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어볼까 했더니만 며칠 전에는 시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제주에 다녀왔다.

제주, 다녀와본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결코 작지 않은 섬이다.

그리고 윗 세대의 죽음은 꼭 43항쟁과 연관되어 있다.

아흔 하나로 돌아가신 시외할아버지 역시 몇 년을 죽음의 공포에 떨며 살아야 했을 거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배낭 하나 둘러맨 여행객만 봐도. 빨치산의 기억으로 치를 떨고

극우보수 집권당에게는 매몰차다. 그래서 총선 내내 무소속 의원들만 당선된다.

 

총칼은 미군과 하수인들이 휘두르고 다녔고, 늘 죽임을 당했던 건 민간인들이었다. 지배권력은 모든 걸 손에 쥐고 있었지만 좌익들은 다소 테러적이고 수세적으로 방어했다. 이승만은 좌익에게 밥을 줄 수 있는 준산간 마을은 싸그리 없앴다. 미군은 제주 전체를 불태우라 명령했고, 모든 주민들은 사력을 다해 자신들을 보호하거나 싸워야만 했다.

 

음력 4월 3일은 공교롭게도 시할아버지 제삿날이다. 내려오라 말할 때 매몰차게 거절했던 나였는데, 돌이켜보니 제사의 이면에는 아픈 기억이 있었다. 갑자기 숙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건 왜였을까.

 

이승만 권력을 이어받은 인간들이

이젠 미친 소를 수입해 사람들의 뇌에 송송 구멍을 뚫어놓으려 안달이다.

예전처럼 '미제국주의'라는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고 말이다.

 

초식동물에게 육식사료를 먹였던 인간들의 작태가 소를 날뛰게 만들고, 그 소를 먹는 인간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총칼로 사람 죽이고 난도질하던 노골적인 역사는 미친 소 먹고 뒤져도 아쉬울 것 없는 만큼,  나아가지 못했다. 광우병 파동, 단순한 파동이던가. 이는 43항쟁과도 같은 살인행위인 것이다.

 

도민의 2/3이상이 죽은 대학살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는 '광우병'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고 있다.  

굴레를 깨지 않는 이상,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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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20:06 2008/05/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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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김수영

from monologue 2008/05/05 22:38

풍경이 풍경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졸렬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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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5 22:38 2008/05/0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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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가 없는 시간..

from monologue 2008/04/30 01:22

그이가 없는 시간이다.

 

사람 두 명 죽여놓고 죽인 넘들은 떵떵거리며 잘 사는데

사람 두 명 죽인 바로 그 자리에서 12시간씩 주야 맞교대 노동을 시킨다고 했다.

핏자욱은 크레인 소리에 쇠먼지에 유기용 악취 속에 덮혀졌다.

죽음의 흔적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묵묵히 일만한다.

 

맞다. 자본의 특성상 기계를 죽어라 굴려야 한다.

사람들은 기계에 예속되어 늘어났다 줄어드는 고무줄 인생을 산다.

이상화된, 정당한 원칙은 누구의 상식 속에서나 부합할 수 있는 원칙일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원칙 역시 계급 역관계가 결정한다.

가장 올바른 원칙은 피억압자의 위치에서 사고될 수 있는 원칙일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의 거짓말을 기록하고, 사측의 놀음을 폭로하며

시시때때로 싸워야 하는 이유는 물을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다.

 

강요된 침묵. 무엇이 정당한 것인지 모르고 돌아가는 공장.

항거라도 할 때는 그래도 짜릿한 쾌감이 든다지만...

몇몇 대중적 투쟁이 올라오는 현장들과는 달리

웃음도 울음도 사라진 절망의 공장..

 

날 힘들게 했던, 그리고 많이 사랑하기도 했던 그이가

없는 시간이다.

 

불쑥,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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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30 01:22 2008/04/30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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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 몰입하기

from monologue 2008/04/28 20:44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란 실로 엄청나다.

 

낯선 땅, 낯선 말, 낯선 사람들 속에서

 

일상적인 소외와 상처로 얼룩진 일상을 사는 이들이므로..

 

내가 아무리 열배 백배는 노력한다 한들

 

쉬이 마음을  얻거나 돌려놓지 못한다.

 

언어의 장벽이 하루에도 수십번 주저않게 만들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을 때가 있었다.

 

더 많은 말들을 하거나 듣지 않아서 그만큼, 서로 할 수 있는 말들만 전하면 되는..

 

말 몇몇 마디만 하면 아주 본질적인 소통은 된다는 것.

 

직설적 언어가 아닌 몸의 표현과 태도로 소통하는 것,

 

그리고 일거수 일투족 내가 조직할 사람들을 우려하고 생각하며 사는 것,

 

그만한 애정을 난 또 언제, 누구에게, 쏟을 수 있을까.

 

늘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관계에 점잖게 몰입하는 것'도, '관계맺기에 대한 세심함'도 배운다.

 

본격적으로 활동 시작. 잘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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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8 20:44 2008/04/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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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NOT FORGIVE

from monologue 2008/04/26 01:30

하하하 언제고 복수한다. 늬들 어!

이형모랑 싸우는 기분이군. 어떨 땐 이형모만도 못하단 생각이...

...인간부터 돼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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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6 01:30 2008/04/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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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from monologue 2008/04/25 02:47

잘못된 기운,

부리면 부릴수록 나를 해치는 것이 바로 이 오기다.

 

괜찮다. 나를 다스리자. 더 많은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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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5 02:47 2008/04/2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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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싸이에서

from monologue 2008/04/20 01:35

영화평은 여기에서...

 

아쉽게 놓쳤다. 브이 포 벤데타...

 

슬슬 워쇼스키 남매가 좋아진다. ㅎㅎㅎ

 

어쌔신에서는 머 이런 사람들이 다 있노 했는데

 

바운드에서 쫌 튄다 했더니만

 

매트릭스에서 정점을 찍었다.

 

알고 보면 영화인들만큼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대중들도 없다하던데..

 

가면 속에 누가 있는지를 상상하지 않도록 만드는 영화이지만

 

사실 보는 대중들로부터는, 남성이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나는, 그게 남성(비장애인에 이성애자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Vanguard, Victim, Victory, Vision, Vendetta...

 

모두가 '브이'를 예측하고, '브이'를 갈망하는 사람일 수 있으니...

 

 

멀 째려봐? 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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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0 01:35 2008/04/2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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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무지개

from monologue 2005/06/07 23:22
왜 울고 있니 너는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왜 웅크리고 있니 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너를 위로하던 수많은 말들 모두 소용이 없었지
어둠 속에서도 일어서야만 해 모두 요구만 했었지

네가 기쁠 땐 날 잊어도 좋아 즐거운 땐 방해할 필요가 없지
네가 슬플 땐 나를 찾아와 줘 너를 감싸안고 같이 울어 줄께
네가 친구와 같이 있을 때면 구경꾼처럼 휘파람을 불께
모두 떠나고 외로워지면은 너의 길동무가 되러 걸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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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7 23:22 2005/06/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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