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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질서확립법 등 권력에 의한 검열과 통제

  • 등록일
    2005/07/10 08:40
  • 수정일
    2005/07/10 08:40

행인님의 [또 게시판 실명제냐?] 에 관련된 글.

 

노동미디어 2000행사 자료를 퍼날르며....(http://lmedia.nodong.net)


통신질서확립법 등 권력에 의한 검열과 통제

                                                                               문성준(민주노동당 정보통신차장)


1. 글머리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공간의 검열과 통제는 국가 권력에 의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등의 공간이, 신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매체로 각광을 받는 유행 이상으로 이제는 통신 공간의 폐해를 부각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이를 이유로 국가 권력은 인터넷에도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주장하는 적절한 통제는 사실상 인터넷의 폐해와 지저분함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국가 권력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범죄 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등의 온라인 공간에서 통용될 수 있는 더욱 강력하고 보편적인 통제 수단을 도입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으로도 수많은 사이트들이 폐쇄되고 있고 국가보안법으로 사이트 운영자들이 구속되고 있으며 선거법으로 개인들의 정치적 주장이 묵살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보다 더한 검열과 통제의 수단을 만들어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이다. 더욱 경악케 하는 것은 국가 권력이 직접적으로 인터넷 등의 통신에서의 컨텐츠를 통제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일상적인 검열을 강제하는 입법도 추진한다는 점이다.


2. 검열과 통제를 위한 법률과 조례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행정부는 국가에 의한 통신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는 5개의 법률 제·개정안과 조례안을 발표했다. 정보통신부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 청소년윤리위원회의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행정자치부의 [인터넷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표준안] 등이다.

①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일명 [통신질서확립법])

[통신질서확립법]이라 불리우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7월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11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제출될 때까지 여러 차례 변화가 있었지만 대체로 뼈대는 일관되게 남아 있다. 그 내용 중 '인터넷 내용 등급제', '개인정보의 상품화 위험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 '행정부에 의한 인터넷 주소 자원 관리', '이용자의 의무', '정보통신 사업자의 인지 책임', '영장 없는 수색' 등이 법률 개정안이 수정될 때마다 들락날락거린 내용들이다.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국가로부터 재정 등의 지원을 받기는 해도 민간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반면,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정부 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획일적으로 마련한 등급기준을 국내 모든 컨텐츠에 적용하는 정부에 의한 강제적인 등급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돌아다니게 될 컨텐츠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검열을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마련한 기준은 크게 '불법정보'와 '청소년유해매체'인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유해매체'의 기준이다. 처음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마련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한 '청소년유해매체'로 정의하기도 했다. 청소년보호법에서 정의한 '청소년유해매체'에는 동성애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내용도 포함하는 등 진보적이거나 소수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청소년보호를 내세워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국가가 강요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나 등급제의 기준이 반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반대해서는 안된다.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내용들에 등급을 매기려 하는 시도 자체가 문제가 된다. 기준을 만들어서 청소년 보호 등을 빙자하여 보편적 접근을 차단 하는 것은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과 알 권리의 침해이다. 그렇다면 소위 선진국 등지에서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터넷으로 민주적인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각 국가 권력은 통제와 검열로 맞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인터넷이 국민의 생활에 깊이 다가감에 따라 생기는 문제 중 하나가 개인정보 유출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기존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보다 그 개정안인 [통신질서확립법]에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조항을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다룰 때 허용되는 범위를 더욱 분명하게 설정해
줌으로써 개인정보가 상품화되는 경향을 부추기도록 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처방은 개인정보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적절한 선에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가 상품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정보를 프라이버시권 보호 차원에서 다루는 법률이 필요한 이유이다.

②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신질서확립법]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검열'의 혐의를 받게 되고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자 정보통신부는 이 개정 법률안의 핵심 중에 하나였던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명예훼손 분쟁조정'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담당하는 조항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으로 옮겨 삽입해서 입법 취지를 발표했다. 두 개정 법안 중 하나만 통과되어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현 정부에게 필요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도입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통신의 외자 지분율을 높이는 데에 있었고 '인터넷 내용 등급제' 도입 여론이 악화되자 입법예고를 거치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서 '인터넷 내용 등급제' 부분 등을 삭제했다.

③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

정보통신부와 국가정보원이 정보통신분야에 관해 모종의 합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진작부터 있었지만 그 내용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9월에 입법예고한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이 그들의 작품이었는데 이 제정안의 통제 수단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우리 나라의 공공망 전반의 안정성 확보 업무를 국가정보원이 담당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식민지배와 독재의 산물이며 가장 폭압적인 국민 통제 기구이다. 이러한 국가정보원이 일상적으로 행정·금융·통신·국방·치안·운송·에너지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보호대책수립·예방·대응·복구 등에 관한 관리적·물리적·기술적 업무지원 등을 수행하고, 그 업무수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으로 위임받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는 정보통신 기반 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온라인 시위'를 불법화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하여 일시에 대량의 신호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오류를 발생하게 하여 시스템의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온라인에서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특정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집중적인 게시물 올리기나 말머리달기운동 등에 대해서도 적용할 소지가 있고 이와 같은 사이버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표현의 수단을 불법화하여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④ [청소년보호법 개정안]

[통신질서확립법] 초안 가운데 '사업자의 인지 책임' 부분은 논란을 빚은 끝에 입법예고안에서 삭제되었던 부분이다. 이 조항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며 정부가 형사 처벌을 통해 정보통신 사업자에게 내용 규제에 대한 책임을 강요하는 교묘한 검열 제도이다. 그런데 청소년윤리위원회는 문제의 이 조항을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포함하여 입법예고를 했다. 제26조 2항(청소년유해행위의 금지)의 11은 전기통신사업자가 청소년유해매체물의 유통을 묵인 또는 방치하면 2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사업자는 형사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청소년유해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결국 무분별한 삭제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불러올 것이다. 특히 사업자의 의무로 되어 있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조치'의 의미는 모호한데다 다른 사업자와 협조하면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조치란 거의 없을 것이므로 인터넷 등 온라인 공간은 작은 논란으로도 쉽게 경직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⑤ [인터넷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표준안]

행정자치부가 7월에 각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표준안]의 제6조(홈페이지 게시자료 관리) 2항에 의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국가안전이나 보안에 위배되는 경우",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 "특정기관·단체·부서를 근거없이 비난하는 경우"의 글이 게시되었을 때 삭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의 홈페이는 국민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여 공론을 형성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의 공론 형성을 위한 소통까지도 방해하는 검열이 수행되는 장으로 후퇴하도록 하는 것이 행정자치부의 조례안인 것이다.


3. 통제와 검열 시도, 그에 대한 저항의 과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 [통신질서확립법]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은 지난 7월, 개정 법률안의 최초 명칭이 [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이기 때문이었다. 8월에 '질서확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개정안의 명칭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으로 바꾸었다.

[통신질서확립법]은 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를 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연 공청회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이 온갖 '검열' 투성이의 개정안의 '검열' 이미지를 덮기 위해 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청소년 보호'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저항은 시작되었다. 시민·사회단체는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한 반대 입장의 성명서를 7월에 발표하고 이 법률안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히기 시작했다.

이 법안의 정체가 진보진영으로 흘러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여름내내 롯데호텔 등 파업 사업장의 투쟁이 계속되었고 한편으로는 6·15선언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어느 때보다 통일 열풍이 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통신질서확립법] 반대 운동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벌이고 있던 진보네크워크센터를 통해 민주노동당에 알려졌고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민주노동당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활동과는 다른 방식인 온라인-오프라인에서의 직접 행동을 조직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합의를 하고 각각 통신검열을 반대하는 사이트(민주노동당-free.jinbo.net, 진보네트워크센터-freeonline.or.kr)를 제작·운영하면서 통신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와 함께 네티즌을 조직하여 8월 20일 이 사안으로 최초의 온라인 시위를 벌이게 되었다. 이후 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참여로 온라인 시위는 8월말까지 진행되었다.

8월 26일 정보통신부는 자체 시스템을 조작하여 10시간가량 홈페이지 서비스를 중단하고 네티즌의 공격에 의해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고발하고 배후로 진보네트워크센터를 지목한 사태가 발생했다. 10월, 이 사태는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턴의 수사 결과 발표와 정보통신부에서 유출된 내부 문서로 정보통신부의 자작극임이 드러났다.
8월 말 뜨거웠던 온라인 시위에 힘입어 8월 입법예고는 무산시켰지만 정보통신부는 두개의 또 다른 검열무기를 들고 나와 [통신질서확립법]과 함께 9월 중순 경 입법예고를 했다. 정보통신부가 새로 들고 나온 무기는, '불온통신'으로 유명한 [전기통신사업법]에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명예훼손 분쟁조정'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담당하는 조항을 삽입한 이 법률의 개정안과 국정원의 공공망에 관여하고 온라인시위를 불법화하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이었다.

정보통신관련 3개 재·개정안과는 별도로 행정자치부에서는 지난 7월에 [인터넷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 표준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해서 지자체 의회에 상정토록했다. 이는 성남·부평·양산 등에서 입법예고 되었지만 상위법의 미비로 지자체 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상위법인 [민원사무처리에관한법률 시행령]이 개정되면 [인터넷자치단체 인터넷운영에 관한 조례 표준안]이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당 의회에 조례안을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통신질서확립법]의 독소 조항 중 하나인 '사업자 인지 책임' 부분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까지 삽입이 되어 입법예고되면서 정보통신부와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모종의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주장을 믿는다 하더라도 정부의 통신 검열 시도는 여러 부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8월부터 지속적으로 온라인-오프라인에서의 행동을 조직했던 단체들이 10월 [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창립을 제안하고 11월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을 창립하여, 단기적으로는 집중적인 법률안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장기적인으로는 국가 권력에 의한 통제와 검열에 대항하는 전망을 찾고자 하고 있다.

7월 20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을 위한 공청회
7월 20일,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정보통신부는 과도한 규제와 권한집중을 가져올 무리한 통신망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발표
7월 27일, 질서확립법 개정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내부 토론회 개최
8월 12일, 민주노동당, "반대! 통신질서확립법" 홈페이지 개통 (http://free.jinbo.net)
8월 18일, 진보네트워크, "통신질서확립법을 철회하라!" 홈페이지 개통(http://freeonline.or.kr)
8월 19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 주요골자 및 향후 추진일정 발표,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제 도입방안 발표
8월 20일, 낮12시,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한 네티즌들의 대응 방안 논의 모임
8월 20일, 오후10시, 제1차 온라인 시위, 정보통신부 사이버민원실 자유게시판, [검열반대] 말머리 달기
8월 26일, 낮12시부터 오후10시까지 정보통신부 홈페이지 접속불능.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 수사 착수
8월 28일, 오전10시경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 방문.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는 협조요청 거부
8월 28일, 낮12시, 제2차 온라인 시위, 정보통신부 사이버민원실 자유게시판, [검열반대] 말머리 달기
8월 29일, 오후2시경부터 9시경까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집행.
9월 2일, 오후 3시, 신촌, 제1차 [검열반대]를 위한 네티즌 대회
9월 5일, 오후1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에 대한 시민공청회 개최
9월 16일, 오후3시, 대학로, 제2차 [검열반대]를 위한 네티즌 대회
9월 21∼26일,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정보통신기반호보법 제정안] 입법예고
9월 23일, 오후3시, 대학로,  제3차 [검열반대]를 위한 네티즌 대회
9월 23일, 오후10시, 제6차 온라인 시위, 정보통신부 사이버민원실 자유게시판, [검열반대] 말머리 달기
10월 9일∼13일, 정보통신부 3개 입법예고안에 대해 민주노동당, 민언련 인터넷분과 의견서 제출
10월 12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8월 정통부 홈페이지 서비스 불능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 시스템 마비의 원인을 '네티즌들의 사이버 시위'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결함 등 내부문제'로 결론
10월 19일,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국회는 정보통신부가 제출한 정보통신관련
3개 법안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용하라" 발표
10월 19일, [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창립 제안, 11월 초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창립
10월 20일, 낮12시, 여의도, 제4차 검열반대 네티즌 대회
10월 23일∼11월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검열반대] 말머리달기 온라인 시위
11월 16일, 오후9시, 박주천 국회 정무위원장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실시간 온라인 집회


4. 검열반대운동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의 출현으로 시작된 검열반대운동은 크게 두 주체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하나는 이 법률안을 최초로 문제삼은 시민·사회단체들이고 또 하나는 온라인-오프라인에서의 직접행동을 조직하고, 나중에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으로 조직된 단체들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은 정보통신부의 3개 법안 등에 대해 반대 논리를 생산·강화하고 정부와 국회의원을 상대로한 설득 작업이 주가 되었고,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으로 조직된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온라인 시위와 오프라인 집회의 지침을 마련·시행하고 검열반대 사이트 운영을 통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선전활동을 주로 하였다. 양자의 운동은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이었지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통해 한나라당 소속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이 '인터넷 내용 등급제', '국가정보원의 공공망 개입' 등을 반대하는 성명을 유도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과 [정보통신기방보호법 제정안] 중 국가정보원 개입 부분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을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검열반대의 두 흐름이 좀더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국가 권력의 통제와 검열 시도가 특정 법률 제·개정으로 구현되는 만큼 이번 사안은 입법과정에 맞추어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정보통신부 등의 입법예고와 국회 상임위의 법안 심사 일정에 따라 행동 방식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데에 집중하다보니 풍부한 역량을 갖지 못한 처지에 있는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진영은 차근차근 대중을 조직하여 폭발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을 이끌어내지는 못하였다.

① 온라인 행동

검열반대운동이 시작될 무렵에는 강력한 시위 방법으로 서비스거부 공격도 고려했지만 8월 26일 정보통신부 시스템 조작 사건으로 시위 방법은 온건한 [검열반대] 말머리달기로 굳혀졌다. 검열반대운동 전반부(8월 20일∼10월 17일)에는 날짜와 시간, 시위할 사이트 게시판만을 고지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시위가 진행되다가 검열반대운동의 의의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감정적인 글들이 주로 게시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시위 행태를 극복하고자 중반(10월 23일∼11월 9일)에는 시위문안과 시위지침까지 마련해서 시위를 제안하게 되었다.
2000년 검열반대운동의 하반기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시점에는 11월 16일부터 실시간 온라인 집회를 도입하는 시위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검열반대운동의 전반부의 초반이라 할 수 있는 8월까지는 방학 기간의 청소년층이 폭발적인 참여를 할 수 있었으나 9월부터는 이것이 어렵게 되자 다소 소강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조직된 대중에 의한 온라인 시위가 아니라면 한때의 붐 이상으로 지속적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국가 권력에 의한 통제와 검열의 대상은 팬픽과 야오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청소년을 넘어서 실질적으로는 국가 권력에 도전하는 진보운동진영임이 분명한데 진보운동진영이 조직적으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 점을 보여준다.

검열반대 사이트는 관련 자료 축적, 순발력 있는 업데이트와 메일링 리스트 운영 등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진보네트워크센터의 freeonline.or.kr)와 배너로 온라인-오프라인 행동을 알리는 사이트(민주노동당의 free.jinbo.net)가 운영되고 있다. 검열반대운동 관련 자료들이 축적되고 한번의 링크만으로 지속적으로 운동 전술이 전달되는 배너를 운영한 성과도 있지만 처음 접하게 되는 네티즌에게 검열반대운동의 의의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컨텐츠나 구조는 아니라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온라인 상의 활동으로 표현의 자유 메일링리스트 freespeech@list.jinbo.net과 전술 논의를 위한 메일링리스트 freeonline@list.jinbo.net을 운영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는 네티즌에게 검열반대운동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② 오프라인 행동

4차에 걸친 [검열반대]를 위한 네티즌 대회는 대규모 집회로 조직할 수 없었으며 켐페인 성격의 집회였다. 선전물을 시민에게 나누어 주고 검열반대 서명을 받는 것으로 진행되었고, 통제와 검열은 전국적인 사안임에도 서울에만 집중되는 한계를 보였다.

③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청회 등 활동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청회와 간담회, 자료집 발간 등의 활동은 정보통신부의 3개법안에 보다 구체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주었고 나아가 대체 입법까지 고민하고 추진하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 권력에 대항하여 통제와 시도를 막으려면 결국에는 대중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하게 평가하는 경향 있었다. 그들이 마련한 대응 논리가 국회 상임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은 8월의 뜨거운 온라인 시위로 불붙었던 지속적인 직접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 권력에 의한 통제와 감시에 저항하는 우리의 과제

2000년 여름부터 시작하여 년말까지 지속될 검열반대운동이 가져다 주는 결론은 국가 권력은 절대 통제와 검열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통신품위법]이 97년 위헌 판결을 받은지 3년만인 올해, 인터넷 공간에서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안(COPA)으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한국이 미국의 선례를 따라가지 않으리라는 장담도 할 수 없고 행정부 여러 부처에서 통신공간을 검열하고 통제하려는 시도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어떠한 형태로든 통제와 검열을 위한 법률 제·개정은 계속될 것이다.

과제는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인가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무시해서는 안될 골치 아픈 문제를 먼저 짚어보고자 한다. 권력과 보수 수구 세력이 인터넷에 돌아 다니는 음란물, 인권을 침해하는 온갖 쓰레기를 처리하겠다며 통제와 검열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통제와 검열을 거부해야지 쓰레기를 방치해도 상관없다고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그 온라인 공간의 쓰레기들은 통신 공간의 가치인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방해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통신공간을 원하는 우리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권력에 의한 통제와 검열을 무너뜨리기 위한 운동은 1. 정책적 대안을 만들고 2. 대중적인 통제와 검열 반대 움직임을 형성하는 데에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아직 우리가 도달하지 못한 경지이다. 공공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통신 공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구성원들에게 통신 공간의 통제와 검열을 거부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기란 어렵다. 특히 노동자·농민 등 생산 대중의 적지 않은 수가 통신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없다. 그렇다고 권력에 의한 통제와 검열이 이들과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생산 대중의 이해는 분배의 평등에 있고, 이 이념으로 생산 대중을 조직하는 운동이 통신 공간에 자리잡지 못하게 하는 게 통제와 검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생산 대중을 조직하여 권력에 의한 통제와 검열에 대항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운영원칙

                                                                                       기명문(인권운동사랑방)


머리말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언제부터인가 대부분의 단체들이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유게시판을 만들어 쌍 방향성을 추구하고 있다.
자유게시판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초기에는 단체 내부 회원 및 내부인사의 지지의견과 함께 단체홍보와 의사소통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쓰이게 된다.

그런데 게시판은 각종 쟁점이 온라인으로 옮겨지고 인터넷의 사용이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수많은 민원과 온갖 종류의 집회 선전, 담론과 주장들로 근엄해지더니, 급기야 단체의 주장과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 또는 집단에게서 게시판이 점령되고 있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 동성애 사이트다. 그들은 정치적인 반대의견부터 비하 발언, 욕설, 인신공격 등을 해대며 게시판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공격을 퍼붓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골적인 반대의견이나 욕설 등에 몇몇 단체들이 원칙없이 삭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원칙을 세우려 하는 단체도 있다. 하지만 그 원칙은 다름 아닌 삭제를 위한 합리화에 다름 아닌 것 같다. 일례로 어느 단체의 게시판 운영원칙(시안)을 보면 게시판 운영 원칙 첫 번째에 '게시판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한다'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세칙 곳곳에는 '상업적인 광고행위를 비롯해서 공인의 사생활 침해 및 명예를 훼손한 행위 등 불가피한 사안에 대해서는 절차를 거쳐서 삭제'한다고 만들어 놓고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가피한 경우 삭제할 수 있다'로 끝난다. 전통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왔던 국가권력도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되, 건전한 사회풍토를 조성하고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국가보안법' 및 '통신질서확립법'으로 대표되는 각종 악법을 존속, 입법하려 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모든 상황에서 단일한 논리를 가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매체별로 상황별로 맥락에 따라 표현에 대한 규제가 침해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까지 어떤 그룹, 개인도 뚜렷이 그 상황을 예측하여 기준을 정하고 논란 없는 규제행위를 성공했던 역사가 없다. 그것은 연구의 부족함으로 인한 논리의 빈약함이 아니라 개인의 표현행위가 똑같은 사안에 대해 똑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똑같이 표현될 리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최근 우리의 홈페이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은 알게 모르게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관한 단상

여기서 언급할 표현의 자유는 헌법적인 '언론·출판의 자유'와 알권리, 알릴 권리를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으로서의 표현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의 의사를 특정 매체 또는 기회를 통해서 상대방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의 자유'를 의미한다. 

표현은 의도하는 목적과 양상을 떠나 그 존재만으로 굉장히 신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포기할 수 없는 것이며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자아를 확인하고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만의 신성불가침의 고유한 권리이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가 의견을 주장하고 개진하는 과정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는 참 민주주의 사회라고 볼 수가 없다. 유럽의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개인이 자신이 속한 사회내 에서의 소외와 고립을 극복하고 참여하기 위해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논리는 참정권과 공론에 참여해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결국 개인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 보장정도가 우리사회의 진보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정권과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쉽게 이해되었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의견이나 소수자의 의견을 묵살시켰던 정권에게 대항함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유용한 무기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주지의 사실이고, 그러한 정치적 억압에 대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하지 말라'고 대응했던 우리의 논리는 단순한 것이었지만 그 자체로 굉장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폭압적 방법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던 국가권력에게 시민사회와 민중들은 "대한민국이 진정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이념을 가진 국가라면 국민 누구나 표현과 정치적 의견을 누릴 권리가 있고, 정치적 반대의견과 결사의 이유로 부당한 제약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했다. 또한, 최근 들어서 네티즌들과 시민사회단체도 정부가 시도하는 '통신질서확립법'이 "애매한 기준을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온라인을 통제하여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할 것"이라며 "인터넷을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은 똑같은 논리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개인이나 집단의 표현물이 침해받는 형태와 침해의 주체는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독재정권이나 권위적인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표현의 자유 침해에서부터 언론을 소유한 거대자본의 일상적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협, 또한 정보의 생산과 표현이 비교적 쉬워진 온라인매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특정 그룹과 개인과의 침해·피해 관계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한 대응과 전망」이란 글에서 언론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논하면서 언론의 이중적 태도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음]

국가권력에 의한 침해가 충분히 해결되기도 전에 국가권력에 못지 않은 부작용을 보일 주체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으니 바로 자본이다. 그 가장 극적인 예는 삼성이라는 거대자본이 뒷받침하는 제2회 서울 다큐멘타리 영상제(1997. 4. 18. 개막)에서 천안문사태를 다루었다는 <태평천국의 문>이 중국과의 관계를 해칠까 고민하던 주최측에 의해 상영이 취소되고, 더불어 본선경쟁출품작 중 한편으로 제주 4·3 항쟁을 다룬 <레드 헌트>마저 상영이 취소된 것이다.
또한, 자본 중에서도 언론자본의 내부적인 검열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것은 '표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실현할 수단인 각 매체들이 언론자본의 수중에 있는 현대적 상황에서는 우려할 만한 일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들이 동시에 국가권력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할 수 있는데, 스포츠신문의 만화에 대한 검찰의 제재가 바로 그것이다. 한편, 같은 자본이 경영하는 종합일간지는 음란물에 대한 철저한 규제를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여야 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스포츠신문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청소년에게 유익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만화를 게재하는 언론자본의 이중적 태도는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흥미로운 사실을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고,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를 개인과 개인의 관계로만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매체를 가질 수 없는 우리에게 홈페이지나 여타의 매체는 언론 이상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며 우리의 알릴 권리와 대중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공론장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이 가지는 이중적인 태도 못지 않게 분명히 우리에게도 더욱더 치졸한 이중적 태도가 존재함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침해되는 표현의 자유의 사례와 성격, 예상되는 논란들

어느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정치적인 표현부터 시작해서 단체 내부의 치부, 욕설로 보이는 다소 거친 표현까지, 우리의 게시판에서 삭제되고 있는 표현들은 다양하고 그것을 규제하는 근거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단체의 입장이 아니라 네티즌의 입장에서 그 현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게시물을 삭제 당한 네티즌의 입장에서는 침해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가. 적들의 글은 삭제한다

어느 노동조합의 사이트에 적혀있는 게시판 운영 원칙이다. 인터넷의 기본이 익명성이고 고도의 운영기술을 갖지 못한 보통의 노동조합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적들의 글인지 일반 대중의 글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기술적으로도 희박하다. 그런데도 적들의 글을 삭제한다니. . . 추론하건데 정치적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정상적(폭력적이거나, 도배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이지 않은 방법으로 글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할지 싶다. 하지만 우선 정치적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의 글을 지우는 것에 대한 문제는 논란의 소지가 없을 만큼 명확한 표현의 자유 침해임을 모두가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그 글이 표현되는 양상이 '정상적인 것인가? 아닌가?'가 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누구의 말처럼 '딴지일보'식의 표현으로 지지하는 글이 올라오는 것은 삭제하지 않을 것인가? 또한 그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의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인고, 그 기준을 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든다. 그 게시판 운영에서 어떤 성의도 찾아 볼 수 없는'적들의 글은 삭제한다'는 원칙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악의적이다. 이즈음 되면 우리의 정당한 집회를 가로막고 선전을 방해하는 진짜 적들과 우리의 차이점은 없어진다.

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회적 약자라면 대표적으로 여성과 동성애자들일 것이다. 동성애 사이트의 경우 홍석천씨 사건 이전부터 동성애 혐오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 또한, 여성단체의 경우 군 가산점 논란 이후 거의 모든 여성단체의 자유게시판이 무력화되었고 단체들은 언제부터인가 심각한 발언들에 대해서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정보사회에서도 여전히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이므로 삭제조치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논리나, 소수자를 억압하는 것은 사회구조가 문제이므로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모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엑세스권의 불평등은 별개의 문제이기에 그것이 표현의 자유 침해의 합리화가 될 수 없고, 다른 어느 사이트보다 삭제할 글이 올라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은거시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이 논쟁에 네티즌의 표현에 대한 섬세한 접근은 찾아볼 수가 없다. 만일 한 명의 이성애자, 남성이라도 합리적이고 올바른 자기 의사를 표현했을 때 규제당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게시판을 규제하려고 했을 때 선의의 피해자 없이 성공적으로 규제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개인마다 준거의 차이가 틀리고 표현의 양식이 다 틀리는 것이 현실일 때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지우고 싶다면 명백하게 설득력 있는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자신이 없다면 게시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명백히 현존할 가능성이 있는 폭력적인 행위의 선동이나 위협'은 엄격한 해석을 거쳐 규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다. 정치적 표현의 침해

최근 발족한 이주노동자투쟁본부의 글이 외국인노동자를 전담하는 인권단체에서 가차없이 삭제되고 있다. 그런데 그 삭제되는 글들은 거의 모든 진보진영 사이트에 올라오고 있는 이주노동자투쟁속보와 집회제안서 같은 글들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적 표현을 규제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못한다. 그것은 누구를 위협하지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논란의 소지가 없는 순수한 표현의 영역에 속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정치적 권리의 핵심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우리가 갈망하는 표현의 자유의 대부분은 우리의 정치적 표현의 권리와 직결되었기 때문에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아리라 믿는다.

다음은 사랑방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내용이다. 확인절차를 밟았기에 판단의 근거가 되리라 믿는다.

[다음]

2000.10.31
정말 너무하는군요.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 게시판에는 없습니까? 왜
이주노동자 투본이 올린 글은 자꾸 삭제가 되는건가요?
................. 이주노동자 투본이 지향하는 바가 설령 ***과 다르다할
지라도,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가 외노협에 대하여 비난을
했나요, 욕을 했나요. 우리들의 투쟁 속보를 올리고 자료를 올린 것 뿐이며 ***
싸이트 뿐만 아니라 모든 진보 운동진영의 싸이트에 올리고 있는데 왜!
그러시나요?
우리는 한국노총 싸이트에는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그런 심정으로 다시는 ***
싸이트를 찾아오지 않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중히 사과하시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십시오.

-이주노동자투본 선전국-
운동단체들에게서 삭제되었던 게시물 중 가장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대표적인 자기방어, 조직이기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 기타의 사안들

위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유언비어나 추문으로 인해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는 글을 삭제하는 행위도 빈번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말할 가치가 없는 자명한 것이다. 그 글들을 지우는 순간 그 유언비어는 의혹이 되고 사실이 되는 것 아닌가? 올라온 글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고 사과할 일이 있으면 겸허히 사과하면 되는 것이고, 해명할 일이 있으면 하면 되는 것이다. 개인의 글이 현격히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사건은 내가 알기로는 몇 년 전에 학생운동그룹에서 발생한 1건뿐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네티즌 스스로 하는 것이지 강요돼서는 안 된다.
네티즌들의 당혹스러운 표현보다는 자율성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운영하는 사이버 공동체에는 일 방향만 존재할 것이다.


나가며

사실 단체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굉장한 혼란을 겪는다. 때로는 삭제하고 싶은 글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기준을 만들고 그것을 3자에게 설득시키고 삭제하는 과정이 그 게시물을 보는 곤혹스러움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글은 삭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와 삭제해야 될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이 가지는 표현의 자유의 차이를 모르겠다.

무삭제 원칙을 권장하고 싶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게시물을 삭제할 수 없다는 결론은 아니다. 네티즌의 표현을 섬세하게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을 만드는 성의를 가졌으면 하고, 설령 원칙을 만들었더라도 그 원칙을 네티즌과 자율적으로 정하고 집행하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있었다면 우리에게 삭제되었을 게시물은 극소수였을 것이고 이러한 토론회는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라도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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