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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울음과 인권 사이

현(14개월된 아가^^)의 울음. 아침부터 자지러지게 우는...

그 이유를 차분히 생각할, 현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는 나.

(참고로 현재 남편은 시험공부때문에 집에 안들어오고 있는 상황...

 집에는 나와 현만이 ㅜㅜ)

내 할 일이 우선인 나...

 

나는 그렇게까지 급해야만 했나?

때는 새벽 6시 반

집을 나설 때까지는 1시간 반이 남은 상황.

현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지 않는 나.

(사실 들여다보려 몇 번 어줍잖은 노력을 했지만,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것이 아이의 마음)

내 위주로 생활질서가 잡힌 나.

그 흐름을 깨뜨리는 누구에게라도 나는 으르릉거린다.

하물며 약한 미물인 아이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렇다면 현은 단순한 희생자, 나는 어른의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가해자인가?

 

 

 

 



인권의 지평을 넓힌다 할 때

고정된 '인권'이 아닌 가능성, 저항의 언어로서의 '인권'을 지향한다고 할 때

'보편 인권'이라는 틀을 넘어서고자 할 때

당사자 개개인의 '인권' 목소리를 넘어

개개인의 권리를 잠시 양보할 마음을 가진 자들의 만남이 필요하다고 할 때

그 만남에선 우선 나의 역구를 내려놓고

기꺼이 타자(주되게는 소수자)의 위치를 최우선으로 놓아야 한달 때

(인권재단 사람이 주최한 '인권이야기 두 마당'에서 나온 이야기들)

 

다 맞는 이야기고, 내 지향이기도 한 이 이야기들이

내 삶의 현실 속, 현과 나의 관계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사색에 빠진다.

 

나는

어제 아침 소리지르며 우는 현을 때린 나는

현에게

그 현장에서는 억압자, 소리를 막는 자였다. 부인할 수 없다.

그 시간, 그 현장에서 나는

울어대는 현과 만남의 자리를 갖기 위해

나 자신의 질서, 편안함, 욕구를 접지 못했다.

현의 공감받고자 하는 감정을 무시했다.

이 공간에선 난 가해자였다.... ㅜㅜㅜ

 

그런데 모두들 알겠지만,

인간사회는

이 둘만 사는 공간으로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어제 아침의 그 순간에는 가해자였지만

나를 가해자인 그 상황으로 몰고간 것을 100% 내 탓으로 돌릴 수 있는가?

 

현이를 혼자 돌봐야 하는 현재 상황...

퇴근하고 와도 여전히 남아있는 빨래, 청소, 현이 목욕시키기, 재우기,

자다 우는 아이 달래서 다시 재우기, 아침에 우유 먹이고, 옷입히기...

밤에 두 세번은 기본으로 뒤척이고 깨서 우는 현이와 살다보면

과연 쉼이라는 것이 나에게 어떻게 존재하는지 묻게 된다.

한 달이 지나도 여전히 감기를 달고 사는 나...

나를 지지해줄 체계는 가족밖에 없는 현실...

그나마 그 가족(남편, 시부모 등등)조차 각자의 이유로 바쁘고...

 

 

인권의 지평을 넓힌다는 이야기...

뭔가 동의는 되는데, 제대로 잡히지가 않는다...

우선 수면부족으로 머리가 제대로 안돌아간다...

졸린다... 그래도 글을 쓴다... 이게 살아있는 내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니까...

 

솔직히 얘기해서

우선 먹고, 자고, 입는 문제만이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제대로 해결되었음 한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요즘...

그래서 다른 이들에게 후원하는 일도 줄어들고 있다.

나 살기 힘들다고...

지구에 사는 수많은 인간들속에서

그나마 한국의 삶은 풍요롭지 않았던가?

그 풍요로움을 조금 깎였다고 내 돈 아끼기에 급급한 건 아닐까?

나의 풍요로움 아니 현재의 적당함을 나눠서

내 주변 다른 이들의 배고픔을 함께 하는 일

그 일부터 나는 해야겠다.

 

잠이 부족하다, 지지체계가 없단 말

그 말도 수많은 다른 여성들의 상황과 비교하면

너무나 풍요로운 수다에 지나지 않을지도...

 

허허허 오늘도 수다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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