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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 그 고민거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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쭌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매해 크리스마스 즈음에 싼타잔치를 한다.

엄마들로 부터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한개씩 가져오게 해서 싼타복장을 한 아저씨가 와서 선물을 나눠주게 한다.

덕분에 나는 밤선물과 낮선물 두개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 훌륭한 기회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방문한 산타는

아이들 하나하나에게 선물을 주면서 내년에 어떠어떠한 점을 고치지 않으면 내년엔 선물을 안가져다 줄 것임을 넌즈시 알려준다.

 

쭌이 네살때 까지만해도 산타의 등장 자체가 호기심과 두려움이었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는 모습이다.

 

다섯살 즈음엔 산타의 등장 상황 자체를 즐기고,

산타에게 뭔가를 가져다 주길 기도하기도 하지만,

수염이 이상하다는 둥 약간의 의문을 표하면서도 존재 자체를 의심하진 않았다.

 

올해 여섯살된 쭌은 싼타잔치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표하지 않는다.

물론 선물을 받을 것에 대한 기대는 한다.

어느날 저녁, 원하는 선물을 알아내기 위해 질문했다.

 

나: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는 뭘 선물해주면 좋을거 같애?"

 

쭌:"음..탑블레이드...근데 어린이집에 오는 산타할아버지는 가짜다."

 

나:"--;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쭌:"내가 수염을 당겨봤는데 가짜였어.."(기억력 짱 좋은 우리 아들)

 

이모:(이모의 수습) "산타할아버지는 바쁘잖아. 그리고 밤에 오시잖아. 근데 어린이집에는 낮에 오시잖아.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직접 못오시고 심부름을 시키는거야..횡설수설"

 

쭌:"응"

 

어른들: ............휴~

 

그런데 오늘 낮에 다시금 이모와 산타에 관한 토론을 했는데

쭌은 여전히 어린이집에 오는 싼타가 가짜라고 생각하는데(산타가 없다는건 아니고)

이유인 즉

어린이집 친구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기가 생각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이모의 수습은... "마음속으로 믿는 사람한테만 산타가 오는거야..."였다는데

 

의문. 

왜 어른들은 아이들이 산타를 믿기를 바라는 걸까? 자신들은 믿지도 않으면서,

온갖 텔레비젼에서는 산타 훈련받는 모습까지도 방송하고,

(물론 성인시대간에 ..그러나 아이들도 본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 몰래' 선물을 가져오라는 주의사항에 친절하게 밑줄친 안내문을

아이들 가방에 넣어 집으로 보낸다

(--; 7세반아이들의 반은 글을 줄줄 읽는다.),

눈가리고 야옹거리면서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도록 지켜주는 것이 어른된 도리라고 생각할까?

왜 아이들이 산타를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아동기의 종료라고 생각하는걸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산타는 없어! '라고 말하면

동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삭막한 엄마인것 같은 느낌을 마구 받으면서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이 전전긍긍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만들었었다.

 

오늘 매우 씩씩한 어린이집선생님하고 산타잔치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선생님이 일하는 어린이집에는 몇해 전부터 '산타'대신 '백두할머니'가 오곤했는데

올해는 백두할머니가 오셔서 선물을 주는 대신 선물을 받아갈 예정이란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아예 오시지 않을 예정이라고...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이야기했냐고 물었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의 대충의 요지는..........

 

크리스마스는 원래 예수님이라는 분의 생일이었는데...그사람이 우짜구 저짜구...

그래서 사람들이 예수님이 태어난 날을 기념해서 선물을 주고 받았는데

선물을 못받는 사람들에게 산타가 몰래 선물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고 ...우자꾸 저짜구..

그래서 그 날은 선물을 받는 날이 아니라 선물을 주는 날이다.

백두할머니는 그래서 너희처럼 생일이나 어린이날이나에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 말고,

꼭 선물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려고 한다더라...

그래서 우리도 선물을 받는대신 선물을 하였으면 한다...

 

고 했다고..

그래서 언니들은 동생들에게 사탕목걸이를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가져온 선물은 또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 하려고 한다고..

 

머찐 선생님!

기업의 크리스마스의 상술에 놀아나지도 않고,

나눔의 정신도 아이들과 나누고.

그 골치거리 산타도 해결했다.

 

이렇게 산타를 알게 된 아이들은 어쩌면 아주 어른이 되어서도 산타를 믿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백화점에서 만나는 산타는 가짜지만,

'내가 만날 수 없더라도 정말 산타는 있지...' 라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아질 수도 있을거다.

그런 어른이 많아지면 그래도 세상이 좀더 살만해지지 않을까?

 

산타 할아부지 내년부터는 우리집에도 오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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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0 01:42 2005/12/20 01:42

댓글1 Comments (+add yours?)

  1. 달군 2005/12/20 02:03

    산타를 모든 어린이들이 믿지 않아도 된다면.. 상인들 대목하나 없어지겠네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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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그냥 Tracked from 2005/12/21 14:29

    쭌모님의 [싼타! 그 고민거리에 대해..] 에 관련된 글 이건 그냥 한 의견이다. '이래야 한다'는 주장이라기보다는 그냥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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