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숀 :) ktx 500일 - 어떤 기자 새끼

2007/07/15 03:58 女름
거한님의 ['마이링'과 '진보넷 블로거 여성주의 지향 소모임'.] 에 관련된 글.
ScanPlease님의 [남성은] 에 관련된 글.
navi님의 [500일 집회 단상.. ] 에 관련된 글.
니나님의 [집회에 가는 이유] 에 관련된 글.
당신의 고양이님의 [꼭 이길 거야. 이길 때까지 응원할 거야.] 에 관련된 글.



내 멋대로 였지만 "여성주의 지향 블로그 모임"이라고 적어서 호명되도록 해버린 것은 사실 마이링/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진보넷 블로거 모임 머 이런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이 후의 결과라기 보다는 ktx승무원 분들이 "여성주의"를 지향하는 어느 단체에서도 왔구나 하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투쟁중인 단체에게 아무래도 "어느 단체"가 연대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연대에 따라 어떤 문제가 부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 비정규직 여성노동의 문제에서 "비정규직"에만 강조가 되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중간에 누구의 발언 중에서 "투쟁하는 사람은 다 여성들이다"라는 말에서 가슴이 정말 덜컹했습니다. 사실 그 순간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래 맞아"였는 데 그 후에 가슴이 얼마나 떨렸는 지 모릅니다. 흑 투쟁하는 사람은 다 여성들인데 단상 위에는 그녀들이 없는 지.. 그리고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물론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있었겠지만 깃발 세우고 앉아있는 단체 중에서 여성노동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곳은 과연 몇 곳이나 될지. (물론 여성노동의 문제를 구별하여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노동운동의 힘은 기존의 노조에서 갖고 있음으로 그들이 와서 참석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
집회 중에도 그리고 집회 후에도 짝나는 감정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한 기자새끼 때문이다.

그 느물느물 한 새끼가 첨에는 많은 취재진 중의 한 명으로 보였지만 그 자식의 계속 되는 반복 행동의 의미를 알게된 후부터 진짜 미친 듯이 기분이 나빴다.

앉은 자리로 보면 ktx 승무원들 바로 뒷줄에 내가 앉았다. 근데 그 느물 느물한 새끼가 지속해서 내 앞줄의 승무원 앞으로 와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놈이 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했는 데 여럿사람을 같이 찍는 게 아니라 한 사람만 계속 찍는 것이었다. 광각 망원 렌즈 바꿔 가면서 멀리서도 찍고 광각일때는 바닥에 얼굴 붙여 가면서 장시간 찍었다. 노골적으로 말이다. 그 승무원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데로 따라가면서 찍었다.

당연히 기자가 승무원을 촬영할 수 있지. 근데 문제는 내가 보기에도 과도했고 그 새끼에 바닥에 붙어서 카메라를 승무원 얼굴로 들이댈 때는 그 승무원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데 문제는 그 새끼만 그걸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 찍는 다는 거다. 그리고 부담스럽다는 듯 말하자 느물느물 웃으면서 명함을 주는 줄 알았더니 그 승무원의 이메일을 받아갔다. 흠

나는 그 새끼가 전혀 기자로 안 보였고 디씨겔 같은 곳에 레이싱걸들 쫓아 다니면서 사진찍어 올리는 네티즌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았다. 이새끼 여기 왜 온거야. 싶었다. 기자라는 특권을 이용해서 자기 욕구 충족 시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음 날 네이버 뉴스를 미친 듯이 뒤졌지. 찍은 사진을 기사화 시켰을 까.

노동자 개인의 얼굴을 찍는 경우는 언제일까. 특히 기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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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승무원들의 투쟁은 보도하는 방식은 두가지 눈물과 외모 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하고 많은 장면중에서 민세원 지부장이 울고 있는 사진을 네이버 봤지. 흠 내가 지켜보는 ktx승무원들의 모습에서도 그렇고 그녀들의 발언에서도 시간과 현실의 고통을 이기는 "특유의 발랄함"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데 어쩜 찍히는 건 "울고"있는 건지 모르겠다. "울고 있는 사진"이 보도되는 것이 이 투쟁에서 해인지 득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준으로 생각할 때는 왜곡인거 같다.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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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들이 이끌어가는 행사는 문화제라고 이름 붙이고 줄줄이 띠맨사람들이 목청높이는 자리는 "투쟁결의대회"라고 하는 것도 짝나고 주부 / 언니 / 딸 / 엄마 / 이런 용어 써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해줘서 자랑스럽다 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미치겠다.

하지만 집회에 대한 이런 저런 내 불평과 불만은 주제 넘은 짓이다. 입장을 바꾸면 "어쩔 수 없다"로 정리가 끝나버린다. KTX 승무원의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지 않을까?

기자가 와서 카메라 들이밀면서 사진찍는 거 짝나더라도 언론에 투쟁 소식이 좀 더 보도가 되어야지 사회적으로 압박이 될테고 연대해주는 단체가 어디든간에 많거나 힘이 붙어야 해결이 앞당겨 지겠지. 휴 더럽고 치사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회에 간다. 그곳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는 그녀들이 있잖아.

흑 더럽고 치사한 마초세상 조금씩 갉아먹어 버릴테다.

*
성폭력 운동에 대한 논의를 상담소에서 한다. 가까운 해결과 먼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어쪄면 우리의 운동이 성담론의 보수화를 가져오지 않았을까에 대한 이야기. 정말 가슴이 썩는다. ktx 승무원들의 투쟁이 된다 안된다 말들을 하는 거 같다. 근데 되고 나면 어떻게 될까. 되고 나서도 변하는 건 변하고 안 변하는 건 안변할 거 같다.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지점을 갖고 연대해야 할지 조금씩 보이기는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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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15 03:58 2007/07/15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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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anPlease  2007/07/15 04: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 집회 중에, 앞에서 편지 낭독하던 때에, 카메라들을 보면서 굉장히 불쾌했어요. 가만히 있던 카메라들이 편지가 낭독되기 시작하자. 승무원들 얼굴을 찍을라고 안달이었죠. 마치 KTX, 새마을 승무원들이 울어주길 바라는 것 같은 시선으로 느껴져서 싫었어요. 그리고 그런 장면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기다렸던 것처럼 보였어요.
  2. 당고  2007/07/15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들은 말이지, 꼭 이런 문제가 아니고 어떤 문제에서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들이대던데 말야-_-;; 뭐랄까, 그게 기자의 특성인 거 같아, 이젠-ㅅ-;; 그런데 기자를 하다 보면 자꾸 자극적인 거, 스쿠프 같은 거, 또는 특종 이런 데 집착하게 될 거 같고 그럼 자꾸 그런 것만 노리게 될 거 같아. 난 기자들 만나서 얘기 좀 하고 싶단 생각을 종종 하지. ㅋ
    사실 싫어하는 3대 직종 중에 하나지만. ㅋㅋㅋ
  3. navi  2007/07/15 09: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식으로 카메라 들이대는 거 싫어서 난 기자들이 다 그 쪽 찍으면 다른 거 찍곤하지-ㅅ- 아무튼, 근데 그 날은 내가 당신들에게 카메라 들이대서 불편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은 들더라.. 그래도 다들 너무 예뻐서 찍고 싶었다는거..
  4. 녀름  2007/07/15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캔/실제로 기다리고 있죠.
    당고/여러모로 기자 비추 직업.
    나비/난 너무도 편협하게도 나비의 카메라는 좋아한다는 큭 나비가 여성주의 지향 블로거 모임의 액숀들을 기록해줘도 좋겠다고 그날 사실 생각했다는..
  5. 거한  2007/07/15 1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 공감. 구린 발언도 캐 많았어. 사회자가 반바지 입었다고 뭐라고 하는 것도 정말 초 웃겼어. 이젠 집회 갈 때마다 워스트 발언 몇개씩 뽑아야지.
  6. 넝쿨  2007/07/15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워스트 발언 좋은데+_+
  7. 존재의 반란  2007/07/15 19: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딜가나.... 꼭...!!!
  8. navi  2007/07/15 2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날의 최악은 역시 엄마노동자? -_-;;
  9. 정서  2007/07/16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걱... "광각 망원 렌즈 바꿔 가면서 멀리서도 찍고 광각일때는 바닥에 얼굴 붙여 가면서 장시간 찍었다"... 이 구절 보고 나보고 그러는 줄 알았어요... ㅜㅜ 저도 본의 아니게 각이 잘 나오는 위치에 있는 한분을 여러장 찍었는데, 부담스러워 하시길래 그만 찍었어요.
  10. 거한  2007/07/16 0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뷔/ 'KTX 승무원들은 다 예뻐서 투쟁도 예쁘다'도 있었지. 뭐야 대체? 남은 굶고 있는데 예뻐보이냐?
  11. 녀름  2007/07/16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한, 넝쿨, 나비 / 담엔 진짜 어록으로 정리해보자.

    정서 / 보도되는 결과물을 보면 과정까지도 보인다는 생각이 해요. 정서님의 사진도 궁금하네요. 그리고 부담을 느꼈다면 배려가 느껴지네요.
  12. 정서  2007/07/16 0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세상 기사 "날짜 세는 것 잊었는데 벌써 500일이래요" 보시면...
  13. 녀름  2007/07/16 0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서/제가 사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정서님 덧글 보기 전에도 참세상 ktx 500일 기사에 사진 보면서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호호