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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사회 성폭력, 아니 여성을 이야기하다

어제 있었던 '운동사회내 성폭력, 다시 묻다'토론회에 다녀오겠다는 인사 후

다녀오고나서 오히려 더 복잡해져서 왔기때문에 후기를 안올릴려고 했다.

근데, 은근히 후기를 기다리는 한 분이 있어 왠지 써야겠다는 마음을 다잡았다. ㅋㅋ

역시 관심있는 주제라는 생각~~ 근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우선 토론회는 늦은 5시반부터 시작해서 8시까지 이어졌다.

사실 발제와 토론자가 총 8명이었다는 사실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 토론은 20여분가량? 그것도 단 3명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어떤 토론회에 가도 참 아쉬운 것은

전체 토론시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발제, 토론이 늦게 끝나

나중엔 그냥 형식적으로 두 세 질문 받고 그에 대해 짧게 답하는 형식이 된다는 거였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는 토론 문화에 익숙치 않은 것 같다.

토론회 끝나고 나서 몇몇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토론회 형식을 바꾸지 않는 한 발전적인 논의는 나올 수 없다는 결론을 짓게 됐다.

공개적으로 열려진 토론회 후에 질문나온 부분, 발제. 토론자가 던진 이슈에 대해

더 심도깊은 웤샵형태(둥그렇게 앉아 관련 주제에 고민하는 누구든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자리)를 기획하여 이슈를 생산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토론회 진행순서를 보자면

1. 평화- 인권운동, 성폭력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나?

  발제: 윤정은(여성주의저널 '일다' 기자, 평화운동가)

  토론: 최정민(평화인권연대 활동가)

          권김현영(언니네네트워크 운영위원)

2. 성폭력에 대한 운동사회 문제점과 해결과제

  발제: 오매(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토론: 지은(경계를 넘어 활동가)

3. 성폭력 사건 대책활동 과정과 평가

  발제: 보경(운동사회내성폭력근절을위한 활동가모임)

  토론: 염창근(운동사회내성폭력근절을 위한 활동가모임)     



이번 토론회에서는 주로 평화-인권운동영역에서 성폭력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운동사회내의 성폭력 자체를 문제제기하면서 대안을 모색한 부분도 있었지만(권김현영, 오매, 지은) 주된 이야기는 최근 평화운동권 안에 일어난 성폭력사건과 연관지어 이뤄졌다.

(전체 발제 내용과 토론내용을 다 다루기에는 내용이 많아 관련자료가 필요한 사람은

한국성폭력상담소나 운동사회내성폭력근절을위한활동가모임에 자료를 요청하면 좋겠다.)

 

윤정은은

평화인권운동안에서 과연 일상의 평화, 비폭력은 이뤄져왔는지 반문하면서

평화운동은 여성들의 인권을 비롯하여 보다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들의 권리에 대해 얼마나 인권감수성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최정민은

지난 2000년 운동사회성폭력뿌리뽑기 100인위원회 활동속에서 소위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들에 의해 100인위와 피해자가 순결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소녀부대로 매도되는 상황 경험. 현재도 달라진 바는 없음. 성찰권력(운동사회 남성들이 여성억압에 대해 성찰했다고 하며서 새롭게 권력을 획득하는 과정, 그리고 그 권력을 남용)에 대해 돌아볼 필요를 언급했다. 

 

권김현영은

운동사회 안에서 폭력, 비폭력에 대한 개념 정의를 새롭게 해야 하며, 그 안에서 성폭력의 문제도 풀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성폭력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운동사회 안의 연애(사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어떻게 공적인 의사 결정과 행동들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매는

최근에 많이 알려진 두 사건(평화운동 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건)에 대한 여론 분석을 통해 운동사회 속에서 피해자. 여성, 문제제기자인 개인의 목소리가 얼마나 과소평가되어 왔는지 성찰이 필요하고, 성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자, 피해자의 발의를 통한 운동사회내의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함을 지적했다.

 

지은은

운동사회 전반의 성폭력에 대한 무지와 남성활동가들의 오만을 지적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위한 교육,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보경은

평화운동사회 내 성폭력사건 대책활동에 대한 과정과 평가를 하면서, 당시 사건을 지원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이에 대한 보완방안등(반성폭력네트워크, 사건지원경험 전수,실명공개) 을 이야기했다.  거기에 보태 성폭력이라 단언할 수 없으나 '연애'를 이용한 성적착취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였다.

 

염창근은

남성중심 운동사회안에서 여성과의 관계와 연애는 성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을 수 있음을 말했다. 운동사회에서 많은 남성활동가들은 활동의 중요지점을 차지하면서 인맥을 통한 권력을 만들어 간다면서 '평화운동'이 되기 위해서는 남성운동가들이 '남성되기(남성역할)'를 포기하는 실천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가해자의 실명공개는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것자체가 폭력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운동가가 갖는 사회적 공익과 영향을 고려할 때 실명공개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휴!~ 글을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 사람들이 다 자기 이야기를 10분, 5분내에 발표해야 했으니 상황이 어떠했으리라 짐작이 되리라.

 

이런 상황이었기에 많은 이야기들은 나왔지만 정리되지 못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논의를 모아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성폭력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다시 해야되는 것 아니냐, 운동사회라고 지칭되는 것이 불편하다, 폭력에 대해 폭력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 아닌가 등등의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나도 한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기본적으로 윤정은이 언급한

평화를 비롯한 운동은 과정이고, 현재진행형이라는 부분에 동의하면서

성폭력논의에 있어서도 어떤 정해진 절차와 가해자 처벌이 중요한 것이기보다는

운동사회내에서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느리더라도 공동체의 문제로 성폭력을 바라보고 다같이 해결하고자하는 토론과정이

중요함을 말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몇몇 발제자, 특히 염창근이 언급한 실명공개는 필수적이라는 등의

논의 과정보다 해결방식을 먼저 만들어 놓는 방식은

성폭력 해결에 있어 토론되지 못하게 하고, 

성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들을 묻히게 만들 수 있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염창근과 윤정은은

운동사회활동가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사안에 따라 논의는 필요하겠지만

실명공개는 하나의 절차로 받아들여야 함을 말했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내 질문의 의도를 잘 전달하지 못해서 그런지

발제자들은 내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나중에 뒤풀이에서 염창근과 대화를 하면서

그도 논의과정이 중요하고 토론문화가 중요하다는 부분에 동의하면서

토론에서는 일부러 강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상황을 보건데, 논의가 소통되지 못한 점, 이후 대안을 위한 논의에 대한 상이 보이지 않는 점 등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동사회내의 남성성, 남성활동가가 가진 권력을

거기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성폭력, 여성차별 등등)을

운동사회내 공동체 구성원들 각자가  일상적으로 성찰하지 않는 한 

비폭력을 지향하든, 인권을 지향하든, 그 운동사회는 이미 자체적으로

그 지향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성폭력을 무슨 특수한 사건, 특수한 사람들의 일로 볼 것이 아니라

바로 운동사회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주요한 이슈로 보아야 한다.

 

폭력반대, 성폭력반대, 여성이슈에 민감하기.

이는 일상적으로 논의되어야 하고, 내부. 외부에서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단체안에서 구성원이면 누구나 참여하도록

여성소설읽기 모임, 여성관련 스터디를 정기적으로 꾸리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휴~~ 대충 이정도로 마치고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내 생각도 정리하기 힘들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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