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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 또 심란

< 월요일 검진>

 

 지난 해에 검진끝나고 나서 작업장 순회점검후 이런 저런 개선 사항을 적어서 보냈으나 사업장은 묵묵 부답.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검진하러 출발했다.

 

  지난 번에 심한 먼지노출과 관련된 눈 증상 호소자는 안과진료상 특이소견은 없었고, 먼지노출을 줄이기 위해 작업시간을 조정한 결과 증상은 좋아졌다.  한편 작년에 없던 증상이 생겼는데, 오른쪽 손가락의 새끼 손가락 쪽 저림, 쑤심 등의 증상인데, 그 부서 사람 3명 모두가 같은 증상이었다.  우리 병원와서 재활의학과 진료받고 근전도 검사및 엑스레이 검사 상 정상소견이었고, 사용 장비의 진동에 대한 측정결과 양호, 손에 대한 작업부담에 대한 평가상 즉시 개선이 필요한 작업으로 평가되었다 한다.  하지만 작업자들은 진동에 대한 평가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자신들의 증상이 진동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수지진동증후군의 가능성도 있었다. 

 

   담당간호사에게 두 가지를 물었다. 하나는 왜 작업자들에게 평가결과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두번째는 여러가지 검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문제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나?

  사업장 관리자에게만 서면보고 하면 끝이라 생각하는 경향에 대해서 그러면 안된다 가르쳐주었고, 이 부서가 자꾸 문제가 생기니 외주를 줄 예정이라 해서 더 확인해보지 않았다 하여, 외주를 주면 그 사람들은 무쇠인간이냐, 오히려 문제보고 자체도 못할 테니 상황이 더 심각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라 했다.

 

  문진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이 부서는 보통 신입사원이 약 일년정도 하고 다른 부서로 가기 때문에 그동안은 별 일 없이 지나갔으나 지금 작업자들은 이 작업을 한 지 이년이 되었고, 작업 일년후부터 증상이 발생했다 한다.  한가지 더. 진동측정당시 가장 진동이 심한 오래된 장비는 고장이 나서 제일 양호한 장비에 대해서 측정을 했었다 한다.

 

  진동과 반복작업 둘 중 누가 범인이냐를 가리기 위해서는 정확한 의학적 진단이 필요하다.  일단 특수검진 재검을 통해 추가 조사를 하기로 했다.  사업장 담당자는 그 통보를 받으면 엄청 짜증낼 것이다.  이미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정상이라 했고, 작업환경에 대한 평가 결과도 진동은 범인이 아니라 했는데 또 조사를 하냐 하겠지.

 

  작년에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던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아팠다.  이 회사는 작업시스템이 독특해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좀 어렵다. 한 사람이 열 가지 정도의 다양한 작업을 하는데, 작업내용은 다르지만 부담이 되는 부위는 유사하며,  생산물의 크기가 워낙 크다보니 작업장 자체를 개선할 방도는 없다.   작업방식의 관리가 주된 해결방안의 하나인데, 이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그게 과연 효과가 있겠냐 하는 시큰둥한 반응.  작년에 요통을 심하게 호소했던 지회장은 올해는 아예 증상문진지에 다 괜찮다고 체크했다. 귀찮아서- -;;;

 

  심란한 가운데 마지막에 온 사무직 여성 노동자가 혈압이 160/110. 물어보니 노조측과 소송문제가 있고 당사자라 마음고생이 심해서 혈압이 화악 올라간 것이다.  나중에 노과장 한테 들어보니 노조 사무장이 우울증이 심한데, 업무관계로 그 여성 노동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으윽.  사업장 관리자가 노과장한테 노조 사무장의 우울증이 업무상 질병이냐 물어보는 전화를 해서 알게 되었다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 심란하다.  이 회사에서는 노동자들끼리 부서내 왕따 또는 폭력에 의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해 증후군으로 최근 산재도 한 건 발생했다 하는데, 100명 남짓한 사업장에 직무스트레스 관련 건강문제를 가진 사람이 3명이라니.... 참 심란하기만 하다.  

 

  발암물질을 쓰고 있는데, 노사 양측다 관심이 없고, 작년에 했던 같은 이야기 또 할 수 밖에 없어 또 하면서도 하는 나도 지치고.

 

  30년간 소음 작업을 해서 심한 소음성 난청이 있는데, 이차검사 받기 귀찮다고 아예 특검대상에서 자발적으로 빠진 사람을 현장에서 청력검사를 해보니 해마다 청력이 나빠지고 있다. 귀마개도 잘 착용하지 않는다는 그 이는 계속 청력이 나빠지고 있다는 설명에 눈을 껌뻑 껌뻑 하는데, 내 말을 이제는 좀 알아들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발암물질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유해인자에 조금씩 노출되어 지난 몇년간 할 수 있는 검사란 검사는 다 했던 젋은 노동자는 올해도 이런 저런 증상이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가 좀 있어보여 이것 저것 물으니 본인도 마음이 늘 편치 않아서 힘들다, 외로와 죽겠다 한다.  장가보내달란다.  외딴 곳에 떨어진 사업장, 그 근처에서 자취를 하는 젊은이들.  여기는 사장도 공장장도 주말부부를 하면서 삶의 질이 나쁘고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곳이다.  군출신 간부 및 작업자가 많은 곳이라 조직문화도 거시기 하고, 일끝나면 뭔가를 할 만한 여건도 안되고.

 

  점심먹고 가라는 것을 바쁘다 하고 얼른 나왔다.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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