늦어지게 되면 아무래도 기습적인 성채함락이라는 전술적인 이득을 상당부분 놓치게 될 것이 뻔합니다. 아무래도.."

 

 베너하임은 깍듯한 경어를 사용하는 그의 지기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다.

 

 "디트리히, 제발 우리끼리 있는 자리에서 그놈의 장군소리 좀 집어치우게. 자네까지 그러면 나는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라"

 

 잠시 동안의 침묵은 누구보다도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작전 책임자인 베너하임에 대한 친구들의 배려였다. 같은 시기에 군에 몸담았지만 전통적인 왕족가문인 베너하임가의 자손이라는 이유로 친구들보다 먼저 장군의 자리에 오른 것을 치욕으로 생각하는 베너하임에 대한 이해도 스며들어 있었다. 음울한 눈빛의 미하일이 베너하임에게 말했다.

 

 "구스타프..더 이상 본국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 아덴 놈들은 이미 성채 외곽에 엄청난 수의 기병대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어.. 아무래도 전령이 도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보급로의 차단도 고려해야할 것 같아.."

 "보급로의 차단이라..성채가 아무리 하늘이 내려준 요새라지만 보급이 끊어진 상태에서 아덴 놈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작전의 성공을 장담할 수가 없게 될 텐데.."

 

그때 부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군님, 본국의 전령이 도착했습니다."

 "뭐? 어서 이쪽으로 보내!"

 "그런데.. 전령의 상태가 좋지않습니다. 아덴 놈들의 공격을 받은 듯 합니다"

 "음.. 내가 가보겠네"

 

 전령이 목숨을 담보로 전한 내용은 그리 밝은 소식이 아니었다. 본국의 황제로 부터 온 명령은 즉각 성채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귀환하라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상황을 눈치챈 것은 아덴군의 포위망이 성채를 공격하기 시작한 때 쯤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엘모어군은 엘모어 왕의 명령에도 불복하고 성채에 남아서 결사항전을 계속한다고 했다. 비록 창과 방패가 뒤바뀐 상태였지만 전쟁의 포화속에 피부를 드러낸 주민들의 느낌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제사장으로서 리디아의 책임은 이런 혼란의 시기에 마을 주민들을 다독이고 혼돈에 이르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그 날 밤도 리디아는 마을의 상징적인 장소인 커단란 우물앞에서 제를 올리고 있었다. 그때 한무리의 군인인 듯한 인기척을 느끼고 리다아는 우물 옆 풀 숲에 몸을 숨겼다. 

 

 "신속하게 처리해라!"

 "옙"

 

 작지만 명확한 명령과 대답. 엘모어의 거치른 억양이 들려왔다. 리디아는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고 더욱 숨을 죽였다. 엘모어군으로 예상되는 인영들은 각자들고온 실레노스가죽으로 만든 물포대를 우물에 던저 넣었다. 리디아는 순간 저들이 하려고 하는 짓이 무엇인지 짐작하고는 무의식중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안돼 , 그곳은 신성한 곳이야!"

 "헛, 저건 뭐야? 어서 끌어내어 포박해라"

 

 리디아는 엘모어군에 의해 결박당한채 음울한 눈빛을 한 군인 앞에 꿇어 앉혀졌다. 그는 공포에 떨고 있는 리디아를 향해 말했다.

 

 "신성한 곳이라고 했나? 옷차림을 보아하니 마을의 무녀로군. 우리가 우물에 던져 넣은 저 것이 무엇인지도 대충 짐작하겠구만..그래 성채를 거점으로 아덴을 정벌하려던 우리의 작전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건 우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본국의 어리석음 때문이야!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어 않았다구.."

 

 혼자말처럼 되뇌이던 군인의 눈빛은 점점 광기로 물들어갔다. 리디아는 두려움에 질려 그의 눈빛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우리의 결사항전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 그때쯤이면 모두 성채에 뼈를 묻겠지 하지만 우리만 이렇게 개죽음을 당할 순 없지.. 우린 성채를 버리지 않을 거야. 원혼으로라도 남아서 성채를 지킬테다. 그리고 우리가 우물에 풀어놓은 독때문에 이곳은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것이다!"

 

 우울한 눈빛의 군인은 리디아를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아덴의 무녀여, 선택하라. 이자리에서 죽을텐가. 아니면 우물에 독을 푼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구차한 목숨을 지킬텐가?"

 

 군인의 질문에 리디아는 공포에 이성이 마비된 상태로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살려주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 흑흑 살려주세요"

 

 군인은 재차 물었다.

 

 "네가 믿고있는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느냐?"

 

 리디아는 잠시의 망설임이 있었으나 죽음의 공포는 그녀의 얕은 신앙심보다 더 컸다.

 

 "네 네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요..흑흑" 

 

 

 

에필로그

 

 30일이 넘는 항전 끝에 엘모어의 잔존 병사들은 모두 진압되고 성채는 다시 아덴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모종의 질병이 창궐한 탓에 아덴군은 성채를 버리고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덴군마저 버리고 떠나간 파괴된 성채 아래의 우물가에 리디아는 홀로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우물물을 마시고 죽어갈 때에도 리디아는 신의 이름으로 한 맹세 때문에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죄책감과 두려움은 마을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 되었을때 절망으로 바뀌었다. 리디아는 자신에게 부여된 시험과 고통을 원망하며 마을 사람들을 죽인 그 우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 후 그 우물 근처에는 지나가는 모든 이를 엘모어군으로 생각하고 살육하는 우물의 망령이 나타난다고 한다. 젊은 여성의 모습을 한 망령은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은 목소리로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을 한탄한다고 전해진다.

 

 

 

*'우물의 망령 리디아'는 아덴영지 파괴된 성채 인근에서 출몰하는 63lv. 레이드 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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