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생각

from 분류없음 2011/06/05 23:10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같은 단체에서 활동한다는 것,

내가 양보해야 하는 것, 혹은 내가 지켜야 하는 것

그 사이의 고독한 외줄타기.

 

분노가 지배하던 일상을 벗어나 조금은 침착해진 나날들,

헌데도 내가 어느 현장에서 어떤 이들을 설득해

어떤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가 아니면 쓰기가 어색하다.

이제야 타임라인의 묘미를 알아가는 트위터나, 운동권 관계가 대부분인 페이스북도...

 

토요일에는 가사협 쌤들과 함께 있다가 화장실서 넘어져 크게 다친 엄마를 보러 집에 와야 했다.

 

가사협 샘들과 함께 한 야유회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일주일 중 토요일은 꼭 나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고,

등산을 가든지 놀든지 집안 일에 손하나 까딱 않고 쉬어야

재충전을 할 수 있다는 쌤들...

대체 어느 누가 나를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드려고 하나, 특히 50-60대의 여성들에게...

쌤들에게서 얼마나 깊은 삶의 결들이 느껴졌는지...

 

노동조합의 즉자적인 조직화가 되지 않아도,

노동단체의 활동과 삶을 존중해주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러웠기에

그것이어도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간에 청소노동자들은 거리에서 행진을 하고,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격렬하게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을테며

대학생들은 맹박이가 어설프게 꺼내고 마무리한 그 반값 등록금 때문에

서울 전역을 휩쓸고 다녔을 텐데....

 

나는 투쟁하는 자들의 삶을 '평생' 책임져주는 보이지 않는 손,

가사노동자 쌤들과 함께 있었다. 자랑스러워~ 하하.

 

다친 엄마를 보고서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이 하나가 나가고, 엉치 뼈와 팔이 다쳐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는데, 엄마는 여전히 호탕하시다. 이 나이에 화장실서 넘어지면 귀신이 데려가는 거라는 말이 있다고 했는데, 머리 안 다치기 정말 다행이었다.

 

돌봄과 보살핌을 성별 구분 없이 누구나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는 그런 분위기,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잘 보살필 수 있는 인간이 되는 것....운동의 목표가 이런 것 정도쯤은 커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소위 남성 중심의 임노동자들이 만들어 온, 그 계급 투쟁이라는 영역에

왜 가사노동자는, 어머니는 들어갈 수 없는가.

아니다. 질문을 잘못했다. 왜 가사노동자와 어머니(주부노동자)는 남성 중심의 임노동자들이 만들어 온 그 계급 투쟁의 영역에 꼭 들어가야만 하나? 왜? 왜?! 그렇게 조직된 계급 투쟁만이 세상을 바꾸나? 흠. 그런 건가?(투쟁에 헌신적으로 연대하는 골수 활동가들이 난리를 치겠구나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다.

 

둥지보다는 언제든지 있다가 떠나갈 수 있는 곳으로 삼자.

치열한 투쟁이 있는 곳이 바로 내가 있는 곳이라는 것,

그 지점이 나의 '현장'이라는 것

다시 한번 각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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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5 23:10 2011/06/0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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