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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 오타쿠로부터 본 일본사회(014)

오타쿠의 스노비즘으로부터 보이는 시니시즘 그리고 이런 시점에서 보면, 전술한 것과 같은 오타쿠의 스노비즘은, 에도 문화의 형식주의 연장선 위에 있는 동시에, 또 이런 세계적인 시니시즘 흐름의 한 현상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스탈리니즘 하의 시민과 일본의 오타쿠들은, 확실히 정치적인 긴장도 사회적 조건도 달라, 이 양자를 비교하는 것은 골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양자 모두, 모든 가치가 상대화되어 버린 후, 무의미한 것에서 굳이 의미를 발견하고, 그리고 어느새 그 '굳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는 심리적인 과정에서는 공통되어 있다. 때문에 코제브는, 일본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채로, 오타쿠적인 감성의 태두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선행하는 오타쿠론 중에서는, 전에도 다룬 오오사와 마사치가 이런 면을 다루고 있다. 전술한 것과 같이 그는, 오타쿠의 특징을, 조락한 큰 이야기(초월적 타자의 심급)을 서브컬처로 메우려 한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앞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그는 거기서 지젝을 참고하고 있고, 위의 시니시즘론과 완전히 겹치는 형태로 오타쿠론을 전개하고 있다. 오오사와는 거기서, 오타쿠들에 있어서는 '제3자 심급의 제1차적 붕괴를 전제로 한, 제3자 심급의 2차적인 투사가 발생'하고, 그 투사는 현대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주42) 이 오오사와의 술어는 특수하지만, 이 책의 표현으로 고치면, '제3자의 심급'이라는 것은, 초월론타자=큰 이야기를 말하고, '2차적 투사'라는 것은 서브컬처에 의한 날조를 말한다. 오타쿠들에게 있어서는 본래의(1차적인) 큰 이야기가 붕괴하고, 그 전제의 근본으로써 페이크의 큰 이야기(2차적인 투사)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페이크를 손에서 놓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상의 시대와 허구의 시대 그리고 오오사와는, 이 전제 위에서, '虛構の時代の果て'나 '戰後の事象空間' 등의 저작으로 더욱 깊이 있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오오사와에 따르면, 전후 일본의 이데올로기 상황은, 45년부터 70년대까지의 '이상의 시대'와, 70년대부터 95년까지의 '허구의 시대' 둘로 나뉜다. 이 책에서의 표현으로 말하면, '이상의 시대'는, 큰 이야기가 그대로 기능하고 있던 시대, '허구의 시대'는 큰 이야기가 페이크로밖에 기능하지 않는 시대이다. 이 윤곽 안에서 오타쿠적인 이야기 소비-허구 중시는, '소비사회적 시니시즘의 미저(微底)한 형태'로서, 종전으로부터 80년대까지 일관된 흐름 위에서 파악된다. 그리고 95년의 옴 진리교 사건은, 바로 이 흐름의 끝에 위치하고 있다. '연합적군---및 그것에 동시대성을 느꼈던 사람들---이, 이상 시대의 종언(또는 극한)을 대표하고 있다고 하게 되면, 옴 진리교는, 허구 시대의 종언(극한)을 대표하는 위치를 맡게 된다.'(주43) 14년부터 89년까지 75년간은, 19세기적인 근대로부터 21세기적인 포스트모던으로 가는 긴 이행기였다. 이 이행기의 시대정신은 시니시즘 또는 스노비즘으로 특징지어지고, 그것은 냉전으로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 과정이 45년의 패전으로 한번 절단된다. 그리고 역으로, 부흥기로부터 고도성장기에 걸친 일본은, 오히려, 교육기관이나 사회조직 등, 사회의 이데올로기 장치를 강화하고, 큰 이야기=국가목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써 위기를 뛰어넘어왔다. 실제 이 시기의 효율적인 경제성장은, 전쟁 중의 총력전 체제가 남긴 법제도나 행정시스템에 의해 크게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그 총합이 또다시 완만해진 것이 70년대이고, 그 결과, 일본에서는, 포스트모던으로의 이행이, 7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그러나 그만큼 급속하게 진전되었던 것이 아닐까. 오오사와가 논한 '이상의 시대'와 '허구의 시대'의 대립이 명확한 것은, 아마도 이런 일본의 독자적 상황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42) '전자 미디어론', 279,286항 주43) '戰後の事象空間(전후의 사상 공간)', 128항. '虛構の時代の果て(허구의 시대 끝에서)', 40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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