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새로운 10년이라고?

로스쿨, 이거 사실 답이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답이 없는 걸 답이라고 만들었기 때문. 구 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소하겠다면서 추진되었지만 기실 실질적인 근본적 문제점들은 건드리지 않은 로스쿨 도입이기에 문제의 답이 될 수도 없었고, 문제는 여전히 똑같이 이어진다. 그러다보니 과거 사법시험에서 나타났던 문제들이 유형을 달리해서 똑같이 반복된다. 대표적인 예가 고시 낭인의 다른 버전인 오탈자(五脫者).

관련기사 : 중앙일보 - "사시 낭인 없애겠다" 로스쿨 '오탈자' 덫 441명이 울었습니다.

미안하지만, 기사에 나온 개인들의 배경이나 생활고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에서 자영업 한다고 나선 사람들 중 거의 90%가 겪는 일이다. 다만 기사에 나온 이들은 개업도 하기 전에 망한 꼴이라는 게 특이사항이긴 하다만.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거. 왜냐하면 이들이 하소연하는 이유도 그렇고 문제의 원인도 그렇고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변호사라는 직업을 국가후견주의적 관점에서 조절하려는 국가정책에 있기 때문이다. 이걸 해소하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미 로스쿨 설치하니 마니 할 때 다 했던 이야기고, 내 블로그에도 그런 이야기를 진작에 언급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니 더 해봐야 손가락만 아프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자영업자에 불과한 변호사의 밥줄을 국가가 보호하겠다고 나선 거 자체가 문제고, 국가는 그냥 시험 관리만 하면 되고, 변호사 자격은 말 그대로 자격증으로서의 의미만 가지도록 하면 된다.

변호사 개업을 하든 말든, 변호사 수가 많든 적든 그걸 왜 국가가 관리하나? 치킨집이나 동네 구멍가게를 그렇게 관리했으면 오늘날 자영업자들이 빚더미에 몰려 목을 매는 일은 좀 줄었을라나? 이런 이야기하면, 치킨집 사장이나 구멍가게 주인이 변호사랑 같냐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난 도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영업이라는 본질에서 다른 게 뭐냐?

아무튼 문제의 본질이 이거고, 따라서 그 해결방법이 정해져 있는데 정작 국가고 전문가고 법조인이고 간에 이 본질적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지나친다. 로스쿨 만들 때 적극적으로 나섰던 법학교수들 역시 마찬가지. 난 이렇게 비겁한 자들이 교숩네 하는 게 영 마땅치 않지만, 아유, 뭐 다들 깊은 뜻이 있으셔서 그렇겠지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한 심포에서 발표한 로스쿨 교수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와, 이 사람들 역시 자기 밥그릇 외에는 관심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관련기사 : 법률저널 - 로스쿨, 새로운 10년을 위한 청사진...③ 로스쿨 서열화와 균형발전 방안

특히 저 김창록 교수는 왜 논점이탈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로스쿨의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는지 모르겠다. 김창록 교수는 로스쿨 도입을 위해 선봉에 섰던 교수인데, 특히 일본 로스쿨 전문가다. 암튼 그런데, 김창록 교수는 입학생 지역할당을 수도권에서도 늘려야 하며, 더 나가 대법원 재판연구원이나 법무부 검사임용에서도 지역할당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견을 냈다. 지금 그게 뭔 상관이냐, 대법원이고 법무부고 간에. 더구나 이 발상은 법무부를 검찰이 장악하고 있다는 걸 아예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사고방식에 굳어 있는 사람이 무려 사법개혁 차원의 로스쿨을 이야기해왔으니...

로스쿨의 새로운 10년을 이야기하는 교수들이나, 오탈자의 설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나, 기실 그 배경에는 한국사회에서 법조인이 쥐고 있는 기득권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기득권을 국가가 보장해주는 제도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은 국가가 변호사들 밥그릇 챙겨주는 위치를 정리하는 것 뿐이다. 작금 로스쿨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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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0:46 2019/04/1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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