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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노동, 작업장의 강력한 유해인자

   먹거리 만드는 공장들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엔 가슴이 답답하고 뒷골이 아프다. 만두공장, 과자공장, 햄공장...... 생산품의 종류도, 회사이름도 다르지만 현장에 불법 파견이 만연하다는 점은 똑같다.  라인이 쉬지 않고 돌아가는 다른 업종도 그렇지만 식품생산업체는 더더욱 쉬는 시간이 아니면 상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전후로 사업장을 방문하게 된다. 그 짧은 시간에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원아줌마’들.  팔다리 어깨 허리 안 아픈 곳이 없고  현장의 온도가 낮으니 더 심하다(근골격계 질환은 추위에 민감함). 

  '직원아줌마'들의 하소연이 끝나면 가끔 협력업체 소속인 사람들이 혈압 한 번 재볼 수 있는지, 뭐 좀 물어봐도 되는 지를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그들은 건강진단을 받고도 그 결과를 들어본 적이 없기 일쑤이다. 현장을 순회하다가 만만치 않은 중량물을 다루고 팔과 손의 반복작업이 심하기 마련인 포장과 같은 공정에 대해 물어보면, ‘거긴 외주예요’ 라는 답변이 돌아올 확률이 거의 100%.   그들은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유해요인 조사대상에서도 당연히 제외된다. 생산직 파견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모 재벌기업의 자동차부품생산 협력업체들을 방문하는 날도 어김없이 두통이 생긴다.  대기업은 관리만 하고 생산 현장에는 몇 개의 협력업체가 ‘라인’을 나누어서 일을 하고 있다. 그 사업장에서 가장 중요한 보건문제중 하나는 습도가 너무 낮아서 화재의 위험이 있는 것인데 그것은 협력업체 사장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산업위생사 선생님이 몇 년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전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청의 안전관리자는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지만 현상유지가 목표인 것 같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은 엉뚱한 곳에서 발휘된다. 유해작업을 떠맡고 있는 협력업체의 사장들에게 보건관리대행을 강제한 것이 그것이다. 사실 이들 협럭업체들은 사장, 경리를 빼고는 다시 여러 개의 파견업체 직원들로 구성되고 모두 합하면 50여명이 조금 안되기 때문에 보건관리대행 대상이 아니지만 원청에서 요구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대기업은 습도와 같이 기본적인 것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협력업체에는 법적 수준을 뛰어 넘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 현장의 노동자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약 삼개월정도면 다른 현장으로 투입되기 때문에 다음 방문에서 다시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유해한 작업을 하면서도 자신이 어떤 유해인자에 노출되었는지도 모른 채 이 사업장에서 저 사업장으로 옮겨다니게 되는 것이다. 보통 소기업은 자원은 부족하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사회적 지지, social support)가 건강관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여기엔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일하는 삭막함이 있을 뿐이다.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게 없다. 

  굳이 학문적 근거를 찾지 않더라도 ‘파견 노동’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인자임을 사무치게 깨닫고 있는 터에, ‘파견업종 전면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법안이 9월10일 확정되었다는 기사를 접하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9월17일 비정규 노조 대표자들이 열린 우리당 의장실을 점거했다고 한다. 파견법 개악, 기필코 저지해야 한다.  비정규직 철폐,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성명서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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