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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듬지] 넘어가세

오전부터 바빴다. 밀린 문화학교 일지 정리를 끝내야 교사회의에 들어갈 수 있어서 아침부터 나와서 일하고 교사회의를 했고, 점심 먹고 한숨 돌린뒤 안티 삼성, 문화제의 기획을 위한 회의에 가야했다.

이 문화제는 7월부터 삼성에 반대하는 사람들 누구나 나와서 발언하고 문화행위를 하자는 취지로 준비하기로 했으나 X파일이 공개되면서 공대위 구성이니 뭐니 밀려서 지금 급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촉박한 시일에 문화제를 준비하는 것에서 우려되는 지점은 설명할 필요없이 구구절절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삼성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아내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결합하기로 했다. 남은 10월 일정은 여기 기획단으로 뛰는 것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자 마자 민주노총 경기중부지구협의 노동문화제를 보기 위해 안양까지 다시 뛰어갔다.

이곳은 알다시피 석범이형의 활동지역이고, 그형이 일하는 기차를 만드는 로템노조의 싸움은 노조집행부의 이면합의로 끝이 나고 있다. 석범이의 쓸쓸한 모습은 20년 넘게 일한 공장의 이전과 더불어 공장 생활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아프다.

어쨌든 이지역의 비정규직 노동자 문화패들의 각양각색의 공연들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오랜만인 것 같다.

쿄호호호..뉴코아 율동패의 멋지구리한 율동..화음이 맞지 않지만 진짜 열심히 노래하는 노래패들...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율통패 트로이카 옵빠들의 각잡힌 율동...준이형과 영석이형의 축하공연..그리고 거한 뒷풀이까지...

 

뒷풀이에서 선봉이형의 구속과 더불어 소개된 민요패 우듬지의 석범이형이 혼자서 넘어가세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짠했다. 선봉이형의 목소리까지 합쳐져야 완벽한데 말이지..

그리고 머리에 하얀 눈이 내린 일반노조위원장님(이분은 석범이형이 17년전에 함께 학습을 한 분이라고..)이 끝내 살리라를 아주 제대로 불러주셔서, 모두 감동 먹었다.

 

노조운동의 하향곡선을 눈앞에 그리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다 가지고 있는 그림이라고 하지만 한편 현장으로 가서 만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그런 그림을 일대일로 직대입하기 주저하게 만든다.

물론 큰 흐름에서 어쩔 수 없이 묻혀간다 하더라도. 또 그게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갖고 있는 건강함, 문화패들이 갖고 있는 역동성이 주는 감동이 있음을 어찌 부정할 것인가.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이런 것이겠지.

 

노문센터의 상근자의 자격을 벗고 나니 소개할 때 안해도 되는 게 너무 편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의 허선희입니다. 오늘 공연 잘 봤구요. ....점이 좋았고, .....점은 좀더 비판하고 보강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모두 수고하셨고..어쩌구 저쩌구..."

이런 인사할 때마다 긴장과 불편함에 심장이 벌렁벌렁했는데, 안하니까 하나도 아쉽지도 않고 좋구만.

현숙언니가 이번 행사 티셔츠 로고를 만들었는데 덕분에 혼자 소개를 받았다. 어찌나 놀라던지, 사진 찍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크크크..

 

오늘 구치소로 이감된 선봉이형을 비롯한 석범이형 등 노동자민요패 우듬지가 부른 넘어가세를 덧붙인다. 선봉이형 생각이 자꾸 나는 밤이다. 노래마라톤의 실황공연 녹음한 것!

그리고 써비스 써비스..노래하는 석범옹님의 사진 한장!

(2001년 노래마라톤에서..맞나?)


 

 

넘어가세(굿거리)

 

노동자 민요패 우듬지

 

넘어가세 넘어가세 붉은 오월의 진흙탕길
절뚝절뚝 춤을 추며 풍물을 울리며
솟구치는 슬픔일랑 보듬어안고
참 해방의 그 날을 찾아가세

넘어가세 넘어가세 서로 손의 손 맞잡고
어둠 한 묶음 베어내어 뭍 땅에 뿌리며
무덤 열고 나오라 고운 넋들아
참 해방의 그 날이 저기 보인다

짓밟힌자 일어서고 묶인자 풀려나는
그 날을 찾아가세 그 날을 찾아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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