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2

from 이런저런 2008/03/09 18:55
어느 날 문득 과거의 황당한 실수가 떠오를 때가 있다. 정말 황당해서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실수들. 사실 실수를 하던 그 순간에는 그것이 실수란 것을 느끼지도 못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렇게 가벼운 소리들을 입 밖으로 냈을까?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은 굉장히 비판적인 사람들이고 여러 관점에서 사회를 해석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한 나의 실언이 얼마나 우수웠을까 생각하면 참 기분이 좋질 안하다. 그 중 하나가 어떤 영화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영화를 제대로 볼 여유가 없어서 텔레비젼에서 보여지는 영화의 일부를 토막토막 보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본 영화들은 어떤 건 무지 웃기고 어떤 건 가벼운데로 그 맛이 있고 어쨌든 일상의 답답함을 잠시 식혀주는 것들이었다. 나더러 지금 어떤 영화에 대한 평을 쓰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은 전혀 불가능할 것이다. 그 영화들을 제대로 볼 여유가 없어서. 그런 상태에서 그 영화가 좋고 나쁘고 그 영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훌륭하고 고루한지 한심한지에 대해 논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런데 그런 어리석음들이 내 기억에 또렷이 박혀있다. 내가 한 한심한 발언들을 기억하는 몇몇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쟨 또 왜 저러나? 그런 생각을 하고 그냥 가까이 하기 싫은 너무 먼 당신으로 생각되어질 수도 있다. 이럴 때면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실수 연발 여주인공이 생각난다. 가끔 나에 대해 생각하면 너무나 많은 실수를 하고 어리석고 능력없는 인간으로 인식하게 되기에 그런 것이 우울증을 가중시키는 것 같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오늘은 준이와 산에 다녀왔다. 그것도 거의 해가 지기 바로 직전 북한산을 오른 것이다. 준이는 힘들다며 집으로 돌아갈 것을 몇번이고 간청했지만 어린 아들녀석 산 입구에서 산 인절미로 달래며 험한 산길을 한시간 가량 올라갔다. 그 녀석 힘들면 인절미 먹어야 한다며 되려 날 걱정한다. 그리고 내게 묻는 것이 "엄마는 왜 일 해야 돼?" ㅎㅎㅎ... 엄마가 일해서 돈을 벌어야 준이 먹을 것도 사고 유치원도 다니고 공공요금도 내지. 엄마가 일 안하면 유치원도 못가고 먹을 것도 못사고 전기도 끊기고 물도 안나오고 먹을 것도 해 먹지 못한다니 준이는 공공요금이 뭐냐고 또 묻는다. 다시 산 입구까지 내려오고 뻥튀기 아저씨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기계를 돌리고 그 옆에서 계란 파는 아줌마한테서 삶은 계란 사서 먹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준이는 오는 동안 잠이 들고 집에 와서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잠시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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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9 18:55 2008/03/0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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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루 2008/03/20 15: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이 참 좋지요. 오늘 제 생일이라서 특별히 하돌이는 어린이집에 안가고 집에서 놀고 있어요 ^^ 혹시 교육도 하시나요? 지적장애인 미디어교육을 해볼까 하는데 생각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 rmlist@hanmail.net

  2. 재원 2008/03/25 23: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교육한지 오래되어서요. 잘 지내시지요?

  3. 하루 2008/03/27 18: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네. 아이들이 새 생활을 시작해서 좀 고단하긴 하지만요 ^^

  4. 나루 2008/06/04 11: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혼자 얼굴 붉히는 일 많아 ^^
    요새 재원이가 도와줘서 자료정리 작업을 한시름 덜었구랴

  5. 재원 2008/06/05 07:1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모두들 바빠서 자기 일 외에는 신경쓰지 못하는 순간 어떤 한 사람 고개를 돌려 그 사람들 일에 빠져 있는 모습이랑 지나가는 자동차들이랑 나무숲을 바라보게 되었대요. .......................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