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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난다

   아침에 지역 산업보건협의회 회의에 갔었다. 우리 지역 산업보건분야의 교수들, 산업보건기관의 실무진들, 양 노총, 경총, 대기업의 보건담당자 등등이 모여 지역의 산업보건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는 자리로 일년에 두세번 열린다.

  먼저 지난 해 우리 지역이 산재가 가장 많은 것으로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 상반기까지는 가장 적은 것으로 1위를 했고, 이게 다 여러분들의 노고에 힘입은 것이라는 주최측의 인사가 있었다.  (지난 해에 우리 지역이 1등을 한 것은 금속노조의 집단산재요양투쟁덕분이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하길래,



'우리가 관리하는 사업장의 경험을 보면 이번 유해요인 조사가 작업장 건강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역의 중소기업에서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 조사가 활발하게 되도록 감독이 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보건관리대행 대상도 아닌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대해서 공공기관에서 지원하는 작업장 개선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런 요지로 발언을 했는데 예산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민간단체에서 하면 지원하는 정도는 가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제안에 대해서 결론은 인력과 예산이 안되니 어렵다는 것이다. '뭐하러 바쁜 사람들 불러놓고 회의하냐'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참았다.

  다음에 모 자동차 회사에서 온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 일부 의사들이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산재를 남발한다. 들어온지 일이년밖에 안 된 사람들이 산재신청하러 온다. 기업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이 대목에서 내가 가만 있는 것이 도리가 아닌 듯하여 화가 난 척 목소리를 좀 높혔다. 

" 의사들이 없는 질병을 만들어낸다는 뜻이냐?  이학적 검사, 영상진단, 신경생리학적 검사 등 객관적인 소견에 근거해서 진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업무를 담당하는 분이 기본적인 것도 모르시는 것 같다. 원래 근골격계 질환의 근무기간에 따른 발생률은 U자 모양의 그래프를 그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작업초기에 많이 발생하고 적응이 되면 좋아졌다가 장기근속자에서 다시 증가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알고 이야기 하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잘난척 하는 기분, 꽤 괜찮음^^)

 그랬더니 이번엔 산업보건계의 원로격인 모 교수가 짜장면 같은 소리를 한다.

" 근골격계 질환은 정규직만의 질병이다. 비정규직에선 거의 보고되지 않는다. 즉, 놀고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게 문제이다"

 알만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이번엔 진짜로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그럼 교수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아파도 아무말 못하고 장애가 생길때까지 일하는 그런 사회로 가자는 말씀입니까?"  

  에구에구 내가 이 회의에 왜 왔던가?  회의끝나고 나오면서 열불이 나서 불참한 민주노총 지역본부 산안국장한테 전화를 했다. (민주노총은 계속 불참이다.) "제발 이런 회의에 나와서 민주노총의 입장을 알리기 바란다. 조직되지 않는 90%의 노동자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자기 역할을 하도록 주문하고 견제하는 것도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해야할 일이 아닌가?"

  내 기대가 너무 과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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