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의 끝은 어디? - 정규/비정규에서 노동/빈곤으로

우리은행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다.
담보는 정규직의 임금 동결.

 

'빈곤화'라는 말이 '양극화'로 대체된 그 시점부터,
노동자의 적 또는 노동자에게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해야 할 대상은
더 이상 자본가가 아닌 '정규직'이라는 이름의 노동자가 되버렸다.

 

심지어 이젠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각종 직책명으로 나뉘어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예전 한 지방의 지역노조 조합원에게서 들은 얘기에 의하면,
사용자가 똑같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경력에 따라 이분하고 한쪽에게 임금 더 줄테니 나머지 내보내자고 꾜셨다고 한다.
더 기가 막힌 건 이 꼬임에 넘어가다 못해 집단으로 노조 탈퇴도 했다는 사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견, 특수고용.
내부에서조차 분열을 획책하는 각종 구분들의 난립.
민중과 자본가와의 갈등관계를 민중 사이의 갈등관계로 환원시켜버린
양극화란 이름의 분리와 분열은 과연 어디쯤 가야 그 '끝'을 보일 셈인가?

 


나는 최근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태도에서,
이젠 '정규직노동자 vs 비정규직노동자' 구도보다 더욱 앞서(?)나가는
'노동자 vs 빈민', '노동자 vs 민중'의 양극화 구도를 발견한다.

 



사회서비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회가 제공해야하는 서비스.
대충 분야만 꼽아봐도 사회복지, 의료, 교육, 환경, 문화, 행정 등등.

 

노동부는 올해만 해도 '11만명의 일자리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조성하겠다' 메일을 날리는데,

월 77만원,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일자리들이다.

 

빈민대회 포스터에도 자주 언급되는 '공공의료/교육 서비스 제공하라'.
그러나 빈곤 해소를 위해 서비스받아야 할 주체들이
해당 서비스에 대해 열악한 노동조건과 최저임금을 감수하고, 질(質) 타령에 경쟁하며, 직접 제공해야하는 주체로 탈바꿈되는 순간이다.

 

이미 유사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새로 진입하는 노동자들의 값싼 임금체계 때문에 임금 인상은 커녕 임금 인하와 해고의 압박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보육교사만 하더라도 그나마 업종 내에서 괜찮은 임금을 받고 있던 국공립 보육교사(16년을 일해도 월 200만이 안되지만)에 대한 정부의 인건비 지원은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 전략'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예산이 되었다.
유사업종에 비해 인건비 지원이 많다며 예산이 깎일 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없다며 예산이 통째로 날아갈지 모를 일이다.
예산 지원도 없는 국공립이라니, 껍데기뿐인 복지정책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심지어 빈곤층의 자활을 돕기 위한 자활후견기관에 참여하여 일하는 민중들 중에서는
노동을 하는데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산재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도 있다.
자활근로에 참가하는 차상위층 민중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노동자다', '노동자 아니다'라는 극단적인 판단의 발언을 수시로 바꾸어가며 내뱉는다.

 

조만간 이 사회의 대립각, 양극화 구도는 노동자 vs 빈민,실업자로 나뉠지 모른다.

이미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를 정규직 vs 비정규직으로 나눔으로써,

전체 노동자들 사이에 비정규직의 삶을 보편화하고 노동자 생계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낮추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단하기 시작한 노동자 vs 빈곤층의 대립각은 결과적으로 전체 민중들 사이에 민중의 기초 생계 수치를 모두 빈곤의 수준으로 낮추려는 음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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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8 15:50 2007/01/18 15:50
Posted by jinee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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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재필 2012/07/06 05:09  url  edit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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