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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말말

   어제 하루종일 말을 했더니, 저녁 9시에 녹초가 되어 잠이 들어 아침 8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말하는 직업이니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지만, 어제 유난히 말을 많이 하게 된 이유는 어떤 상황을 두고 노사양측의 말이 너무나 차이가 나서였다.

 

   어떤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관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일한다.  잘 들어보면 양측 모두 자신이 경험한 사실에 따라 말을 하고 있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느껴진다.  보통은 노사 양측이 하는 말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완전 반대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데 어제의 경험은 양측 다 상대편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 한다. 그냥 거짓말도 아니고. 

 

   아침엔 그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를 만나서 세 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었는데,  흔히 접하는 상황을 과장하는 태도는 없었고, 차분하게 자신이 경험한 것을 없는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의 의견중에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만나거나 문서를 통해서 들은 내용중 가장 신중하고 객관적인 것이었다. 

 

   오후에 만났던 사측의 대표선수는 두 번 만났는데 두 번 다 두 눈이 시뻘겋다. 물어보니 전날 새벽 4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났단다.  평소에도 한 다섯시간 정도 잔단다.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분위기라 안쓰럽다.  그런데 그 사람이 하는 말중에 뻔한 거짓말을 들으면서, 금방 드러날 일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상황만 벗어나면 사람들의 관심이 사그라들테니, 나중에 거짓말이 드러나도 별 문제 안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 좀 알 것 같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한 작업장 상황을 두고 노동자들이 엇갈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금까지 좀처럼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두 집단의 차이는 한 쪽은 회사에 계속 다니는 사람들이고, 다른 한 쪽은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다.  회사를 계속 다니는 사람들에게 회사를 그만 둔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니, 어떻게 그렇게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 놀랍다, 누가 대신 쓴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다.  그들중 일부는 확신에 찬 태도로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이나 나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에게 회사를 계속 다니는 사람들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을 기회는 없어서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그 입장이라면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 같다.  

 

  어제 만난 사람중 말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은 말의 내용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 적당히 선동적이면서 세련된 말들로 국면을 전환시키는 기술도 뛰어났다.  그들의 말 중 진실하게 들린 유일한 말은 그들이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충성심, 회사에 대해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었다.

 

  어제 하루 종일 여러가지 말을 들어보고 나서 내린 결론은 노사양측의 말의 차이가 관점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반대되는 내용이라는 것은 둘 중 하나가 하는 말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도를 한 것이든 몰라서 그런 것이든. 

 

  여러가지 말을 들으면서 내가 했던 말들을 돌아보았다.  부끄러운 기억들이 춤을 춘다.  말을 제대로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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