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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길위에서

일찍 일어난 아침..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박차고 집을 나섰다.
아침고요수목원으로...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으로 향했다.



아침고요 수목원은 여기서부터 5km를 걸어야 했다. 1.5km를 걷자 굽이가 있는 오르막이 보여서 후덥지근한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히칭하이킹..고마운 아저씨..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을 피해다녔다. 산길이었는데 산 비탈에 온통 허브들이 쫘악...



나무들을 인공조림했지만 꽤 자라서 자연스러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밑에 백합들이 아주 아름다웠다.



커플과 가족이 판치는 계곡물에 혼자 앉아 발을 담궜다. 물은 너무 맑았고 차가웠다. 한참을 발장구 치고 세수도 하고..



하경원이라고 해서 전망대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하는데..
올라가봤더니..한반도 모양으로 조경했고..어쩌구..통일이 어쩌구..아..대한민국이 어쩌구..해서 좀 재수가 없었다. 뭐..그래도 전망은 좋더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나와서 청평시내로..다시..청량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마석모란공원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중간에 후다닥 내려 아무도 없는 모란공원에 참배를 드렸다..
잠드신 분들을 위한 소주와 나를 위한 맥주를 사서 전태일 열사 무덤 옆에 동상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는데..한낮의 더위와 감정이 복받쳐서 그만 술이 확 올랐다. 내가 제대로 사는지..한참을 생각했고, 동상의 받침대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고 있었다..



기욱이형 무덤 옆에 나무 그늘에 털썩 앉아서 비석에 새겨진 고백을 따라 부르다가 스르르 누워버렸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 편했다.
부스스 일어나 다시 인사하고 잘 쉬었다 간다고 남아있던 소주를 형에게 드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왜 그렇게 그냥 마구마구 죄송한 생각이 들던지..자책 안하기로 했는데..



희연과 만나서 대학로 낙산성곽에 올라가서 찍은 서울의 야경...거기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한참을 성곽에 올라 앉아 얘기를 하고 바라보고..바람을 맞았다.

하루를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밑도 끝도 없이..모든 길을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걷고 또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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