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기를 다하여라..
내가 철들 때까지 기다려주시지 않으심을 알면서도..
효도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철들지 못하고.. 섬기지 못하는 게 자식인가?
엄마께서 심장이 안좋으셔서 지난 주부터 정밀진단을 받으셨다.
목요일에는 심장조영법 시술을 위해 급하게 입원까지 하셨다.
계속 동생과 올케들이 고생하였는지라 입원실 지킴이는 내가 하겠다고 자청했다..
갑작스런 입원인지라 부랴부랴 정신 없이 병원에 갔는데..
문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던 것이다..
해야하는 것은 있는데 말이다..
조영법 시술 후에는 지혈이 될 때까지 6시간 이상을
꼼짝않고 누워계셔야 하기 때문에 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엄마의 허리를 불끈 들어 올려서 시트를 깔아 드려야 하는데
큰 딸이라는 작자가(바로 나다..) 어찌나 힘이 없는지
낑낑 대고 씩씩 거리고 땀 뻘뻘 나게 해보는데 어째.. 지나치게 서툴다..
그나마도 제대로 위치를 잡지 못해서.. 쩝..;;
뭐.. 두 번째 할 때는 그나마 요령이라는 게 생겨서 제대로 하긴 했다만
엄마께 죄송스럽기그지 없다..
엄마 역시.. 나를 낳으셨을 때..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였을텐데..
그래도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척척 알아서 해결해주셨을텐데..
자식이라는 것은 엄마께서 나를 낳으신 나이보다 훨씬 많은 세월을 살았음에도
엄마께서 필요로 하는 것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내가 기억 못하는 나의 어린 시절은 차치하고라도..
내가 아플 때.. 엄마는 어떻게 하셨을까? 옛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나를 꼭 안아 주며 다독여주셨고..
입맛 없고 기운 없어서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고 짜증만 낼 때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나를 어르고 달래서 먹을 것 떠 먹여주셨고..
때론 한밤 중에 열이 오른 나를 들쳐업고 병원으로 향했었다..
그 때의 엄마보다도 훨씬 나이 먹은 나는 엄마에게 아무 것도 해드릴 게 없다니..
오로지 하는 거라고는
집에 돌아와 펑펑 우는 것뿐이다..
이 울음조차도 순전히 엄마를 위해 우는 것인지..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우는 것인지..
오늘 퇴원하신 엄마가 전화하셨다.
"엄마 간호하느라 고생했다.. 고맙다.. 몸살 안나게 푹 쉬어라"
나는 엄마한테 한 번도 감사의 언사는 커녕
'저 간호해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라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구구절절 느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철들지 못할테고..
나의 섬김이 부족하다고 반성하기 보다는 내리 사랑이 부족하다고 섭섭해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