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27

from 돌속에갇힌말 2004/05/27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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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5.27.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

당시 추적60분에서 지하철 기관사들에 관한 내용을 방영했고

나는 [돌속에갇힌말] 막바지 편집을 하던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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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외상

 

지하철에서 자살하는
혹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유족은 물론이고
기관사들도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자신이 몰던 기관차에 치어
누군가가 죽었다는 것은
간접적인 살인의 기억을
뇌 세포 깊이 새겨놓는 것이다
사고를 겪은 기관사들은
딱 사흘 간의 휴가를 얻게 되는데
그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서
대부분 병가를 내고 며칠 더 쉬거나
아예 휴직계를 제출하고 1년 이상 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게 쉬다가 복귀해도
사고가 났던 역에 진입할 때 마다
고통스러워서 식은 땀을 흘린다고 한다

소리만 들으면서 책을 읽다가
기어이 텔레비젼을 껐다

내게 유일한 트라우마가 있다면
87년 12월 16일이다
1차 시사를 간신히 마치고
어서 어서 뒷부분을 더 붙여야 하는데
아침마다 강제진압 장면이 담긴 테잎을 틀다가
그냥 끈다

잠이 안와서 한밤중에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새벽에 눈이 떠져서 출근하기도 하는데
여전히 테잎을 보기가 두렵다

마쳐야 한다
마쳐야 한다
직면하지 못한다면
죽을 때까지 그 그림자를 안고 어찌 살려고...
그러면서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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