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건강하게 돌아오려면

  #1. 회사일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니다?

 

  중량물 취급을 했던 한 남자가 요통때문에 공상처리하여  일년 동안 요양을 했다. 복귀하여 '가장 쉬운 일'에 배치되었는데 이번에는 손가락이 저려왔다. 두달전에 건강상담을 하고 나서 회사측에 전형적인 수근관 증후군의 증상을 호소하니 정밀검사를 받고 치료를 해야한다고 말했는데 오늘 가보니 아무런 조치도 없었고 증상은 더 심해졌다. 



 환자는 어제 노조에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한다. 회사측 담당자의 말은 이렇다. 그는 이 작업마저 안하면 다른 데 배치할 곳이 없는 사람이다. 평소 일을 열심히 안해서 동료들 사이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 아프다는 사람이 잔업과 야간을 다 하는데다가 심지어 새벽에 신문배달을 한다는 소문도 있다. 회사로서는 그가 아픈 것이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류시켰고 오늘 의사방문을 한다고 하여 의견을 들으려고 기다렸다.

 이 회사의 경우는 노동조합의 동의하에 직업성 질환자에 대해서 산재처리를 하지 않고 공상처리를 한다. 워낙 많기 때문이다.  처음 근골격계질환이 이슈가 되었을 때는 꾀병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새는 아픈 것은 사실이나 업무관련성은 인정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일이 흔하다. 실제로 회사가 농공단지에 있는 경우는 몇마지기정도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회사측에 대한 나의 답변은 이렇다.

  "어쨌거나 그는 아프고 치료시기를 놓치면 수술을 해야 하는 병에 걸려있다. 회사는 그가 정밀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업무관련성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전문가에게 의뢰해도 늦지 않다."

환자 본인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치료를 받아라. 회사가 공상처리를 안 해주면 산재신청을 해라(그 방법 설명). 중요한 것은 당신이 건강한 상태로 계속  일하는 것이다"

 

* 형광등(뒤늦게 깨달은 것) 

   정확한 내용은 가물가물하나 얼마전 업무관련성은 부업을 한다고 해서 부정될 수 없다는 판례가 있었다. 이 판례를 조사해서 다음부턴 부업운운하면 확실하게 말해주어야 겠다.

 

#2. 놀 건 다 놀면서 아프다고 한다?

 

  방아쇠수지로 한달간 공상으로 요양했었던 다른 남자는 일주일전부터 시작된 심한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여 이학적 검사상 건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동료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 회사에서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을 회전해가며 용접하는 작업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 그는 손목을 움직이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 나의 말에 안된다고 했다.. 근골격계질환의 특징은 조기발견해서 치료하면 회복이 빠르지만 치료가 늦어질 수록 잘 치료가 안된다는 것임을 설명하고 그럼 작업을 줄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보자고 했다. 최소한 잔업은 하지 말고 근무중 치료를 받으러 갈 수 있도록 회사측에 권고하겠다고 하자 그것도 싫단다. 딸린 식구가 많다는 것이다. 잔업을 안 하면 20만원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다. 통증이 만성화되면 현재의 일을 아예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최소한 한달이라도 잔업을 하지 말고 일하는 것을 고려해보라고 했다.

 회사측에는 본인이 동의하는 경우 잔업을 제한하고 근무중 치료를 받도록 해달라고 하고, 그 사람의 작업을 순환할 수 있도록 관련부서장과 협의해달라고 했다.

 

 회사측 담당자는 이렇게 답변했다.  그가 아프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전에 그가 방아쇠 수지로 요양을 받았을 때도 동료들간에 불만이 많았다. 열심히하는 사람은 아파도 참고 일하는데 불성실한 사람들은 놀면서 돈을 받는다는 것은 불공평하다. 게다가 그가 점심시간이면 당구를 얼마나 열심히 치는줄 아느냐, 놀고 다 놀고 아프다면 누가 인정을 하겠는가?

 

 나의 답변. "중요한 것은 그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돈때문에 치료받지 않고 계속 일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작업자들은 아파도 회사에 말 못한다. 더이상 어쩔 수 없을 때야 와서 말하기 때문에 치료도 잘 안되는 것이다. 이 경우처럼 최근에 생긴 증상에 대한 조기 대처가 근본적인 대안이다."

 

* 형광등(뒤늦게 깨달은 것)

  이 이야기도 했어야 했다.

 " 설혹 그가 아픈데도 당구를 친다하더라도 그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근골격계 질환은 스트레스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는 환자의 빠른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이므로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지 않는한 잘 놀면서 치료받아야 한다."

 

# 남은 숙제

 근골격계 질환의 예후는 좋지 않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이 거론되고 있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작업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이렇게도 많은 것이다.

1) 치료가 너무 늦어져서 통증이 만성화된다.

2) 개선되지 않은 작업장으로 돌아간다.

3) 산재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효과적인 치료의 부족

4) 통증으로 인한 이차적인 우을증의 발생

5) 재활프로그램이 없음(산재는 재활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음)

6) 왕따와 같은 심리적 문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