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from monologue 2012/04/03 00:45

뱃 속에 아이를 품고 다닌지 5개월이 다 됐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파 누울 때도 제대로 눕지를 못 한다. 

점점 커져가는 자궁에 잦은 소변은 그나마 참을만한데, 만성 변비는 으..여전히 못 견디겠다. 

 

너무 태교를 안 했지 싶다. 요즘 거의 스트레스만 잔뜩 받아 몸이 웅크러들고, 나도 모르게 이를 악 다물게 된다. 

그럴 때면 아랫배가 단단히 뭉치면서 아픈 느낌이 온다. 그 날 그날의 정신적 상태에 따라 통증도 배가 된다.

 

주말에는 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에는 엄마를 보러 갔다가 일요일에는 농구 챔피언 결정전을 보러 갔다. 

농구장에서는 여느 공연장에서나 느낄 법한 열기가 후끈했다. 귀 깊숙이 울리도록 들려오는 응원가, 정신없이 집중해야 하는 코트장, 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뭔가가 계속 나를 압박해와서 있기가 좀 버거웠다. 이런 점에선 긴장과 이완의 맛이 있는 야구가 훨씬 재미있다. 

스포츠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이 어찌 마음 가는대로 몸이 움직이나 싶은 것...정말 '새처럼' 날아다닌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수들은 마음껏 뛰고, 공을 자기 손처럼 이용하며 다룰 줄 알고, 정확한 자리로 패스를 하고, 그걸 또 받아내고 한다. 대단한 연습량이 아니면 어찌 저런 몸짓 하나하나가 개개 선수들 몸에 배어 있을까 싶었다. 그들의 활기찬 역동에 나도 모르게 고무받던 하루. 

그냥 들어가기 아쉬어 안양 경기장에서 수리산에 들렸다. 남편이 노루귀꽃을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산림욕장 개울을 건넌다. 노루귀는 개울로부터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다. 중턱에 간간히 피어있는 작은 꽃들은 노루귀처럼 생긴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조그마한 꽃잎들 몇 장이 모여 꽃봉오리를 이루는데...낙엽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마치 뱃 속에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어쩜 저리 작을까, 그러면서도 다 이름이 있고 하나하나의 생명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공부를 하려는데, 집중은 안 되고 주로 봤던 책들은 전국에 있는 사찰 소개집이나 여행수기였다. 

쓸쓸하고 쇠잔해가는 어떤 것들이 과거에는 지배자나 누릴 수 있던 것, 이라는 생각에 고정되어 

절이나 이름난 명소에 가는 걸 그리 즐겨하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끌린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보면서, 나중에는 딸과 저런 여행을 가볼까 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내 삶에 대한 고백도 하고 싶고....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해야겠다. 달곰이에게 너무 무심했고, 나쁜 어른들만 보게 해주어서 미안했다. 

시원한 봄비가 내린다. 친구 같은 딸과 함께 놀러다니는 꿈을 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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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00:45 2012/04/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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