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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국어선생님이었던 시인인 그 이는
장대비가 내려치는 유월 어느날
황구지천이 내려다보이는 산기슭에 묻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잘 다듬어놓은
오산비행장이 휜희 보이는 그곳에 누워야 했습니다

서른 다섯에 여섯 살 여덟 살난 아들 둘을 두고서
그 이는 눈이나 감을 수 있었는지
가냘프기 만한 아이엄마를 남기고
그 이는 황천길을 갈 수가 있었는지

사람이라 불리는 사람이 다 사람이 아니듯이
그 이는 살아있는 것이 다 살아 있지 않다고
그 이는 선생님이 다 선생님이 아니라고
힘들어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단에 대한 믿음이
교육관료들에게 부서져 나뒹굴 때마다
그 이는 술과 다시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병이 간이 굳어 가는 병이었습니다

그렇게 서서히 굳어가는 간이식을 기다리다가
그 이는 먼저간 것입니다
누구나 다 가는 길인데
슬픔만 남기고 먼저 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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