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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산업보건 전문가 사이

   오늘 갔었던 한 회사는 작년에 우리와 계약을 맺었는데 건강상담할 사람이 많아서 오늘에야 작업장을 돌아보았다.  작업장 순회점검을 하다가 노조사무실도 가보자고 하니 회사측 담당자가 긴장하며 묻는다. "왜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건관리를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노조사무실에 들어갔는데 총파업준비로 바쁘다. 여기는 민주노총 소속의 지역노조이다. 노조에서 우리 병원과 계약을 하기 원해서 산업보건기관을 바꾸었다고 들었다.  



  마침 위원장이 있었다. 인사도 할 겸 보건관리에 대한 요구도 수렴할 겸 왔다고 하자 건강진단결과가 왜 늦어지는지 물어보았다. 모든 사람이 검사를 마쳐야 전체 결과가 나가는데 이차 검사가 잘 진행이 안되고 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사람의 경우 개별적인 결과통보와 상담은 이루어졌다고 대답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위원장은 작업환경에 대해서는 소음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우리측의 의견을 좀 달라고 했다. 이 회사의 소음은 100데시벨이 넘는다. 무시무시한 소음......

우리 산업위생사의 답변. "자동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지금 프레스를 다 교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흡음재를 사용한 방음벽을 프레스 사이에 설치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또 지금 귀덮개만으로는 충분한 차음효과가 안되니 귀마개도 같이 사용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 그러자 회사측 담당자가 막 웃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회사에서 방음벽을 설치하려고 했다가 현장작업자들한테서 항의가 들어와서 못했다고 한다. 시끄러운데서 일하는 것도 서러운데 가두기까지 하냐는 거다.

 

 우리 산업위생사 선생님이 " 그런데 보호구 착용을 잘 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조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교육해주기 바란다." 라고 하자  위원장은 지금의 착용률도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면서 노조에서 발행하는 신문에 그런 내용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냉큼 우리 팀이 기고할 수 있으니 많이 활용하시라고 했다. 위원장이 웃으면서 투고는 이 메일 주소로 해달라고 명함을 준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팀이 작업장 순회점검을 할 때는 미리 일정을 의논해서 노사와 함께 하기로 했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일년에 한 번은 우리팀이 참여해서 연간 활동평가와 계획을 논의하도록 하기로 했다.

 

  우리 나라는 노사의 참여를 배제한 전문가 중심의 안전보건을 하고 있다.

조직률이 낮기도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노동조합이 있어도 안전보건까지 챙길 여력이 없기 마련이다. 안전보건에 관심을 갖더라도 노조측의 산업보건 전문가에 대한 불신은 상당하다. 특히 민주노총 사업장은 이른바 검증되지 않은 전문가들에 대하여 적대적이다. 이 사업장은 작년에는 소음성 난청 요관찰자가 13명이 나왔는데 올해 우리 병원에서 실시한 결과 약 40명이 나올것으로 예상된다. 이러니 전문가들을 못 믿을 수 밖에.

 한편  묵묵히 원칙대로 일하는 나름대로 '건전한' 전문가들도 노조를 무서워한다. 주로 회사측 담당자와 만나기 때문에 노조에 대하여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되어 막 화내고 꼬투리잡는 집단으로 생각한다. 

 

 노조와 산업보건 전문가 사이가 좀 더 가까와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먼저 전문가들의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하겠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노사를 안전보건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전문가는 그야말로 기술적 조언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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