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
그날은 처음으로 술먹다 필름 끊긴 날이었지..
노태우가(첨에 노무현이라고 썼었다는..) 당선자로 호명되는 그순간까지 선술집 파리똥 앉은 텔레비젼을 흘끔거리며
마시고 또 마시고.. 또 마시고.. 그리고 한순간을 잃어버리고..
다시 정신이 들고나서도 또 마셨었다..
왜였을까.. 그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두려움과 억울함이 범벅되어..
세상에 욕이라도 실컷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도 없었고..
그저 술만 퍼부었었다..
그리고 필름이 끊기도록 마셨다는 자책과 창피함을..
"뭐 같은 세상 술은 마셔서 뭐해!!"라고 큰 소리로 위장하며 술을 마시지 않았었다..
그 이후로 10년간 술 한 모금 마시지 않았었지..
20년도 더 흐른 오늘..
그다지 억울하지도.. 막막하지도.. 않은걸까?!
잘 모르겠다..
더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음.. 그래.. 별 기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래도 어느 한구석.. 기적을 바라는 마음은 있었나보다..
예상했던 것만큼..딱 그 만큼의 결과..
누군가는 오늘은 술을 진탕 마시겠다고 문자를 보내고..
이제 남은 희망은 무엇인가라는 문자를 보내고..
또..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는.. 무작정 전화해서.. 한움큼의 바튼 분노를 토해낸다..
그래 그래.. 오늘은 끝까지 절망하고.. 분노하고.. 술주정도 하고..
누군가에게 당신들의 분노를 하소연하기도 하고..
그래 그래.. 오늘은.. 오늘만 봐줄께..
그렇지만 그렇게 오래 깊이 억울해하지는 말게..
우리가 딱 그만큼만 한 거니까..
아.. 이런 날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라는 노래가 참 진부하게 들리는구나..
자자..
토다꾸토다꾸..
난 이제 공부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