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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노동자들이 건강한 세상을 꿈꾸며

  올 여름부터 창신동의 참여성노동복지터(=참터)와 인연이 닿아 여성노동건강 세미나팀과 함께 토요일마다 건강진단사업을 하게 되었다. 창신동의 의류봉제 여성 노동자들은 주 연령이 40대 이상으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사업자 등록이 안 된 10인 미만 사업장이라 4대 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지 않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직장건강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지역건강보험이 적용되므로 이년에 한번 검진용지가 날아오나 개인적으로 가서 검진을 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검진을 받더라도 그 결과를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우리가 하는 검진은 영세사업장의 특성을 감안하여 현장검사기기를 이용하여 혈압, 비만도, 혈색소(빈혈검사), 혈당(당뇨병검사), 콜레스테롤, 소변검사(단백뇨, 요잠혈, Ph, 요당)와 같은 항목의 검사결과를 바로 확인하여 건강상담을 한다는 것과 직업성 질환의 예방활동을 함께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즉,원스톱 서비스).

  그런데, 첫 날 검진을 하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 어떤 분은 자신의 아픈 어깨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하며, 아이가 키가 안 크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키 크는 법을 물어왔다. 또 다른 분은 검진도중에 갑자기 전화기를 꺼내더니 남편에게 ‘여보, 빨리와, 무료건강진단을 하는데 당신 꼭 받아야 해’ 한다. 좋은 건 다 자식과 남편을 주는 데 익숙하고, 자기 건강을 챙길 줄 모르는 ‘아줌마’들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  캐나다에서  아줌마와 아저씨의 연간 휴가사용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데, 아줌마들은 일년에 6.6일을, 아저씨들은 0.8일을 가족을 돌보기 위해 휴가를 낸다고 한다. 그 결과 아줌마들은 정작 본인이 아플 때는 그냥 일을 하기 때문에 건강이 더 나빠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아줌마’ 노동자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리라.  

   두 번째로, 의류봉제 사업장의 유해인자의 ‘관리’는 우리들의 생각이상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검진시간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7시 사이이다. ‘아줌마’ 노동자들은 그 시간에 헐레벌떡 달려와 검진을 받으면서도 남은 일감을 걱정한다.  의류봉제업의 가장 큰 유해인자는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하청생산이라는 특성과 만든 제품의 개수별로 임금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작업시스템은 피할 수 없는 건강문제를 초래하는데, 심한 단순반복작업, 안전하지 못한 중량물 취급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특히 환기가 안되는 지하 작업장에서 만연한 섬유 먼지에 의한 호흡기 질환, 미싱기계의 전자파로 인한 잠재적 건강 영향(치매?)과 같은 여러 직업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시스템은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꿀 시간조차 빼앗아 간다는 점에서 정신 건강에도 위협적이다.  

  물론 우리는 ‘아줌마’ 노동자들이 건강한 세상이 검진 한 두 번 받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 활동을 통해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의류봉제 여성 노동자들의 만성질환 및 직업성 질환의 예방과 이를 위한 작업조건의 개선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죽도록 일하면 결국 일찍 죽는다’, ‘돈보다 건강이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터 창립선언문의 결의를 되새겨 본다. “우리는 참노동의 가치와 신성함을 추구하고 여성노동자 스스로 노동과 삶의 주인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참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알의 씨앗이 될 것을 선언한다“

* 이글은 참여성노동복지터 소식지에 실을 예정으로, 진보블로거들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을 바라며 여기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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