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채경★님의 [~] 에 관련된 글.

2006년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본무대에 몇년만에 서게 되었다..

그때 우리가 내건 조건은 엠알이 아닌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공연이었다..

지난 한 해동안 천편일률적인 엠알의 한계를 부수기 위해

전체 재정의 30퍼센트 가량을 세션비로 써가면서 연주자들과 공연을 해왔던터라

대형집회에서도 엠알의 편리성을 포기하고 음악의 자율적 창조성을 보장받고 싶었었다..

예상과 달리 민주노총의 새로운 문화부장은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었다..

10분여의 공연을 위해 일주일간 코피 흘리기 직전으로 편곡 다시 하고 연습하고..

 

기대에 부풀어 도착한 시청앞 광장..

헉.. 단상위에서 밴드와 공연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약속했건만

밴드는 단상에서 5미터 정도 떨어진 한쪽 귀퉁이에서 연주하고 가수들은 단상 위에서 노래하란다..

 

삼십여분간 멤버들간의 의견 교환.. 말이 좋아서 교환이지 실제로는 충돌이었다..

 

밴드와 떨어져서 연주하는 것은 음향 확인이 안되는지라

선택은 둘 중의 하나였다..

악기가 설치되어있는 단상 옆 아래에서 공연하는 것..

또 하나는 연주 포기하고 엠알로 가수들만 노래하는 것..

 

나는 후자를 주장했었다..

이유는

바닥.. 그것도 어슬렁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로막혀

집회대오가 연주자와 가수들을 전혀 볼 수 없는.. 그래서 전문용어로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전자를 주장했다..

보이지 않으면 어떠냐.. 오히려 우리가 새롭게 노대에 맞게 준비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

 

설왕설래.. 옥신각신..

결국 엠알로 '반격' 한 곡만 부르는 것으로 결정!!!

 

공연후의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연출자와 기획자들의 실수에서 비롯되었으나..

이 사건은 집회에 임하는 관성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었고

게다가 최종 선택이 사운드에 시도를 무위로 돌렸다는 것 등등..

 

왜 나는 그때

'당신과 같은 바닥에서 같은 마음으로 노래하겠다'라고 바닥에서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일까?

 

보이지 않으면 집중되지 않으니까..

이건 그저 변명꺼리에 지나지않는거다..

나는 우리 팀이 주목받기를 원했던 거고 빛이 나길 바랬던 거다..

마음으로 전달되는 노래의 힘을 믿기보다는

관성에 기대어 그저 그렇게 무난하게 뭍혀가고자 했던 거다..

 

새로운 선택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먹지 않아도 되는 욕을 먹을  수도 있고..

불러준 사람들 구미에 맞지 않아 팽~! 당할 수도 있고..

그러나 언제 그런 기준들에 구애받고 낮은 포복하며 살았던가?

필요한 건 다른 이들이 나에게 빛나는 무대를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가시밭길이어도 도전하는 용기인 것이다..

하던 그대로 해서 중간이라도 하면 욕먹지 않고 안전빵으로 할 수는 있겠지..

그러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할 거라면 문화운동의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는 거 아닌가..

 

제안한 거 안한다고 욕할 게 아니라

욕 먹더라도 팽 당하더라도 우리 음악의 존재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진데..

하고 보는 거다..

아니면 말구.. 아니 다른 거 또 해보고..

 

국세청에 낼 부가가치 신고서 작성해야하는데.. 어쩌자고 이렇게 한가로운 불질이냐만은..

나도 잊어 버리기 전에.. 당신들에게 약속하려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멀리 보고 가는 활동을 해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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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4 19:55 2007/01/2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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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토 2007/01/24 21:07 URL EDIT REPLY
라이브로 연주와 목소리, 듣고 싶어요. 집회에선 언제나 가슴이 쿵쾅쿵쾅했었죠. 생각해보면, 연주가 항상 없었구나...이드님이 누구일까...궁금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기분.
ide 2007/01/24 22:14 URL EDIT REPLY
켁.. 이드가 누구긴 누구겠어요? 이드이죠..ㅎㅎ
다음에 공연할 때 함 초대할께요... 꼭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