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5시
토요일 오후 5시
별로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시간
대학로 카페에서
시시한 얘기로도 웃고 즐거운 연인들을 구경하며
핸폰 주소록을 뒤적이고 있다.
오랜만에 일 없이 사람들이 보고싶다.
핸폰 주소록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찾아 낸다.
그.치.만.
반가운 이름 옆에 꼬리표가 붙는다..
이 이는 애가 너무 어리지...
애가 너무 어려 떼놓기 외출하기 어려운 한무리가 제외되고.
집이 대학로에서 너무 먼 한 무리를 또 떼어놓고.
토요일 이 시간 외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래도 있는 사람들을 골라 전화를 돌린다.
시댁 행사 행차 중....1명
애 학원에서 기다리는 중야.. 끝나면 집에가서 밥해야지..애 아빠가 오늘따라 어디갔네....1명
아직도 일해..안끝나....3명.
오늘까지 마쳐야하는 원고가 있어....1명
지금? 한강유원지야..가족 나들이 중...1명
에잇,
내 팔자야. 여태 뭐하고 살았냐..흑.
다 포기하고 카페 밖의 내리쬐는 햇빛에 눈을 주고 있는 데 전화벨이 울린다.
마침 근처에 있던 대학선배.
차 한잔 마시고.
요즘 사는 얘기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생각했다.
난 다른 사람한테 어떤 사람일까.
보고 싶지만 이 사람은 너무 바빠.
애 때문에 주말은 집에 있어야 하지.
저녁늦게까지 술마시는 걸 너무 부담스러워 해.
아 만나면 일 얘기, 애 얘기 밖에 안해
그러고 보니 5년을 엄마로 살면서 난 참 많은 것들을 잃어 버렸다.
모처럼의 토요일 오후의 자유를 힘겹게 누리고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다시 엄마로 돌아왔다.
rivermi 2006/05/25 13:43
쭌모님 <블로그 to 블로그> 받아주3~
담주즘엔 쭌모님이 좋아하시는 블로거 소개해주실꺼죠? 기대하고 있을께여^^
lsj 2006/05/26 00:25
rivermi/아,, 소개. 감사합니다.
이 쑥스러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선 이걸 빨리 넘겨야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