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from monologue 2012/04/03 00:45

뱃 속에 아이를 품고 다닌지 5개월이 다 됐다. 

앉았다 일어날 때 무릎이 시리고, 허리가 아파 누울 때도 제대로 눕지를 못 한다. 

점점 커져가는 자궁에 잦은 소변은 그나마 참을만한데, 만성 변비는 으..여전히 못 견디겠다. 

 

너무 태교를 안 했지 싶다. 요즘 거의 스트레스만 잔뜩 받아 몸이 웅크러들고, 나도 모르게 이를 악 다물게 된다. 

그럴 때면 아랫배가 단단히 뭉치면서 아픈 느낌이 온다. 그 날 그날의 정신적 상태에 따라 통증도 배가 된다.

 

주말에는 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토요일에는 엄마를 보러 갔다가 일요일에는 농구 챔피언 결정전을 보러 갔다. 

농구장에서는 여느 공연장에서나 느낄 법한 열기가 후끈했다. 귀 깊숙이 울리도록 들려오는 응원가, 정신없이 집중해야 하는 코트장, 숨을 쉴 틈조차 주지 않는 뭔가가 계속 나를 압박해와서 있기가 좀 버거웠다. 이런 점에선 긴장과 이완의 맛이 있는 야구가 훨씬 재미있다. 

스포츠를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이 어찌 마음 가는대로 몸이 움직이나 싶은 것...정말 '새처럼' 날아다닌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선수들은 마음껏 뛰고, 공을 자기 손처럼 이용하며 다룰 줄 알고, 정확한 자리로 패스를 하고, 그걸 또 받아내고 한다. 대단한 연습량이 아니면 어찌 저런 몸짓 하나하나가 개개 선수들 몸에 배어 있을까 싶었다. 그들의 활기찬 역동에 나도 모르게 고무받던 하루. 

그냥 들어가기 아쉬어 안양 경기장에서 수리산에 들렸다. 남편이 노루귀꽃을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산림욕장 개울을 건넌다. 노루귀는 개울로부터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었다. 중턱에 간간히 피어있는 작은 꽃들은 노루귀처럼 생긴 것 같진 않았다. 다만 조그마한 꽃잎들 몇 장이 모여 꽃봉오리를 이루는데...낙엽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마치 뱃 속에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어쩜 저리 작을까, 그러면서도 다 이름이 있고 하나하나의 생명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공부를 하려는데, 집중은 안 되고 주로 봤던 책들은 전국에 있는 사찰 소개집이나 여행수기였다. 

쓸쓸하고 쇠잔해가는 어떤 것들이 과거에는 지배자나 누릴 수 있던 것, 이라는 생각에 고정되어 

절이나 이름난 명소에 가는 걸 그리 즐겨하지는 않았는데....

요새는 끌린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보면서, 나중에는 딸과 저런 여행을 가볼까 하는 꿈에 부풀어 있다. 내 삶에 대한 고백도 하고 싶고....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해야겠다. 달곰이에게 너무 무심했고, 나쁜 어른들만 보게 해주어서 미안했다. 

시원한 봄비가 내린다. 친구 같은 딸과 함께 놀러다니는 꿈을 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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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3 00:45 2012/04/0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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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과망상증....

from monologue 2012/03/22 01:38

가해과망상증, 이라는 용어가 있나보다. 

처음 알았다. 

나도 정신이상자 취급을 받았지만

난 그것이 가해과망상증이라 규정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조직 내에서의 성폭력 2차 가해라는 것,

특히 '보위'가 중점적으로 달려 있는 조직 내에서라면

100% 피해자의 피해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여성 남성 똑같다. 모두에게 일차적인 건 조직 보위이다. 

그래서 조직 내에 그 누구에게도 '대리인'을 요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무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도 그러했으니.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 

합리적으로 운동해 온 사람들이 보이는 태도 역시 그렇다는 거,

이를 목도해야 하는 피해당사자는....

내 몸을 몇 번이고 씻고, 내 정신 상태를 몇 번이고 의심해봐야 하고,

내가 잘못된 건 아닌가...하고 수십번 되뇌여도

결국은 답이 없어 좌절하는 거, 난 죽어야 한다고 자학하는 거...

그들이 미안하다고 반성해도 그걸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직시하고 있는지 모르므로....캐면 캘 수록 또 다른 것들이 나오므로... 

 

피해생존자가 겪은 일들을 사건 일지만 보았다. 

원 가해자 김**이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피해자를 완력으로 제압했으며

성적으로 유린하였는가를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한 과정들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런 김**을 불쌍하다고 말하는 손**, 조직을 위해 함구하라 명하던 정**, 박**

내 정치생명 끝난다....실수였다...몰랐다..... 아주 노골적으로 어필하며

살려달라고 용서해달라고 선물주고 뭐하고 빌어도

피해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중단하고 자숙하는 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럼 끝인가?

자숙? 성찰? 뭘 빌어? 너희들이 뭘 빌어? 그래놓고 조합 탈퇴한 피해자 앞에서

활동 못한다고 택시 운전해서 벌어먹고 산다고 빌빌대고....

가해 당한 건 자신이라며 상담자 매수해 쌍으로 피해자가 너무하다고 활보하고 다니고

위원장 했던 정** 뭐하나 몰라. '년'이라는 말을 붙여주고 싶지만, 차마-

이를 보호해주었던 정진후,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정진후,

귀찮다며 대의원에게 떠넘기고, 수부에게 떠넘기고, 돈으로 적당히 무마하려 하고.. 이 개.씨발놈이! 

 

더 읽을 수가 없었다.

더는, 더는....

'가해과망상증'이라....

너희들 전부가  가해과망상증 아니니? 고작, 피해자가 말하는 건 피해 사실 말했던 게 전분데

지금 누구를 정신이상자로 몰아?....

 

나 역시 잊지 않겠다.

너희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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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2 01:38 2012/03/2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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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활동이 끝났다

from monologue 2012/02/29 23:58

작년, 올 해 아주 단기로 단체 상근활동을 했다. 

 

생협에 있은 1년간은 음....뭐랄까. 

 

문제제기할 통로조차 봉쇄되는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다. 

말이 조합원 상담이지 이건 뭐, 콜센터 상담일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참 힘들었다. 수화기를 드는 것조차 힘들어 지인에게 전화도 잘 하지 않던 나였는데....

동료들 사이에 쌓은 애정은 그 어느 곳보다 깊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읽는 폭도 넓어지게 되고,

한 치도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일들이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최대한 긴장을 빼기 위해 서로서로가 노력했던 것 같다. 

웃음, 화, 눈물, 그렇게 켜켜이 쌓이는 일상들...... 그럭저럭 1년을 보냈다. 

 

여노에 있었던 5개월....아.....

어떤 활동을 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특별히 한 게 없다.

내가 알게 된 것은 

법률의 중요성, 이상이나 가치보다 현실에서의 대응이 우선이라

막대를 구부리다 못해 '끊어야' 했던 불편한 진실....이 때로는 통용될 때도 있다는 것.

그 때는 부조리한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이 싫었다. 

 

NGA에서의 6개월

역시 특별히 한 게 없다. 

좋은 사람들, 더 오랜 시간 함께 활동했다면 나도 좀 달라져 있었을텐데

잡히지 않는 개념과 씨름하느라 정신적으로는 지쳐 있었던 듯.

현실에서의 대응보다,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이란. 걸 연구자들과 함께 해야 했는데

아....관성에 젖어 있는 내가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나보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들이었다. 자기 확신이 없는 채 계속 활동을 끌고 가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컸다.

보다 총체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활동, 익숙지 않은 언어들....나에게는 버거웠다. 

 

솔직히 아이 문제로 쉰다는 핑계가 있었지만, 점점 지쳐 있었다. 

이건 내가 보기에도 운동다운 운동이 아닌, 갈수록 시간 개념도 엉망이고 

나를 타이트하게 조이면서 하는 활동들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박, 도 크게 작용했던 듯.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활동을 정리하는 나는 무어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그럼에도.....

모든 공간에서 얻은 것들이 많았다. 

 

여하간 더 구체적인 미래와 전망들을 그릴 때까지,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이 황무지 같은 뇌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초심이 잘 유지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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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9 23:58 2012/02/2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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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만 지나면 일을 곧 그만두게 된다. 벌써부터 출근하는 게 버거워, 날짜를 세고 있다.

사실 불완전한 일상이 계속될테다. 아직 무엇을 할 지 정해놓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심리 상담에 대한 관심과 공부를 해보겠다는 의지 정도는 갖고 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니 겁부터 난다. 

어제는 동서가 사준 태교 음악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왜 이렇게 허무한 걸까. 나름 그저 그렇게 보낸 인생의 1막을 쓸쓸히 끝내는 것 같아서인가,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으면서....

무엇을 배워볼까 해도, '기껏 서른밖에 안 된' 주제에 나이탓을 한다.

웹 디자인을 배워볼까도 했다. 편집은 지면이든 웹이든 배우면 잘 할 수 있을 듯 한데...

사촌동생을 보니 그것도 나이순이더라...서른이면 노땅 취급, 에휴.

 

조디 포스터는 아빠가 누구인지 모르게 아이들을 키웠다는데, 그게 가능할까 싶다.

난 지금 아주 많은 부분들을 남편에게 '의존'해야만 한다.

 

결혼을 통해 얻은 것은 독립이었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엄마 곁으로 오면서 다시 부모에게 기생하며 살고 있다.

엄마가 바로 옆 단지 청소 일을 하시는데, 내가 늦잠을 자거나 해서 늦게 나갈 때 마주칠까봐 불안불안하다.

주정뱅이 아빠도 특유의 부지런함으로 다친 다리의 재활을 위해 추운 날씨 가리지 않고 나가서 운동을 하고,

틈이 날 때마다 엄마를 돕고 있다. 이건 뭐, 갱생에 대한 의지인건가. 

 

일을 해야 삶이 유지된다는 것, 엄마 아빠 모두 그렇게 살아오셨다는 것,

특히나 임노동자의 최후는 부지런해야만 그리고 운 좋게 건강해야만 겨우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이제 내 차례 같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진다. 

 

곧 엄마가 될 내가 한 아이의 탄생을 바라고 있는 내가, 오늘 다시 소식을 들었다.

스물 한 번째 죽음,

이전에 대우는, 현대는 어땠을까. 이렇게 사회적 타살이 가시화되었나.

 

노트북으로 소식들을 확인하다 문득 남편이 가져다 놓은 구인정보지가 눈에 들어온다. 좀 아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기에,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족쇄 하나를 채워버렸다. 지금 그들의 죽음에는, 자신이 가족 성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그 징글징글한 가족주의도 한 몫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찌 먼 이야기일 수 있으랴.

 

울산에서 자기 활동들을 하느라, 이제는 몸이 무겁단 핑계로

쌍차에 한번도 가보질 못 했다. 임신만 아니었으면 희망텐트도 참여했을텐데....

여하간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는 게 억울할 따름이다. 못해도, 죽음만은 막아야 하지 않나.

 

나꼼수에 대한 메모들을 해두었는데 그건 다음에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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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5 00:50 2012/02/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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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짧은 생각이지만 아직 머리 속은 복잡하다.

결혼도 연애도 매매(와 거래)로 이뤄지고 있거늘,

성까지 상품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고결한 윤리 따위 고수할 생각은 없으나,

비성년들이 직접 겪고 있는 변질된 혹은 더 가혹해진 성매매 현장은,

차별과 폭력에 대한 감성이 어느 정도 훈련되어 있는 나로서 여전히 마주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1%를 제외한 나머지 99%가 그저그렇게 산다면, 그 99% 안에는 얼마나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존재하는가.

누군가에게 기대어 빼앗거나 또는 빼앗기며 사는 일상, 그 버라이어티함을 형성하는 다양한 축들이 있다면, '성'을 축으로 두고 나뉘는 사회적 계급화에 맞선 운동들은 나름의 역사와 한계와 또 과제들을 남겨 왔을 것이다. 예컨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반성매매운동은 가족주의와 결합하여,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피해자화하고 주체의 목소리들을 가두는 방식이었다고 보는 평가가 있다. 그렇지만 성매매 '피해'를 호소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쉼을 제공하고 지지자가 되어주며, 긴급한 심리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운동들을 해 온 것은 '피해자화'를 주장했던 이들 여성단체들이기도 했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활용해 적극적 행위자로서 성을 파는 주체로 볼 수는 없는 것인지, 낙인에 저항할 수 있는 노동자 담론과 이에 따른 조직화가 왜 그 여성들에게 힘을 줄 수 없는 것인지, 결국 이래도 저래도 전체 '여성'들을, 남성들의 성적 대상화로 전락하게 한다는 논리는 변화하지 않는 것인지.....

피해와 고통을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 그렇지만 여전히 숨죽이며 그러한 고통들을 말하지 못하는, 특히 10대 여성들이 많다는 것. 그렇다면, 여기에서 시작되는 성노동자 운동은 왜 조직되지 않는 것인지, 바꿔 말하면 일각에서 조직되는 성노동자 운동은 왜 이들을 '포괄'하고 있지 않은 것인지....

 

이러한 물음들을 갖게 되고, 또 던지는 것은 여전히 이 사회는 남성 중심의 성담론이 지배하는 사회임에도, 그 속에서 '성매매'가 단선적인 형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또 하나의 시각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한 끝 차이라 생각하지만, 젠더와 섹슈얼리티 사이의 긴장이 제일 팽팽한 지점임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가출한 10대들이 2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임노동현장에서 노동하기 어려운, 노동 자체가 매우 열악한 10대들의 상황, 그 속에서 청소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10대 청소녀들의 성매매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던 저자는 10년 전에는 인신 구속이 없었고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개인형 성매매였다면, 현재는 포주가 개입된 산업형 성매매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한다. 손쉽게 채팅으로 만나 성매매가 이뤄지고, 친구나 동료들이 포주가 되어 결국 그 사회 안에서 위계화되는 것은 젠더나 연령면에서 '약자'인 10대 청소녀들에게 매우 가혹한 굴레였다 . 

 

 

 

얼핏 보면 '주체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듯한 단어인 '조건' 은 하기 싫은 성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 역할을 해주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소위 '조건'을 내세운다 하여도, 청소녀들은 쉽게 임신이 되고 폭력에 노출된다. 경제력이 있는 남성들이 여성을 구매하는 관계, 철저히 이 관계로 들어갔을 때에 대부분 청소녀들은 남성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건은 걸어도, 콘돔섹스를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실제 책 속에서는 조건을 통해 임신한 친구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며 그들 중 대부분은 피임의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협상이 통하지 않는 조건은, 결국 성구매자들에게 어떠한 제약도 주지 않게 되는 것이고, 10대 청소녀들이 폭력과 임신의 공포에서 한 치도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준다. 

 

성구매자들에게 저항했을 때 10대 여성들에게 날아오는 폭력은 직접적으로 몸에 위해를 가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쉽게 '강간'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가늠할 수가 없는 것이다. 생사가 달려 있는 중대한 일들을,  '보호'라 말하는 포주의 착취 속에서 매일매일 행하고 있는 10대여성들....성매매 특별법에 따르면 이들은 피해자여야 한다. 하지만 법이 시행되는 현장 곳곳에서, 이들은 또 다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성매매 특별법이 정기적으로 성매매 집결지를 쳐내는 방식이었으나, 실제 현장에서 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과 단속이 강화되고 있지는 않았다. 보호관찰 한답시고 성희롱을 해가며 수치심을 주는 경찰들의 모습은 뭐, 안 봐도 훤하다. 결국 성매매 특별법 속에 담긴 '피해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성구매 횟수가 훨씬 더 잦을 경찰이나 관료들이 '가부장적 사회의 피해자'로서 10대 여성들을 보호하고 존중할 리 없었다. 쉽게 자기 성을 파는 헤픈 년이라는 낙인과 범죄자, 여전히 달아야 하는 그 꼬리표를 지울 수 있는 힘은 경찰 따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경찰들이 성구매 남성노릇을 하며 10대 여성들을 적발하는 행태, 별다른 가치판단 없이 이러한 과정으로 보호관찰되는 아이들을 '관리'하는 역할로써 국한되는 저자의 활동들은 솔직히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화도 났다. 하지만 이런 통로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어려웠으리라....상처받은 아이들의 치유를 위해 누구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들을 견디며, 아이들을 임파워링했을 저자의 활동들은 내가 평가하기 어려운 대단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가졌던 강박은 '타자화'였다.

타자화, 섹슈얼리티에 대한 거래와 매매가 여성의 일상에서 나의 연애와 결혼은, 직업은, 이 아이들과 다른가? 그렇지 않다, 라고 수없이 되뇌였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그 일상의 참혹함에 대해 애써 침착하려 했다. 그러면서도 지독한 성병 때문에 물을 틀어놓고 소변을 봐야 하는 어떤 아이의 이야기 속에서,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드는 건 나는 그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강한 욕구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을 매개로 원치 않는 섹스를 하며 내 몸에 많은 위협을 '스스로' 가해야 하는 직업, 아마도 이것이 성을 파는 청소녀들에게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상이라 한다면, 당장 '성매매' 일반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거나 반대해야 맞지 않겠는가. 아무리 삶의 높낮이가 없다고 해도, 

내면에는 뿌리 깊은 구별짓기를 나도 하고 있다는 것, 인정해야 했다. '못해도 그 아이의 일상과 나의 일상은 다르다. 그런 참혹한 일상을 살고 있지 않고, 그렇게 살 생각도 없다. 나와 다른, 아주 어렵고 딱한 아이의 이야기다.' 

 

 

하지만 내가 빈곤하다면, 내가 사는 게 힘들어 가출을 하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면, 성매매가 아닌 다른 통로가 있었을까. 일찍 성매매로 유입되는 아이들은 소비 체계도 다르게 갖고 있다. 없는 자원에 빈곤한 관계들, 이를 '돈'으로 매우려는 10대들의 심리는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기에 큰 돈을 벌어도, 금세 쓰고, 또 이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다시 성매매로 유입된다. 몸을 대주는 일, 맞는 일, 돈 떼이는 일이 생활이 되다보면 자기 존중감도 없어진다. 

 

이들을 보면서 요즘 한창 활보중인, 10대 활동가들이 생각났다. 내가 만난 10대 활동가들은 참 자존감이 높았다. 

 

왜 10대인가, 왜 10대들의 운동이어야 하는가 라는 물음을 진지하게 던져본 것도 최근의 일인 듯 한데 다층적인 억압에 저항하는 10대들과, 그 구조에 순응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찾는 10대들....10대들이 누려야 할 성적 권리를 말하지 않는 사회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로 이에 정면도전하는 활동가들을 심심찮게 봐왔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문제로 교육청 점거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충격은 청소년들을 임신시키려고 작정했네, 항문성교를 가르치려 하네 등등의 선동으로 똘끼 가득한 인간들이 도배하고 있었다는 것과 이에 당당히 맞서고 있었던 것이, 바로 10대 당사자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책을 보면서 이 활동가들이 성을 파는 십대 여성들을 만날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이 자원으로 형성되는 방식과 소비되는 방식에는 다양한 맥락들이 있다. 그렇지만 여성의 섹슈얼리티가 활용되는 방식은 자발적 선택 vs 피해자의 구도로 압축되거나, 목적과 의도 이것이 발현된 관계, 여러 사회적 맥락들을 포괄하지 않은 채 표현의 자유나 성에 대한 엄숙주의, 과도한 억압 정도로 무시되기 일쑤였다. 나아간 얘기지만, 요즘 여러 노출논란과 나꼼수 비키니 시위에서부터(왜 정봉주의 성욕을 채워주기 위해 하는 것과 모피반대를 위해 하는 게 동급으로 취급되는 건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음-:)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나꼼수 동조자들과 언론들이 부러 섞고 있다. 이 진흙탕 속에서 다른 맥락들을 짚는 것, 논란의 미세한 결들을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입 열기 싫기도 하다. (어떠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나꼼수 띄워주기에 동조하는 것 같고, 뭐 진보 마초, 남성 운동가들의 가부장성...진짜 이딴 이야기하는 거 이제 질릴 때도 되지 않았나. 남은 건 다만 조롱과 냉소일 뿐!) 

 

 

섹슈얼리티에 대한 권리를 다른 곳에서, 다른 목소리로 '함께'주장할 수는 없는 걸까. 

 '조금 다른 아이들'끼리의 만남을 상상해보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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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5 01:55 2012/02/0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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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의욕부진

from monologue 2012/01/25 14:00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며칠을 보내면

그것도 습이 되어 이후의 일상들도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짧은 연휴가 끝나고 월차를 낸 오늘,

시가와 친정서 싸다준 남은 반찬들과 반 공기도 채 되지 않는 딱딱한 현미밥을 쓱쓱 비우고 나니

도서관에 가서 책을 보겠다는 마음도 물거품....

소파에 누워 있다 침대에 누워 있다 바닥에 누워 있다....

켜고 싶지 않던 컴을 켜고, 트윗과 페북을 확인하고,

관계망이 점점 좁혀져 들어오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던 차에

별로 확인하고 싶지 않은 소식들 몇몇과 마주한다. 

 

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샤워를 하고 채 옷을 입지 못한 채 밖으로 나오면

내 배만 슬쩍슬쩍 보인다고 남편이 그랬다. 

 

어느덧 내가 하고 싶어 했던 것들은

출산 후 1년 정도 뒤로 미뤄져 있다. 

 

포기하고만 싶다. 벌써부터, 양육과 내 일, 모두를 건져가며 살 자신이 없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 대한 사회적 대우 같은 걸 바라는 것이 합당한 건가......

 

이 의욕부진,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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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5 14:00 2012/01/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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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점으로 내 몸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 있다.

그게 내가 그렇게도 바라던 거였나, 생각하면서

최근에는 좋은 꿈을 꾼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나에게 왔을까

 

겨울의 시작을 여가부 앞을 들락날락 거리며 보냈던 걸 생각하면...

기대를 안 하긴 했는데

그 추위를 견디고도 그게 내 몸에 남아 있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언니들이 준 에너지가 이렇게 큰 거였나 생각해보기도 하고. 푸하하하하.

 

숨을 나누어 쉴 수 있는 둥근 배를

나도 드디어 갖게 되는 건가...

급 걱정이 되고, 짜증 나기도 하면서

기분이 요상하다. 얼떨떨하기도 하다.

 

사실 유산이 될까봐 겁난다. 나이 들면 그것도 습관성이라는데 흑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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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8 16:37 2011/12/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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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from monologue 2011/12/12 11:33

남십자성님의 [이따금씩만, 붉은 달] 에 관련된 글.

 

 

누군가 말했지.

모든 걸 놓아버리는 때가 오면, 그 때가 내 생을 다 한 때인지 모른다고

 

엄살 부리지 말자 하면서도

문득 문득 치밀어 오를 때가 있어.

 

어디에 있든 무얼 하든

문제의 열쇠는 나에게 있다는 거, 조금씩 알게 되는 기분이야.

 

몇 십년만에 한번 오는 붉은 달을 보고 싶었어.

하지 못한 많은 말들을 나누고도 싶었고.

잡아삼킬 것 같던 파도의 포말도 지금은 그리워.

 

잠시라도, 동해 바다를 보러 다녀올까.

연 말엔 미뤄두었던 책들을 읽으며 차분히 다음 해를 맞이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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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 11:33 2011/12/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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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from monologue 2011/12/04 00:00

이사 문제와 지대위 블로그를 정리하려면, 주말은 집에서 보내야 한다. 

그래서 계속 집에 있었다. 

 

근 몇 년을 밑바닥을 치고 조금씩 오르며 격변하는 일상들을 보냈다. 

마지막 이십대라고, 그게 요 근래에는 한꺼번에 왔다. 

 

나를 잡아주었으면 했다.

그게 '이기'였을 수도, 혹은 관계 안에서 내가 갖는 '힘'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일단 나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

 

나름 바쁘다며,

먼 곳에서 오는 친구의 기대를 무너지게 했다. 

오랜 친구라서 갖고 있던 미안하고 또 고마운 마음, 

그러면서 귀찮아하는 나,

사람의 마음, 이토록 간사하다. 

 

좀 더 예의바르게 분노하는 법에 대하여 배워야겠다.

당신의 생각이 모든 이들의 생각을 다 대변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저항감이 들기도 하지만....

다를 수 있는 맥락에 대해 굳이 설명해야 하나...이제 귀찮다.

컨트럴하고 또 컨트럴하자. 

분노밖에 남지 않으면, 또 우익이니 이명박이니 뭐니 하며 날아온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며, 누군가에게서 또 상처를 받고

내가 받는 상처는 정당하다 말하며

또 그렇게 누군가를 나도 모르게 할퀴면서 산다.

 

내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상처여, 정말 네 몫인가. 

 

.........

 

상처 입은 자는 상처 입는 자를 금방 알아본다. 그런 사람은 두 부류다.

상처를 알아본 이들끼리 친구가 되거나 적이 된다.

상처를 들키고 싶지 않아 적이 되는 슬픔까지.

상처여, 네 몫인가.

 

김선우, '우리, 사랑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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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4 00:00 2011/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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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학,

from monologue 2011/11/30 00:08

학학. 블로그 트위터 속보란 또 블로그 속보란 트위터, 트위터 속보란 블로그...

 

넘나든다. 넘나들어. ㅠ

 

그치만,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문제로, 내가 할 수 있는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배째라 하고 싸우는 주체의 의지,

 

행로를 찾아 넣을 수 있는, 약간의 압력 정도 뿐....

 

여성을 가족으로 묶어두는, 여성을 가족에 매이게 하는, 여성을 가부장제 하에 두고 '보호'하려는,

 

여성이 유지해야 할 가족들을, 날뛰는 남자들을, 게임에 중독되는 어린 자녀들을 보호하려는...

 

개떡 같은 곳이라는 거, 그리고 언제든 권력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가 기관이라는 거,

 

폭로를 통해 드러내면 된다. 

 

바빠 죽겠는데 여긴 왜 이리 고요한게야...ㅠㅠ

 

컨트럴, 집중, 순진해지지 않기. 한번은 숨고르고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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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30 00:08 2011/11/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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