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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7/06/26 12:51


 

1. 이 책은 여성 성기에 대한 의학, 해부학 뿐 아니라 문학, 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내용 사이를 오고가는 일종의 백과사전 같다.

하지만 백과사전이라 단정하기엔 30% 이상 모자라다.

 

'성기에 대해 궁금해'라는 생각만으로 덥석 집었다면

'버자이너'에 집중한 나머지 '문화사'임을 잠시 잊은 꼴이 된다.

수많은 정보를 주지만 정답을 주는 건 아니다.

(인류학적 접근 시도가 있다는 점을 5% 정도 상기하시길...)

 

물론 작자의 성과학자로서의 자기 입장이라는 게 언뜻 언뜻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체로 입장을 굳이 표명하지 않아도 될만한,

여성 성기에 대한 세상의 황당한 취급이 워낙 많아서 기술만으로도 충분히 화자에게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하다.

실제로 한참 읽다보면 '정말?'이라는 놀라움, '그렇구나'라는 인정과 신뢰, '뷁!'이라는 황당과 불신 사이를 분단위로 오고가게 된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과 관심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시선과 가치의 각하 또는 외면을 통해

21세기가 된 지금에도 '이거다'싶은 연구가 절대 부족하다는 점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인간 취급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여신에서 창녀라는 극과 극을 오가는 동안,

그녀들의 성기 역시 그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성기는 이놈의 사회에서 여성을 창녀에 가까이 가게 하였므로

뭔가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신체기관으로써 그 고초는 더욱 심했다할 수 있겠다.



2. 사회가 개인에게 보여주는 도덕적 강압의 힘은 놀랍다.

아마도 그 모든 강압엔 여성을 도구로 사고하다보니 초래된 것이 태반일 것이다.

 

여성은 문란하면 안된다. 여성은 해주는 대로 받는 존재이다.

<- 물론 이런 생각은 남성에게 속한 자손 생산을 위한 자산으로써, 직계 혈통이라는 확증을 위해 역으로 한 남성의 손만 닿는 조건을 마련하려다보니 이러저러한 가학적 행위가 용인된다는 기분이다.

 

 -> 여성의 성기는 더러운 것이다 : 이로 인해 겪게 되는 여성의 가장 큰 수난 중 하나는 클리토리스 절제일 것이다.

절제받다가 저세상으로 보내진 여자자매들이 수두룩한데도

하지 않은 아이는 집단사회에서 불결한 아이로 취급받고 왕따당한다.

그것도 음부봉쇄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는 데, 클리토리스를 몽땅 드러낸 후 외음부의 살을 끌어당겨 꿰매버린다. 윽~~

이 봉쇄조치는 첫날밤 남편의 성기에 의해 뚫리는데, 그날의 유혈낭자는 병원행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윽윽~~~

 

여성이 먼저 원하는 경우도 있다.

질 삽입 성교야말로 정상 상태이기 때문에 클리토리스로 인해 오르가슴을 느끼거나 하는 건 반칙, 이런 사회에서 자신의 비상식적인 성욕을 없애기 위해 클리토리스 절제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프로이트 아저씨가 여러 여자 잡았다!

일반적으로 클리토리스가 가장 자극적인 곳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데도,

그 수많은 세월동안 여성이 속고 서로 속이게끔 만드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이 존재한 셈이다.

 

-> 정절을 지켜라 : 이말은 주로 '처녀막을 지켜라'의 의미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처녀막 파열에 대한 공포는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남자들이 '첫남자'이길 바라니까..

뭐 요즘은 연애 한두번 안하면 백치같으니까 '네가 두번째야'까지는 용납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처녀막 사수하고자 하는 여성에게 미국 소녀들의 샛길 하나 알려주자면...

의외로 유럽보다 미국은 정절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네덜란드는 사회적 분위기상 처음 성경험을 16세 전후로 바라보는 반면 미국은 19세 전후로 바라보다보니,

그 이전에 성경험을 원하는 미국의 여자아이들은 항문성교를 주로 이용하게 된다(고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떻든 처녀막만 사수하면 되니까..

섹스 = 질 삽입성교, 첫 섹스 = 처녀막 파열로 대치시켜버린 사회의 통념이 빚어낸 결과다.

성교를 성교로 바라보지 못하고

왜 항문성교를 샛길로 만들고 왜곡된 길인양, 우회로를 찾은 양 행동하게 만드는 지 알 수 가 없지만,

어쩌면... 어쩌면... 다른 씨만 안뿌리면 되니 항문성교 정도는 얘기되어지는 '첫경험' 전에 꽤나 널리 함묵적으로 용인받을 수 있을 지도..ㅋㅋ

 

3. 이 책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이야기도 몇가지 눈에 띈다.

이를 테면 질이 짧아 결과적으로 질 입구가 막혀있는 관계로 주로 구강성교를 하던 한 여성이 새로운 애인과 섹스 중 들이닥친 기존 애인의 칼에 맞아 쓰러진다.

곧장 병원에 가보니 그녀는 임신 상태였다고 한다.

실제 논리적으로 정자는 인간의 간이든 위든 허파든 뇌든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굳이 위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질을 통해 들어온 정자가 자궁까지 찾아가 나팔관 근처에서 착상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인체의 항해술로 여겨진다고 한다.

 

호르몬의 다양한 작동 속에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에 양성을 가지고 있거나, 시기에 따라서 성이 변할 수도 있다거나 하는 사례들은 이미 심심찮게 알려지는 사실이다.

그러고보니 자궁속 태아의 성기가 초기엔 모두 여성의 성기 모양이다가 점차 남성은 남성의 성기 모양으로 변한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어쩌면 여성과 남성의 신체적 구분은 대체로 가능할 지 모르지만 확정할 수는 없을지도... 사실 과학이란 건, 특히 의학, 생물학은 일종의 확률같은 것이니까...

 

4. 모르던 유래들도 몇가지 건질 지 모른다.

간혹 월경 중엔 일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갇혀지내거나

심지어 금식에 산속에서 사람을 만나지 말고 지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월경중 여성이 있으면 우유가 쉬고 마요네즈가 굳고 절인 고기도 상하고 식초로 절여도 뭐든 상한단다. 월경의 파괴력은 이다지도 엄청났단 말인가?

 

뭐 현재 내가 사는 사회에서 월경 내내 일 안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땡 잡았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 바빌론에선 달의 여신의 월경일엔 안식일을 가졌고,

매달 1번이던 것이 세월이 지나면서 매주 1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매주 월경을 하는 달의 여신 덕분으로

기독교식 안식일 즉 일요일엔 쉬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5. 한때 히스테리가 있는 여성들의 처방으로 난소 제거수술이 적극 권장되기도 하고,

음모를 똥 무더기에 놓고 햇빛을 쬐면 뱀이 된다고 믿었던 시절도 있었고,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느끼지도 않은 오르가슴을 꾸미고 살지만,

 

인생의 한두번쯤은 자기가 직접 자신의 성기를 살펴보기도 하고,

집단 상담치료에 참가하기도 하고,

남성이 아닌 여성이 바이브레이터의 소비 주체가 되면서 이전에 없었던 질문과 환불요구로 인해 기능의 향상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무책임한 외과적 칼부림의 정체에 대해 인식하거나,

지뢰밭같은 이 사회 성 담론의 세상에서 여성으로서, 또는 그저 한 인간으로서 답답함을 뚫고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고민도 한다.

 

* 사진출처 : 알라딘(http://www.alad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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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6 12:51 2007/06/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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