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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에 만난 사람들

     꼼짝않고 앉아서 일하다가 머리를 좀 식혀야겠다 싶어 음료수 사러 나가다가 우리 과에 들렀더니 네 사람이 있었다.  새로 도입한 검진프로그램이 안정이 안되어서 다들 고생이 많다.  검진팀장은 얼굴이 홀쭉해졌더라.  가뜩이나 일이 밀렸는데 외래 담당 간호사가 무단결근했단다. 초딩 4학년짜리 아들은 누구랑 있냐 물어보니, 혼자서 집에 있다고 한다. 휴... , 전산담당 직원은 원래 항상 방글방글 웃는 사람인데 오늘은 잔뜩 굳어있다.  수석전공의 선생은 스트레스 받으면 얼굴이 아주 많이 부풀어오르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삼년차가 결근을 해서 열 받았다.  일년차 선생은 암검진판정 쌓인 것을 다하고, 과장이 갑자기 맡긴 논문처리하느라 힘들어서 내가 농담을 해도 웃지를 않는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물어보니,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전공의들이 실무가 너무 많으니 세미나를 줄여주고, 그 실무를 덜어주는 것.  원래 일은 한꺼번에 몰리는 법.  검진팀장과 대화 이후 이번주 일정을 조정.  이틀을 뺴서 밀린 판정을 하기로 했다.  이런 일을 해버려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 법. 비타500 사서 나누어 마시고 내 방으로 돌아오면서 나쁜 시어머니같은 마음도 살짝 들었다.  내가 전공의 때는 말이지....., 뭐 이런 생각.ㅋㅋ

 

   에구구 혹떼러 갔다가 혹붙이고 온 기분이다. 으으으으윽.  하지만 기운내라, 뻐꾸기.  일이 무서운게 아니라 사람이 더 무섭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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