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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주행중에도 배터리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이제 겨우 8년된 마티즈가 벌써 엄살을 부리는 게 걱정스러웠지만
'기계치'인 나는 마티즈를 끌고 정비소에 갈 생각을 안했다.
남편에게 두세번 경고등이 켜진다는 얘기만 할뿐
드뎌 어제 길 한복판에서 잠시 브레이크 밟고 있다가 움직이려는데
시동이 퍽 나갔다.
음~ 차가 퍼진다는게 이런 거구나! 실감나게 길바닥에 퍼져있다.
평소에는 앙증맞게 귀여운 마티즈라고 생각했는데 밀어보려니까
킹콩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차 밀다가 잘못 밀었더니 반대편 차선의 운전사가 나와서
"운전사가 누구야 씨~ "
다행히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지나가던 아저씨가 도와주셔서 간신히 차를 옆으로 밀었다.
그 얘기를 하면서 남편에게 온갖 투정을 다 부려봤다.
'고생했겠네, 미안해~' 한마디 들으려고
그런데 늘 이럴때 남편은
"알았어 내일 정비소 가져갈께"
"나도 며칠동안 차 갖고 나갈일이 없었어"
이게 대답이다.
내가 계속해서 그동안 내 문제지적에 무관심했던점
어제 내가 얼마나 고생했나 읊어대면
"나는 뭐 놀았냐? 그래서 어떻게 하라고" 소리를 버럭 지른다.
오늘도 역시!!!
그래서 잠시 생각해봤다.
뭐가 문제일까..
간단하지만 확실한 사과와 나의 고생스러움을 염려하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게 안된다.
결국 냉전종식을 위해 다음날 남편은 케잌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다.
이런 싸움과 해결이 벌써 몇번째인데...
달라지는게 없다.
내가 기대하는 말 한마디는 결국 들을 수 없는걸까?
내가 포기하면 집안이 편안해지는 걸까 ?
나는 가끔 '내 남자' 옆에서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싶어진다.
오늘은 수업자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더구나 아이들은 관심이 없기때문에 자알 만들어서 아이들 눈을 꼬여야 한다.
그런데 아침부터 못 볼걸 보고야 말았다.
**이는 언어장애가 있다. 성장도 제대로 안되어서 키는 작고 마치 쥐새끼같이 생겼다.
몇주전 한 여학생을 때렸다.
여학생 부모는 성형수술을 해야 한다고 350만원을 요구했다.
나는 평소에 여학생들이 **이를 징그러운 벌레보듯이 흘겨보며 다니는걸 본적이 있다.
**이는 아마 그 오랜 눈총들에 반항했을거다.
그의 어머니가 오셔서 30분간 울고 가셨다.
그리고 오늘아침
등교길 놀이터 뒤편에서 같은반 녀석들 두명이
**이를 구석에 몰아놓고 발로 밟는것을 보았다.
밟고나서는 친절하게 떨어진 가방을 줏어주고는
다시 뒤를 쫒아가면서 발로 차기 시작한다.
**이는 매에 익숙해진듯
밟혀서 벌개진 귀를 문지르며 묵묵히 발길질을 견디고 간다.
이를 악물자니 목젖이 타들어가는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욕들이 터져나올것 같다.
나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두명은 못본척 잽싸게 학교로 들어선다.
무기력해진다.
이 무시무시한 폭력앞에 나는 무기력해진다.
나는 폭력에 길들여진 이 아이들 앞에서 무기력하다.
나는 이런 아이들앞에 무기력한 교사인 내가 싫다.
오늘은 수업자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무기력한 나는 그저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고만 있다.
누군가를 사정없이 때려주고 싶다.
나도 폭력에 길들여졌나보다.
해마다 한번 여기를 들른다.
아마 이때쯤 되면 내 병이 도지나 보다.
아마 내가 겨울을 준비하는가보다.
내게 이번 겨울은 더욱 특별하다. 드뎌 40이 된다.
흠~
이 나이는 결코 쉽게 넘을 수 없는 산같다.
왠지 많은 기회를 잃어버린듯도 싶고
막 뛰어왔는데 눈 앞에 막다른 골목이 떡하니 막아서는 것 같은
그래서 '엄마아 ~ 엉엉'하고 울고 싶은 나이다.
여든 되어가시는 시어머님이 요즘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
"남들은 아흔까지 쌩쌩하게 잘만 지내는데 쯧쯧"하고 혀를 차신다.
그 얘기를 듣다가 그만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나이 마흔에 왜 난 이렇게 아픈곳이 많은걸까
마흔은 아픈 몸으로부터 오는가보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30분쯤 울었다.
걍 일어나서 출근하기 싫어서... 세상밖으로 나서기 싫어서...
이 정도 얘기하면 완전히 내가 미쳐가는것 같다.
그런데 사실이다.
오전을 그럭저럭 보내고 있는데
2년전 졸업한 제자의 전화를 받는다.
"그래 자알~ 지내니? 전에 네가 만들어준 음악 CD를 요즘도 듣는단다.
그거 들으면서 네 생각한단다."
그 CD를 자주 들여다본것은 사실이지만 듣고 있지는 않지만
예의상.. 아니 어린 영혼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이 녀석도 벌써 그런것쯤은 눈치챌 수 있을 나이겠지.
아이들은 자라고 세월은 변하는데
나는 늙어가는구나.
요즘 부쩍 귀밑머리가 하얗게 변해가는게 신경쓰인다.
며칠전 흰머리 갯수를 세다가
그만 포기해버린다. 이미 수십개라 수습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가끔은 머리가 온통 하얗게 세어버리면 좋겠다는 꿈을 꾼다.
왜냐면 걍 빨리 늙어서 죽고 싶어서..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 그래 나도 변했으니까.
........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의 詩 목마와 숙녀중에서 ..
여긴 낯설다.
나는 예전에 낯선도시로 떠나기를 좋아했다.
낯선곳에 도착해서 역앞이나, 터미널 앞 다방에서
차를 마시다가 그저 돌아온적도 있다.
낯선곳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내몰아 살아남아야 한다고
혹독하게 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 몇 번인가 또
울었다.
낯선곳도, 익숙한 곳도 모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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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흔이거든요. 제 몸이 그동안의 학대를 참다못해 반항하던 그 날 이후 조심조심 지낸답니다. 몸을 달래면서 말이죠. 아프다고 너무 기죽지 마세요. 기죽으면 더 아프던걸요. 전 마흔을 맞이하여 백두대간 구간산행을 해볼까 생각중이예요. 호연지기를 길러볼까 해서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