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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후

  • 분류
    단상
  • 등록일
    2010/06/03 17:07
  • 수정일
    2015/05/06 18:51
  • 글쓴이
    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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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1990년에 3당 야합(합당)에 반대하고 1996년 총선에서 단일화 안 한건 겁나 잘한거고 노회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단일화 안 한건 겁나 역적질이자 뻘짓이었다, 그거지?

 

나는 운동권이 다 쇠락해버린 때에 대학에 입학했고, 개인적인 의지가 턱없이 부족해 그간 한국 운동의 역사나 지형, 계보에 대해 잘 모른다. 대충 NL과 PD를 들어봤을 뿐 제대로 접하지는 못했으며, 어렴풋이나마 진보신당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 시간이 허락할 때 읽어본 몇몇 책을 바탕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조합주의를 접했고, 진보신당이 가지는 정체성에 선뜻 신뢰할 수 없으면서도 그 맥락을 제대로 짚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진보신당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기 어려웠다.

 

때문에 여태까지의 선거에서 마지못해 진보신당을 뽑은 경향이 있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무효표를 행사했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분명한 확신을 가지고 노회찬을 뽑았다. 정치인 노회찬에 대해서도 분명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는데, 그가 왜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행사때 참석했어야 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이번에 그를 뽑아준 이유는, 어떤 형식으로든 좌익 진형의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혹자는 어떻게든 이명박정권을 견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론은 일종의 순환론이기 때문에 민주당 후보를 뽑아주는 한 영원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그 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도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논리는 계속 생명력을 얻게 된다.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는 결론은 나에게 필연적이었다.

 

노회찬이 추진하는 공약들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그가 말하는 진보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나온 서울시장 후보 중 유일하게 자신을 진보라고 소개하는 후보였다. (한명숙이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소개했나? 정말?) 그렇기 때문에 진보라는 대표성에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해주고 싶었다. 단지 그 뿐이지만, 이 '그 뿐'이 나로 하여금 절대 한명숙을 뽑지 못하게 만드는 마지노선이 되었다.

 

만약 노회찬이 단일화를 했더라도, 만약 여론조사결과 한명숙과 오세훈이 초접전이었더라도 나는 한명숙이 아닌 노회찬을 선택했을 것이다. 이번에 노회찬을 선택한 나머지 3.3%도 나와 같은, 적어도 나와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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