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속의 우물

'친절' _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함. 또는 그런 태도.. 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결론을 말하자면

친절을 친절로써 받아들이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중이다.

 

지난 주에 폭설이 내린 날 아침..

출근하기 위해 나와보니 내 차는 얼음이 되어버린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다.

앞 유리가 녹아야 시야가 확보되겠기에 시동을 걸고 난방을 하고 느긋하게 음악감상하고 있었다..

얼어버린 눈을 녹여보겠다는 심산으로..

그 때 누군가 창을 톡톡 치는 데 친절하신 3층 아저씨였다..

(그 양반 억울하겠구만 나보다 훠얼~씬 어리신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던데..) 

창을 10센티미터 쯤 열고 "예???"라고 하니 뭐라뭐라 하더니 갑자기 이 양반이 내 차의 앞유리 얼음을 치우는게다

황급히 내가 나가서 "제가 할께요.." 했더니 계속 열심히 얼음을 제거하면서 차량 관리 요령 몇 개를 알려주었다.

덕분에 몇십분 얼음 녹는 거 기다릴 뻔했던 무지몽매한 상황을 벗어나 출근할 수 있었다. 

"아 고마우셔라.. 이 은혜를 어찌 갚을꼬.."

내가 처음부터 그 양반의 친절을 친절로써 대했던 것은 아니다..

 

이 양반의 친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나.. 내가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내가 사는 빌라의 주차가능 공간은 6대이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차량은 내가 확인한 것만 9대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차전쟁이 여간 치열한 것이 아니다..

입주 초기에는 안정적인 주차를 위해 9시 이전 귀가하기 위해 서두를 정도..

워낙 작은 차인지라 베스또 운전자라면 어디에라도 척척 주차할 차이나

운전경력 11년을 자랑하는 나의 운전실력과 주차실력은.. 대략 초보운전 딱지 뗄 정도라고나 할까?

(지금은 몇달 사이에 대략 2년차 정도로 갑자기 일취월장했다고 자부한다.. ㅎㅎ)

 

어쩌다 뒷풀이라도 하고 새벽에 귀가했다가 동네 몇 바퀴 돌고도 주차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날도 동네 세 바퀴를 돌고도 주차공간을 찾지 못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없다..

그런데 3층 아저씨가 나오더니 자신의 차를 빼주고 나보고 주차하라는 게다..

자신의 차는 다른 데다 주차하면 된다면서..

그 때는 '이게 왠 떡이야' 하는 마음으로 건성건성 감사의 언사를 한 후 주차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이어지다보니 '이 아저씨.. 참 이상한 아저씨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사람들한테도 '별 이상한 아저씨가 다 있더라..' 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에 이르렀다.

<-- 이거 절대 그 양반이 나에게 흑심있나 하는 식의 의혹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상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왜.. 그.. 있지 않은가.. 처음에 친절하게 매너 좋게 하다가 나중에 헤꼬지 하는.. 쩝

 

그런데 며칠 전에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외출할 때 신발장에서 내 신발을 꺼내주길래

'고맙다'라고 했더니 '이 정도로 뭐.. 친절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 같으니라구..'하는 말을 듣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그 양반이 생각났다..

그는 그저 친절한 사람일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짚어보니 그는 내 이웃 중 상식적인 정의감을 보인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 포스팅 했던 겁나게 쌈박질 하는 옆집에 대해

'화해하시고 그만 들어가서 쉬시죠'라고 참견했던 유일한 이웃주민이다..

다른 이웃들이 싸움에 말려들기 싫어서.. 나중에 무슨 일 당할까봐..

몰래 숨어서 욕하고 경찰에 신고할 때 유일하게 이웃답게 참견했던 사람인 것이다.

주차공간이 여유로울 때도 다른 차들의 주차에 방해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차해놓곤 했던 사람이다.

멀쩡한 사람을 나는 이제까지 예비범죄자 쯤으로 치부해온 것은 아닐까?

 

 

세상이 흉흉하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친절을 친절로써 받아들이지 않고

색안경 끼고 바라본 적이 이 일 말고 얼마나 많을까?

 

내가 한 만큼 세상은 내게 되돌려준다.

좋은 것은 좋은대로 나쁜 것은 나쁜대로..

그 상대와 일이 서로 엇갈릴지는 몰라도 내가 한만큼 돌아오게 마련이다..

 

내 친절과 예의를 무시와 악의로 받아들인다고 원망하던 몇몇 경우가 있었다.

난 그런 대우를 받아 마땅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아.. 반성합니다..

이제 누군가의 친절은 친절로써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 친절을 나누겠습니다.

누가 내 친절을 나쁘게 되갚았다고 원망하지도 않겠습니다.

 

급반성 모드로 끄적이다 보니 너무 오버하고 있구나..

공익광고 캠페인은 여기서 그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8/03/05 23:22 2008/03/05 23:22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ide/trackback/232
공부하기 싫은 돼지 2008/03/06 00:07 URL EDIT REPLY
하하 나도 비슷한 경험이... 나도 반성해야지 ^^

스머프... 2008/03/06 03:17 URL EDIT REPLY
우선, 오랜만이예요..^^(그간 잘 지내셨는지?? 뻘쭘...ㅋ)
이 글을 보니 나라도 그런 오해를 살만 하군요. 사랑이란 것도 받아본 사람이 할줄 안다고 친절 이란것도 받아본 사람이 '제대로' 받는것이 아닌가라는 진부한 스토리를 전개....헤헤~

글고, 주차 잘하기란, 워낙에 베스트 운전자가 아니면 힘들다는거...왕공감!! ㅋ
디첼라 2008/03/07 22:00 URL EDIT REPLY
공부하기싫은돼지/저 뿐만 아니라니 다행이라고 위로해야하나요..ㅎㅎ
스머프/오랜만이야요.. 요즘 제가 부업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보니 불질이 뜸했고 다른 블로거들 찾아가는 건 더 뜸했답니다.. 진부한 것이야말로 만고의 진리에 가까운 것이 많다는 주장..ㅎㅎ
그리고 요즘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베스트 운전자가 아닌가 느끼고 있답니다..ㅎㅎ 이렇게 기고만장할 때가 조심해야 할 때라는데.. 앞으로 종종 봐요^^
schua 2008/03/16 23:30 URL EDIT REPLY
글과는 무관> 이 스킨 참 멋져요. 부럽쩝
☆디첼라 2008/03/18 16:35 URL EDIT REPLY
슈아/반갑습니다.. 슈아님.. 어케.. 스킨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몇달째 뽀샵지존을 향하여(케케켁;;) 하루 두시간씩 하는데 영 늘지 않는 실력에 땅을 치던 중 슈아 님 칭찬에 급 의기양양..ㅎㅎ
슈아님의 영상을 보고 싶네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