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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정말 오랜만. 한강.

 

언제 그랬냐는 듯, 서울을 덮을 기세로 묵직하게 흐르던 황토물은 온데간데 없다.

 

 

 제법 서늘한 공기와 속살까지 살짝 껴안는 바람이 참 편안하다.

 

여긴.. 한국이, 아니 지구가 아닌 것 같잖아.

 

 

희그무레컴컴한 강을 보고 있노라면, 저만치 와서 멀어지는 물에 잠시 눈이 풀리면서..

 

잡지 못할 흐름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과 뛰어들면 안된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한참동안 정체모를 생각들을 따라잡다 그마저도 초연해질 때 쯤이면..

 

 

제법 눈이 밝아진 수면위로 사람들 얼굴이 보인다.

 

어떤 누구는 저 상류에서부터 내려오다가 한참을 내려가는 동안 선명하고..

 

또 어떤이는 갑자기 나타났다 이내 멀어져 떠나보내기 아쉽고..

 

강건너쯤 허우적거리는 녀석을 발견하면, 그 얼굴이 가물가물해 못내 서운하기도 하다..

 

 

이 바람이 전해질 대추리에서 매일밤마다 긴장한 몸과 마음을 누이는 사람들 얼굴이..

 

아무런 이유없는 작별로 구천을 떠도는 이들이..

 

떠난 얼굴이 흐려질까 사라질까 늦은밤 눈물을 훔치며 잠들지 못하는 가족들과..

 

또한, 억눌린 사람들 서글프고 고단한 삶의 한켠을 붙잡고는.. 어느즈음 제 삶의 지도를

 

펼쳐놓고 긴호흡을 하는 이들 얼굴 하나하나..

 



 

 

씻어내는 거지.

 

채 말하지 못하는 사연 비우면서.. 흘러가면서 부디끼다가 떼어놓기도 하다가 춤추듯

 

씻어내는 거지..

 

 

그렇게 한참을 앉아, 내 얼굴을 띄워보내고서야 엉덩이를 털었다.

 

 

 

 

발을 벗고 강길을 따라 걷다 보니 낚시하는 사람이 꽤 많다.

 

가족끼리, 나이 지긋한 친구끼리 낚시대를 널찍하게 펼쳐놓고는 한 돗자리에 앉아 한방향

 

을 보고 잠꼬대 하듯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홀로 앉아 미동도 없이 담배를 태우는 사람.

 

 

 고기가 잡히는지요..

 

 

"장마가 물을 뒤집어놔서 입질 좀 받을까 했는데 구경도 못했수다"

 

 

^^ 

 

제법 걸어나가면서 수십대에 이르는 낚시대를 세어보지만 망을 담근 사람은 없다.

 

 

" 그래도 더운날.. 조-옿잖아요?  "

 

그러네요 ^^

 

 

이런날 이런시간 이런아름다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경계를 하지 않아도 편안하다.

 

빛이 약한 곳에서 사진을 찍느라고 한참을 꼼지락거리며 삼삼오오 모인 이들을 엿들으면,

 

정치도.. 내일도.. 그들의 자식도 없이 지난 애틋한 과거와 지금의 모습을 이야기 할뿐이다.

 

 

그대들은 저 강에 누구의 얼굴을 띄워놓고 눈인사를 하시는지요..

 

  

 

 


 

 

또한 그대들은 어떤지요..

 

관계를 벗어버리고 내려와 강이 데려온 모레에 발을 벗고 서서 또는 털푸덕 앉아서

 

온전하게 '나'와 마주한 적이 있는지요..

 

 

그대들의 문서에 사람들 얼굴을 띄워본 적이.. 그래도 예전엔 있었겠지요?

 

 

아님 말고.

 

 

흠칫 돌아본 곳에 찬란하게 서 있는 저녀석을 보고 기분 조-옿 다가 쓴맛이 나버렸다.

 

쯧.

 

 

 

 

 

꽤나 걸었나보다.

 

길은 여기서 멈추었고, 인적도 잦아 들었다. 

 

 

아쉬워서 멈칫멈칫 거리는데 갑자기 어둠속에서 연인인듯한 앳된 두 남녀가 걸어나왔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스쳐나가며 어색한 공기를 흘리고 가더라.

 

아마 나를 지나쳐가는 순간엔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고 간 것 같다. ^^;;

 

 

두사람이 귀여워서 그랬는지 풋- 청량한 웃음소리가 환청이 들리는 것 같더니 저 멀리

 

안보일 즈음 되니까 갑자기 그 공간이 싸늘할 만큼, 지나치게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잠깐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뭐하지?

 

아무도 없는데 춤이라도 출까.

 

- - ;

 

나같은 몸치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춤.. 같은 움직임을 하면 쑥스럽기 짝이 없다.

 

... 음악도 없으면, 부끄러움으로 샤워를 할껄..  - -;;

 

 

 

 

걸어온 길을 돌아 나오면서 생각보다 먼 길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내 이런저런 생각이 따라붙어 걸음을 늦추던 것이 사라지고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일까.

 

 

 

지구가 아닌 것 같은 지구 어느 곳에서의 잠깐의 여행.  

 

늘 그랬듯 여행은 무엇을 정리하거나 찾는게 아닌 하얗게 잊을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기억은 좋은 기억대로 나쁜 건 나쁜 것대로..

 

새로운 기억들을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 여행.

 

 

 

오늘도.

 

 

좋았어.

 

 

 

  

텅-소리가 나는 머리 누이고.

 

내일을 또 만나야지.

 

 

 

졸립다.

 

 

 

 

하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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