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팍한 지식, 현란한 이빨
sns에서 깊이 있고 울림 있는 글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과한 욕심이다. 물론 sns에는 눈이 부시게 경탄스러운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하지만 sns 자체를 학술지나 그에 버금가는 교양서적 정도로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어지간히 sns라는 특수성을 감안하고 글들을 읽는 편이다.
과거 '게시판' 문화가 극성을 이룰 무렵, 우수한 논객들이 나타나 밤을 세워 가며 읽을만한 글감들을 남겨두곤 했다. 난 지금도 게시판 자체에 대해선 호감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나를 밤세워 모니터 앞에 있게 만들었던 그 무수한 글들이 올라왔던 게시판의 경이로움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게시판은 그 잠깐의 극성기를 지나면서 결국 난장판이 되었다. 어떤 사이트든 마찬가지였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게시물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이상 게시판이 엉망이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게시판만 망가지는 걸 넘어 아예 게시판을 개설했던 사이트까지 박살이 날 정도였고. 안타까운 제로보드...
뭐 그렇게 되기 전에 기미가 보이는 사이트는 아예 발을 끊는 게 상책이었다. 사이트 게시판이 침몰할 징조는 올라오는 글들과 그 글들이 소비되는 양상에서 발견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매우 조잡한 내용임에도 현란한 표현을 적절히 잘 구사한 글들이 게시판 유저들에게 각광을 받으면서 떠오르는 경우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말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실관계도 이상하고 논리 자체도 조응이 되지 않는 글들. 그럼에도 희안하게 유저들이 명문이랍시고 떠받들면서 박수치고 돌려보는 글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양비론을 제기하면서 진영논리를 까고, 그러면서 마치 자신이 하고 있는 고민이 보다 근본적인 것인냥 꾸미는 태도들. 물론 다른 유저들이 이걸 그냥 보고 넘기지만은 않고 그 논리적 모순이라든가 사실관계의 잘못된 부분 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고. 오히려 말빨 좋은 이런 글들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이젠 끼리끼리 뭉치면서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을 돌려가며 주어 팬다.
뭐 대충 이런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아예 미련 끊고 떠나는 게 상책이다. 최근 자주 들어가보는 sns에서도 이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조국사태 이후 이런 현상들이 두드러지게 보이고 요샌 아주 심각하다. 잘 아는 사람들 역시 흑화되었거나 흑화의 조짐을 보이고, 냉소를 조장하는 쓰잘데기 없는 양비론이 사람들 사이에선 마치 깊이 생각할 주제를 던져준 글인냥 공유된다.
하긴 모든 건 상대적이니 내가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하는 걸 어떤 사람들은 금과옥조처럼 여길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고, 그 사람들이 뭐 잘못하는 것도 아니라면 내가 굳이 내 기준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다. 다만 자꾸 그런 모습을 보는 게 피곤하기도 하니 이젠 그냥 sns를 줄이는 게 속 시원하고.
그런데 아마 재작년,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sns 안 하겠다고 이 블로그에다 궁시렁 거린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