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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고맙습니다. 미안해요. 한번만 도와주세요.
누나 이름은 알 필요가 없다는
아역배우 한명이, 오디션을 마치고
내게 180도 고개를 숙여 깊숙히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기획사에서 건네준 대본을 꽉쥐고 있는 10살, 초등학교 4학년
지환이와 환희는
누나라는 호칭에 영 실망한 듯 보였다.
사무실 한 구석에 마치 사장처럼 앉아
10살짜리 꼬마들을 심사해야 했던 나는
있잖아. 누나..가 말이야..학교 숙제로 단편영화를 하나 찍으려고 하는데..
얼굴은 달아오르고 더듬거리는 내 얼굴을 바라보는 지환이는
누나 이름은...이라는 그 뒷문장을 냉큼 잘라버리고
'괜찮습니다.'
7개월동안 꼬박꼬박 부어온 적금통장 두개를 깨고
미안하다는 말을 항시 서두로 달아야 하는
이 시간들이 처음있는 일인것처럼.
그렇다. 여전히도 이 과정은 나에게 있어 견뎌내야 하는..
생존해야 하는..
부평에서, 정말로 상영되어야 할 인천 부평에서
그 초라한 노동자들과의 약속.
배트와 그리고 진보넷 일도, 다 쉽게 지연하면서, 아니
내 스스로 수동적인 포기상태를 기어이 선언했을때.
나는 생각했다.
이 모든것을 버리고 온몸으로 부딪치는것은 위험해.
강해지고 강해지며 강할 수밖에.
무감하고 무심하며 느끼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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