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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아일랜드‘의 강국(현빈)의 직업은 보디가드다. 그래서 그는 사람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는 가족의 죽음으로 정신병을 앓던 중아(이나영)와 결혼했고, 사회 부적응자나 다름없던 재복(김민준)에게 보디가드 일을 가르쳐주면서 그의 사회적 자립을 책임지며, 에로영화 배우였던 시연(김민정)을 경호한다. 그는 ’아일랜드‘의 주인공중 유일하게 사회의 주류에 속해있고, 그 위치를 통해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이 이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중아를 ’불쌍해서 사랑‘했다가 ’사랑해서 불쌍‘해져 결혼하는 것이 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그래서, 강국은 친남매지간일수도 있는 중아와 재복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서로를 지켜줄 힘도, 사회적으로 용인받을 수도 없다. 그가 누군가를 지켜주며 ‘참는‘ 것에 익숙해져도 그건 참는 것이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복은 강국이 죽을때까지 중아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강국은 중아가 재복과 ‘잤는’지 궁금해하고, 재복에게 ‘수준’이 안된다며 화를 낸다. 강국의, 그리고 ‘아일랜드’의 ‘난해한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강국은 사회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만, 그와 ‘사회’가 아닌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의 ‘세계’에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을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일랜드’는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벗어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마저 선택을 요구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대화못지않게 수많은 독백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시청자에게 직접 털어놓고, 드라마는 강국과 중아의 결혼생활이나, 재복과 중아가 서로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같은 일련의 ‘사건’들 대신 그것들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고, 균열이 일어난 각자의 관계들에 주목한다. 당신은 당신이 사랑하게 된 사람이 기존의 제도를 벗어나도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사랑하게 된 사람마저 당신의 ‘섬’안에 들어왔을때 그들과 또다른 섬을 만들 수 있는가. ‘아일랜드’는 우리가 ‘관계’를 맺기 위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고 그 가치관속에 숨어있던 '사람'들 각자의 삶을 모두 감싸안는다. 내 곁에 없는 수많은 ‘정상’의 ‘타인’들과 함께 살 것인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쩌면 ‘미쳤다’고 해도좋을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그들만의 ‘섬’에 들어갈 것인가. 아마 강국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는 중아와 재복을 이미 ‘사랑’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쓰레기’처럼 살지 말라고 했던 시연마저 사랑하게 될테니까. 자신만의 관계속에 있는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면, 그것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진정한 사람간의 관계와 소통은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비정상’적인 면마저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섬을 만들때 가능한 것이니까. 이미 ‘네멋대로해라’를 통해 ‘네멋폐인’의 섬을 만들었던 인정옥 작가는 강국을 통해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일랜드’에서 살고 싶다면 이해하지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그래서 ‘네멋대로해라’는 ‘매니아’ 드라마였고, ‘아일랜드’는 '컬트‘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하면 될 뿐이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2004/10/24 14:20 2004/10/24 1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