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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끝나려나

    6월 17일이 연구보고서 제출 마감인데, 방금 최종수정본을 발주처에 보냈다.  그쪽에서 검토하고 도 수정요청사항이 있으면 납기일을 맞출 수 없게 되고, 그러면 하루에 약 18만원씩 지체 상금을 내야 한다.  주말이 끼어 있으니 그 금액이 왕창 늘어날 지 모르겠다.

 

   지난 며칠간 검진일정도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고 꼼짝 앉고 앉아서 계속 작업을 했는데,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멀쩡한 통계분석결과를 '과학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통계량을 빠짐없이 기록하라는 황당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는.........그 무지막지한 요청을 한 이가 상당히 미안해하면서도, p값뿐 아니라 자유도, t값, F값, X2 값 등이 모두 표시되어야 '과학적'이라고 확고하게 믿고 있으며, 우리 보고서에 대한 애정이 깊어 이것이 누가 보아도  흠이 없기를 바라는 참으로 바라기 때문에 그런 요청을 한다는 것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통계분석한 것을 저장해두지 않는 뻐꾸기, 결국 다 다시 분석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진짜 이상하다.  설문지 검토만 15명의 관계자들이 했고,  중간보고를 할 때 마다 다들 어찌나 관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지, 그동안 서비스업 산재 원인이 궁금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심의가 끝나고 나서도 전화를 한 통 받았었는데, 심의 의견에 미처 적지를 못했는데, 자신의 견해를 보고서에 반영해달라고 무려 30분이나 길게 설명했다.  하도 많은 내용을 이야기해서 이멜로 참고문헌과 함께 정리해서 보내달라 하고 끊었는데, 마지막 수정을 하면서야 그 메일을 열어보았는데, 허거덕 했다.  정성이 깃든 선물처럼 보고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편집도 예쁘게 해서 적었는데다 참고문헌도 한 뭉치 보냈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진짜 진짜 이상했다.  연구책임자인 나를 제외한 네 명의 공동 연구원중에서 중간에 못 하겠다고 손 든 사람이 세 명이었다. 자기 역할을 잘 해준 사람들 덕분에 공중폭파되지 않았는데,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 여기 저기 구걸하다시피  해서 도움을 받아서 간신히 마무리를 지었다.   이 상황에 대해서 누군가는 말하더라.  연구책임자한테 문제가 있는 거 아닐까?  도대체 무슨 문제인가 생각해보니, 연구책임자가 적절한 연구진을 구성하지 못한 죄, 연구책임자가 만만한 죄 등 몇 가지 가설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몇 달 째 고생해서 가뜩이나 우울했던 뻐꾸기,  그런 생각에 더 우울했었다.  그러던 중 홍실이가, 그게 왜 연구책임자 문제야?  연구책임자가 누구든 빵꾸내는 사람은 빵꾸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좀 나아졌다. 

 

   막바지 보고서 수정하면서 원고마감을 못 지켜서 정말 죄송하다, 미안한테 검진일정을 좀 조정해주라 등 주변 사람한테 민폐를 끼쳐서 스스로를 더 한심하게 여기게 되었다.  그 와중에 정부 부처에서 무슨 포럼을 한다고 참가하라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 당연히 안 간다 했다.   귀담아 듣지도 않을 것을 왜 바쁜 교수들 모아놓고 시간을 뺏는지 모르겠다.  흥. 그런 자리에는 절대 안 가 하는 심정으로 세 번 쯤 거절했는데, 마지막에 주제가 서비스산업 재해예방에 관한 것이라 꼭 참석하도록 하라는 상급자의 지시가 있었다고 난처해하는 대목에서 마음이 약해졌다.  나랏돈 받아서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를 했으니 정책 수립에 기여할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 한창 작업하는데 첫 회의가 이번 주 금요일이라고 한다.  일찍도 알려준다.  오늘은  우울감이 극에 달해서 그런지  진짜 가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이 프로젝트는 끝이 나긴 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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