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니 바로 오늘 아바마마의 칠순 잔치다..
요즘 여행이나 보내드리지 누가 칠순 잔치를 하냐고 묻겠지만.. 뭐..
어찌어찌 하다보니.. 칠순 잔치를 하기로 결정했었다..
바로 밑에 동생네가 뿌린 돈 수금해야 된다는 막강 주장을 펼치는데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 구람 알아서들 햐" 라고 한마디 하고 첫 가족 회의를 마쳤었는데..
이것들이 진짜로 자기들끼리 알아서 다 결정했다..
날짜도 지네 맘대로..(슬쩍 언제가 좋겠냐고 묻긴 했었군.. 언제나 ok라고 한거 같기도 하공;;)
장소도 지네 맘대로..(뭐.. 이건 수고로움을 덜어준거고..)
분담금도 지네 맘대로..(나만 쏙 빼놓고 지네끼리 나누었단다.. 고마워해야하나????)
경제적으로 열악한 나의 상황을 감안한 배려임에도 나중에 전해듣고서는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거시기 했다..
그렇다고 버럭 "나도 낼꺼야.. 얼마면 돼???"라고 할 형편은 안되고..
배려에 감사한 마음으로 있자니.. 그래도 내가 명색이 첫째인뎅..
평상시 바른 소리랍시고 온갖 참견은 다 하는 주제에 정작 할 도리는 못하고 있구나 싶어..
울적해지다.. 바닥으로 바닥으로 겉잡을수없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단체 일은 한 개도 안하고 공방에 틀어박혀서 열심히 공방 작업만 했다..
(이럴 땐 역시 단순노동이 최고다..)
며칠 후..
"언니 우리 합동으로 한복 맞췄어.."
"한복? 나도 입어야 해? 게다가 똑같이? 올케들도 똑같이???"
"응, 큰 올케랑 작은 올케가 가서 똑!같!이! 네 벌 맞췄데..ㅎㅎㅎㅎㅎㅎ"
"어.. 음.. 나는 시집도 안갔는데 어케 안입으면 안되긋니?"
또 며칠 후...
"언니 한복 찾았는데 아주 예뻐.. 그니까 걱정 말고 예쁘게 하고 와~~~"
친절하게 착용 샷까지 보내셨다..
울 아바마마는 육순 잔치도 거하게 하셨는데..
(말하고 나니 우리 집 완전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에 사는 것 같군)
이 때는 아버지 형제 자매님들이 거금을 척 하고 내놓으시더니
"잔치해.. 우리 오빠가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대신이었는데 건강도 안좋으시니
칠순 잔치 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크게 해라!!!!!"
그저 여행이나 보내드리고 조촐히 보내려던 육순은 그렇게..
아버지 형제 자매님들의 준엄한 판결!!!에 깨갱할 수밖에..
그래도 그때는 여동생도 미혼이고 해서 둘이 작당해서 한복만은 피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꼼짝없이 한복 입게 생겼다..
한복 입으면 머리도 올려야 하나???
괜히 머리 싹뚝 잘랐나.. 오늘을 위하여 좀 더 참고 자르지 말걸..쩝
화장 잘 먹게 맛사지도 해야하나? 아.. 귀찮다...
어르신들 앞에 나가서 덩실덩실 춤도 추어야하나? ㅎㅎㅎㅎㅎㅎ
이번엔 과연 울 아바마마는 어떤 명언을 남기실지..
육순 잔치 때는 의례적인 인사말 말미에.. 우리들 가슴을 후벼파는 말씀을 하셨다..
"...... 내가 오늘 같이 좋은 날 자식 여덟을 앞에 두고 절을 받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섯 뿐이니 아주 섭섭하고.. 여러분들께 죄송하기 짝이 없습니다.."
허거걱..
무슨 뜻이냐면.. 2녀2남을 두셨으니 며느리, 사위.. 합해서 여덟명의 자식들로부터 절을 받을 줄 알았는데
꼴랑 한 녀석만 결혼해서 마음이 아주 안좋으시다는 거였다..
아버지 섭섭한 건 이해되지만 뭐 죄송하기까지야..
이번엔 소원하신 숫자에서 -1인 7마리에게서 절 받으시공 대략 만족하시면 좋을텐데...
한복 입고 덩실덩실 춤 출 것도 걱정이지만
전국방방곡곡에서 모이신 친척분들의 걱정의 한마디.. 혼자인 자가 유일하게 나이니..
나에게 모두 집중될터인데.. 울컥하지 말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잘 받아쳐야할턴데..
흠흠... 준비한 대사는.. "구람 맞선 자리나 어케 하나 소개해주세용~"
이러면 더이상 아무 말씀도 못하시겠지?!!!
자 지금부터 시집살이 9년 나는 법을 복창하며 마음 깊이 새긴다..
귀머거리 3년.. 소경 3년.. 벙어리 3년..
나는 딱 하루만 하면 되는거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
귀머거리 하루.. 소경 하루.. 벙어리 하루... 에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