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B1 김중혁

from 분류없음 2013/10/09 15:05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아마도 제주에 가보거나 울산서 살아보기 전까지는

도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크게 해본 적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경비와 아파트 관리소 일을 했던 아빠, 마찬가지로 아파트 청소를 하고 있는 엄마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을 쓸고 닦고 만지고 고치는 일들을 해 온 부모의 삶 때문인지

도시 속 사람들의 생태가 낯설지 않다.

나 역시 단 옆 슬럼가에서 태어났고, 매캐한 공기와 시끌벅적한 소리들 속에서 성장했던 시간들이 어릴 적을 추억할 수 있는 전부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도시는, 무엇이든 원하는 것은 손에 거머쥐며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 .

돈이 모이고, 사람은 내쫓기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던 콘크리트 건물들은 흉물스런 폐허가 되었다.  

김중혁의 상상력이 닿는 곳은 일상과 밀착되어 있는 도시 속의 활자와 건물과 그 속을 메운 인간들이었다. 

헌데 그게 진짜 '현실'같지는 않다. 대부분 있을 법한 일이 아닌 환상이다. 

일상의 리얼리티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그 리얼리티를 이루어가는 촘촘한 현실들에서는 거리를 둔다.

그래서 그의 유머감각은 재밌기도 하지만, 불편하다.

내가 지극히 '근대적'인 인간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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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9 15:05 2013/10/0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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