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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8

한국화·서양화 두 거장의 유혹
 
[서울신문 2007-05-08 02:51]    
 

[서울신문]거꾸로 된 그림과 소나무 그림으로 독보적 입지를 이룬 서양화와 한국화의 두 대가 전시회가 동시에 열린다.

바젤리츠 ‘러시안 페인팅전´ 1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독일의 게오르그 바젤리츠(69)는 ‘잊을 수 없는 기억: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러시안 페인팅’전을 오는 11일부터 7월15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다.

바젤리츠는 힘있는 붓터치와 거대한 화면, 강렬한 원색으로 대변되는 독일 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이다. 지난해 독일 경제전문지 캐피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가’ 6위에 선정될 정도로 그림값이 비싼 생존 작가다.1위는 역시 독일 신표현주의 작가인 게르하르트 리히터였다.

특히 바젤리츠는 1969년부터 그림을 거꾸로 걸기 시작해 관람객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거꾸로 된 그림은 회화의 주제를 해석하려는 의도를 좌절시켜, 전통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이번 ‘러시안 페인팅’전은 동독 출신인 바젤리츠가 보고 자란 과거 러시아의 미술과 사진을 원작으로 한 작품 41점을 선보인다.

1998∼2002년 제작된 것들로 두껍게 물감을 쓴 전작들과 달리, 유화이지만 화면은 투명하게 표현돼 마치 수채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젤리츠는 베를린 미술아카데미에서 교수 생활을 했는데 한국 작가 세오(서수경)와 최근 서울에서 전시회를 연 노베르트 비스키도 그의 제자다. 그동안 궁금했던 바젤리츠의 작품세계에 대해 직접 질문할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시간도 11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련된다.(02)2188-6302.

허건 ‘20주기전´ 6월10일까지 덕수궁 미술관

한국 산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해 인기를 끌었던 남농 허건(1908∼1987)의 작고 20주기전이 지난 4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허건은 전남 진도에서 소치 허련의 손자로 태어났다.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손자까지 이어진 호남지방 화맥을 형성하게 된다. 흔히 예향(藝鄕)으로 일컬어지는 호남지방이 우리나라 회화사에서 구축한 위상에는 허련·허형·허건으로 3대째 이어진 화맥이 있었던 것이다.

경제개발과 맞물려 주거문화의 주류로 아파트가 자리잡으면서 한국 미술계는 서양화가 주름잡게 됐다.

아파트에 거는 그림은 서양화란 단견이 한국화의 가격 폭락과 입지를 어렵게 만들어버렸다.

허건은 목포 등 남도의 실재하는 아름다움을 그려낸 ‘신남화’ 이론을 정립하면서 한국화의 새로운 가치를 찾고자 했다.

흔히 한국화의 미학으로 불리는 여백없이, 두껍지 않은 색점을 지속적으로 그려넣어 남도의 습윤한 기후와 향토색을 담아냈다.

38살에 아버지 허형을 여읜 뒤 화가로서 그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난방이 안되는 전셋집에서 그림만 그리다 왼쪽 다리가 썩어 무릎 아래를 절단했다. 전쟁 뒤 물자부족으로 작가는 의족도 직접 만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1956년 부산 개인전이 큰 성황을 이루면서 이후 작가는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특히 말년에 그렸던 소나무 그림은 세월의 풍상을 견뎌 낸 노화가와 노송의 단단한 이미지가 맞물려 대표작이 됐다. 거칠고 속도감 있는 붓으로 그려낸 소나무는 중국 산수를 본뜨지 않고, 우리 주변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려 한 그의 노력을 대변한다. 전시는 6월10일까지.(02)2022-0623.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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