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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동에 가면

가리봉 쪽방 옆동네 가산동에는
억센 함경도 사투리를 끌며
늦은 저녁을 달래는 조선족동포들이 많다

그 니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만경벌에서 소작농사로 진을 빼다가
왜놈들 만주에 가면
공짜로 땅떼기를 붙여 쓸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서
화전민으로 사는 니들의 옥수수까지 넘보는
조선순사놈 등에 낫질을 하고
서울사대문 안에서 글께나 깨우치다가
왜놈들 학정에 진저리를 내며 독립군 찾아
그 니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모질고 모진 북만주로 갔다는데

그곳 만주에서
농사질 땅떼기를 개간하며
혹한의 추위에
뛔놈들의 멸시에
비적들의 약탈에
왜놈들의 감시에 치를 떨며
조선의 독립을 눈이 짓무르도록 기다리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죽고
이제 사 손주 놈들이 찾은
갈라진 조상들의 고향 남쪽을 찾은 그 니들에게는
지친 저녁을 달래는 가산동이 있을 뿐
조국이 보이질 않는다

중국사람도 조선사람도 아닌 중국조선족동포로 살아가는
가산동의 쪽방동네에는
조국이니 고국이니 하는 사치스런 말은 없고
천만원을 빚지고 일자리 찾아온
돈이 제일인 조상들 고향 대한민국에서
지치고 천대받는 일당쟁이 노동자 되어

어느새 고향 아닌 고향이 되어버린 연변에서
뛔국놈들 빚 독촉의 성화에
주눅들며 살아갈 부모자식 생각에
불법체류라는 범법자가 되어
힘든 노동으로 하루를 세고 있다
그곳 가산동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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