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7/01/05 23:48

꿈에서 본 것 같은, 꿈에서 있을 것 같은...

꿈이란 건 정말 양가적이다.

진짜 자면서 꾸는 꿈은 우연으로 주어진 것 같고,

내가 희망하는 꿈은 필연으로 조성된 것 같다.

하지만 자면서 꾸는 꿈 역시 무의식이 필연으로 조성해놓은 것의 발현 뿐 일지도...

 

 

한지선의 [길]은 게임 속 한 컷같다.

인공지능인 것 같기도하고,

고성의 끝없는 계단 같기도 하고,

환타지 애니의 한 배경같기도 하다.

적절한 2찬원과 3차원의 조화가 입체미를 더한다.

 

 

 



영상은 확실히 꿈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해준다.

김민정의 [유연한 정물]은 그야말로 '그대로 멈춰진 한 순간'의 기억인 정물을 영상화함으로써 움직임의 부여를 시도하고 있다.

 

김민정의 [숨쉬는 문] 역시 그러한데, 영상으로 만들어진 벽면의 문이 숨을 쉬 듯 팽창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심지어 숨 쉬는 소리까지 들린다!)

 

김시연의 [Barricade]는 거대한 합판위에 소금으로 만든 그물망이 보인다.

이런 작품을 보면 화가들은 모두 편집증 환자라는 걸 알 수 있다..^^;;

철망 칠 때 사용하는 벌집 문양인데, 철망은 강한 반면 소금은 그냥 불면 날아갈 듯하다.

허상의 바리케이트.

 

이 작품 옆 벽면엔 디지털로 뽑은 프린트 작품 두점이 있는데 방 안에 소금으로 바리케이트 친 모습이다.

희한하게 설치물은 조금만 흩트러뜨리면 날라갈 것 같더니, 

프린트 작품은 사진이라 그런지 일상을 가두는 -평소에는 안보일 것 같은- 희한한 망과 같은 느낌이다. 일종의 심령사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권종환의 [뿌리깊이 인식된 장소의 기억]은 꽤나 진부하거나 꽤나 사실적이다.

옛 시골학교 모습. 책상과 난로, 오르간, 액자가 모두 솜으로 이루어져있다. 구성된 내용물만 보면 나이가 좀 있는 작가같다.

한편, 꿈을 꿀 때는 현상의 뚜렷함보다는 뭉실뭉실함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지.

솜으로 표현한 건 꿈에 대한 '그야말로' 사실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을 지도..

 

 

남경민의 [5개의 병이 있는 실내 풍경]은 2,3차원을 살짝 넘어서는 세계를 2차원 캔버스에 나타내주고 있다.

캔버스 안에는 식탁 위 5개의 투명한 유리병이 마치 사람인양, 주빈인양 놓여있다.

병 안에는 붓, 수첩, 거울 등이 들어있는데 왠지 작가의 일이나 일상, 지향 등을 상징하는 것 같다.

식탁 위로 흰 나비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데, 걸려있는 액자를 통과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2차원 세계에서 2,3차원을 넘어서는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남경민의 [두개의 새장]도 비슷한다.

거울에 비추는 새나 창문의 열린 정도, 의자의 모습 등이 거울 안과 밖에서 매우 미묘한 차이를 나타냄으로써 동일한 듯 하지만 서로 다른 세상임을 알려주고 있다.

 

남경민의 [창과 캔버스 틀] 역시 그러하다.

벽에 난 창 사이로 보이는 바다풍경, 그러나 같은 벽면에 난 문 안의 풍경은 일상적 방일 뿐이다. 그리고 그 방 안 캔버스의 풍경화는 바다가 아닌 숲이 그려져있다.

 

 

박소영의 [창문 안에는 하늘이 있다]는 그야말로 창문안에 하늘, 밖에는 일반적인 도로 풍경이 있다.

의자 사이로 흘러가는 구름이 내 방안에 하늘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이 작품과 대구를 이루는 박소영의 [창문은 하늘을 담는다]는 [창문 안에는 하늘이 있다]의 야외 버전과 같다.

칠흙같이 어두운 건물의 밖에서 보는 건물의 안은 창문마다 투명한 하늘과 깨끗한 구름 풍경을 가득 담고 있다.

 

김산영의 [엄마, 나 놀이터 갔는데]

'엄마, 나 놀이터 갔는데', 서커스단이 와있더라? 상당히 오래된 동심이다-_-;;;

 

김산영의 [숨바꼭질]이라는 작품은 가장 오른쪽에 술래가 있는 매우 긴 작품인데, 누가누가 숨어 있나 찾아보기하면 재미있을 듯.

 

작품들의 내용이 내가 꿈꾸는 세계라기보다 내가 꾸는 꿈의 세계에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꽤 단편적으로 끊어지는 느낌도 많아서 그다지 풍성한 기분을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한두번 정도 저런 꿈을 꾸지 않을까?

마치 이 나라가 지겨워 해외로 나가고 싶어지듯,

이 차원이 지겨워 4차원 이상의 세계를 가보고 싶은 꿈.

 

* 사진 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꿈속을 걷다] 리플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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