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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파업鐵` 서울메트로 노조의 대변신



◆ 2004년 7월 파업 교통대란

= 2004년 7월 서울메트로 노조는 2% 임금 인상, 주5일제 실시를 위한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사흘 동안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 대구 등 다른 지역 지하철에 비해 역(驛)당 근무 인원이 2배 이상에 달한다는 비판에도 노조는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고 파업을 강행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려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대체인력으로 군 인력까지 동원됐지만 지하철 운행이 파행을 빚으면서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매년 노사분규와 파업 반복으로 서울지하철은 '파업철'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시민을 골탕먹였다.

◆ 2009년 2월 파업대신 봉사

= 지난달 23일 서울시 용답동 지하철 군자차량기지 내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실. 정연수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과 11명의 중앙집행위원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으로부터 3월 7일 열리는 운수노동자결의대회에 20% 차출을 통보받고 대책회의를 벌였다. 불참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대회 안건이 용산 철거민, 전교조 일제고사 거부 문제 등 자신들과 동떨어진 사안들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달 18일 노조 간부들이 노숙자가 밀집한 서울역에서 급식봉사활동을 나갔다. 또 조합비를 털어 양말도 구입해 나눠줬다.

해마다 시민의 발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해 오던 서울메트로 노조가 확 달라졌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민주노총 중에서도 강성인 공공연맹 산하 주요 사업장이다. 급진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는 임성규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전 공공운수연맹 위원장)도 이곳 출신이다. 당연히 노사분규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

◆ '이랬던' 서울메트로 노조

= 과거 서울메트로 노조의 행태는 잘못된 노조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강성노조가 바람막이를 하면서 근무시간 중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거나 체육행사, 음주나 취침 행위까지 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차량지부의 경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1만1126명이 근무 중 불법적으로 상급노조집회 등에 참석했다. 근무 중 사무실과 작업장 등에서 음주행위는 적발된 것만 2003년 이후 87건이다.

수당을 타기 위해 돌아가면서 병가를 내기도 했다. 휴일 대체근무시 수당을 주는 제도를 악용한 것. 최근 5년간 승무 분야 1인당 병가일수는 무려 16.6일에 달한다. 이에 비해 본사는 2일에 불과하다. 수서차량기지 한 노조원은 2007년 한 해 동안만 26회의 병가를 내 1300만원의 대체근무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면서 매년 노사분규(24회)와 파업(10회)을 반복해 시민들을 골탕 먹였다.

◆ '이렇게' 바뀌었다

= 이러던 메트로 노조가 지난 2월 9일 서울시와 노사 화합ㆍ평화선언을 했다. 노조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노조는 "대립과 갈등의 노사문화를 청산하고 경영효율화와 서비스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공공연맹의 파업 동참 요구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 시민의 발을 담보하기 때문에 정치적 파업에 참여할 시간을 내기 힘들다는 게 불참 이유다. 지난달 28일 언론악법을 철폐하자며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 열었던 전국노동자대회에도 그래서 참석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에서 경고장을 보내고 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가을에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해주는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시민마라톤대회가 그것. 5억원에 달하는 대회 준비 비용 일부는 실비참가비(1만원)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노사체육기금ㆍ협찬금 등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정연수 노조위원장이 앞장서 궤도노조, 현대중공업, 전국 공기업, 서울시 공무원 등의 노조를 돌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노조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강연도 실시하고 있다. 대시민ㆍ국민 서비스를 외치고 있는 서울메트로 노조, 앞으로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이 민주노총 다른 사업장에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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