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인기의 비결1-가족편

    어제 한시 너머까지 개표 방송을 보다가 잤더니, 정신 못차리게 졸리다.  잠이 부족하면 일상생활이 매우 흔들리는 뻐꾸기가 열시쯤 들어가 자려는 것을 고깔이 조금만 더 보자고 꼬셔서 넘어갔다.  마누라가 옆에 있어야 기분이 난다나 어쨌다나....파란색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은 기분이 좋았으나  파란색 감소=연두색 증가 공식이 적용되는 현실에 박수를 칠 수도 없었다.  덕분에 오늘 아침에 급한 일들 처리하고 나서 오후에 번역원고를 붙들고 앉았는데 졸려서 진도가 아니 나가신다. 흑.

 

   개표방송을 보는데 조카한테서 문자가 와서 잠깐 통화를 했다.  요즘 뻐꾸기는 고민많으신 조카님의 투정을 받아주고 있다.  그 방황하는 영혼에겐 정말 출구가 없어 보인다.  문의 바깥면에도 이런 저런 장애물들이 있는데 본인이 문 안쪽에 바리케이트까지 쳤다.  여기저기 아픈 노모에 아직 손이 많이 가는 두 아이 건사하면서 직장 다니기에도 버겁지만, 안타까움에 손을 내밀게 되었다.  지난 주말을 이틀 내내 그 아이와 함께 영화보고 놀고 술마시고 이야기 하면서 보냈더니, 피로가 쌓여서 나갈 생각을 안 한다. 

 

  지난 주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이 대목에서 언제는 정신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주초부터 시모가 병원에 가야 하는데 적합한 의사를 소개하지 않는다는 독촉전화를 시누이로 부터 받고, 거의 연락안하고 지내는 친구한테 전화해서 그 동네 명의를 소개받고, 보고했다.  지난 십년간 두 어번 볼 정도의 사이인데, 시모문제로 자꾸 전화를 해서 미안하지만, 달리 알아볼 데가 없어서...- -;;;

 

  수요일엔 누리가 사생대회간다고 김밥싸달라는 것을 그래 해놓고 늦잠자서 딸을 결식청소년을 만든 것을 그날 저녁에야 깨달았다.  알아서 편의점에 가서라도 김밥을 사서 갔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냥 친구한테 얻어먹었다고 하는데, 많이 미안했다.  목요일에 붕어의 방과후 교실 학부모 참관수업에 간 것은 누리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논문이나 보고서 같은 게 무에 그리 중요하랴, 검진같이 빼먹을 수 일 말고는 대충대충 하자 하는 심정이 되었다.  붕어네 학교 학부모 상담 주간이라 토요일엔 고깔과 함께 담임 샘을 만났다.

 

   지난 주엔 모친께서 내리신 명을 받자와 형제자매, 친인척과 전화를 여러 통 해야 했다.  외삼촌의 환갑행사 참석을 둘러싸고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모친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꼬박 하루를 모친을 달래야 했다.  모친께서 전업주부인 두 딸과 며느리랑은 절대 병원에 안 갈 것이며,  나랑만 병원에 가시겠다고 선언을 하실 정도로 나를 이뻐하시는지라, 그 정도로 끝나서 다행이다.

 

  결국 다시 전화통화 한 바퀴끝에 전원 참석으로 급 선회했으나, 이번에는 환갑잔치가 아닌 그냥 식사초대이니 온 식구 다 안 와도 된다, 정확하게 말하면 식당 예약은 모친과 우리측 대표선수 몇명 분만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또 세바퀴째 전화를 돌려서 대표선수 아닌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슬며시 대표선수명단에서 뻐꾸기를 지웠는데, 웬걸, 외삼촌의 명단에는 내가 있었다.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야. 피로가 풀릴 시간이 없네. 흑.   

 

  어젠 모처럼 휴일이라 투표끝나고 하루종일 누리를 붙들고 수학을 가르쳐주었다.  반평균 깍아먹을 정도의 수학성적을 받아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 한 지 한 달만에 약속을 지켰다.  붕어는 자기도 엄마랑 공부하고 싶다고 징징거렸다. 붕어의 학교생활 담당은 고깔인데, 붕어는 엄마랑 아빠랑 담당을 바꾸어 달라고 아빠 몰래 간청을 한 두번 한 게 아니다.  급기야 서운함에 눈물을 펑펑 쏟던 붕어는 한참 있다가 그림을 한 장 그려서 보여주었다.  나랑 누리랑 헤헤 거리고 공부하고 있고 한 귀퉁이에 붕어가 울고 있는 풍경이다. 오호, 정말 사실적이고 감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림이구나, 감탄했더니, 서운한 마음이 풀렸다 한다.  우리 집에서 내 인기는 하늘을 찌른다. 끙~  

 

  이러한 인기의 결과는 만성 피로....내 인기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여기까지 쓰니 잠이 싸악 달아났다.  갑자기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무게보다 인기폭발의 결과, 밀린 일의 무게가 엄청나게 크다는 깨달음이 스쳐지나갔다. 나중에 또 졸리면 인기의 비결2- 직장편을 써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